목사님의 문자.
경기도에서 예배금지를 행정처분하든 말든, 어차피 예배 드릴 교회는 알아서들 드릴 것이다.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것에 제한이 어디에 있겠나? 그러면 행정처가 교회니까 예배 드려도 된다고 하고 절이니까 성당이니까 예배든 법회든 알아서들 하라고 하는 것도 이 시국에 이상한 책임방기가 아닐까? 행정에선 그런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하니 뭐든 조치를 하는 게 마땅한 일이다.
여기에 대해 교회가 발끈해서 이러쿵저러쿵 할 것까지는 없다고 본다. 예배가 공공의 이익보다 우선한다고 믿는 곳은 예배를 드리면 되고 워낙 수가 많아서 공공의 이익에 반하면서까지 예배를 드리면 안 되겠다 하는 대형교회들은 자제하면 될 일.
모든 것은 나중에 책임을 분명히 지면 된다. 작은 교회라도 혹시라도 신천지가 껴있든지 아니면 교인 한 명이 어쩌다가 전파자가 되면 그 교회 대표와 전파자가 책임을 지면 될 일이다. 그때 가서 교회가 주님 찾고 신앙의 자유 찾으면서 저항하면 사회적으로 쌍욕을 먹을 테니 말이다. 혹시라도 슈퍼 전파자 역할을 하게 되면 광화문 나가서 석고대죄하든지 심장이라도 내놓든지 하면 될 것 아니겠는가?
뭐든지 나중에 책임회피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언제부터 신앙의 자유와 권리가 사회제도에 그리도 딱 맞게 배치가 되고 늘 우위에 있었던가? 교회내 분쟁을 교회 안에서 해결 못하고 세상법정에 나가 찍소리 못하며 순응하던 교회들이 아니던가? 갑자기 뭐가 그리 대단한 천상의 권리를 득하여 무소불위의 자유를 가진 것처럼들 그러나? 이것도 참 우스운 일이다.
교회는 본시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세상 위에 존재하는 게 아니다. 오직 하나님만 세상 위에 존재할 수 있을 뿐, 세상에 대한 책임을 위임받은 교회가 감히 교만하게시리 세상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가지면 곤란하다. 세상이 인정하는 교회가 되어야지 맞서면 되겠는가? 지금 예배가 그리 중하고 엄위한 것이라면 새벽예배를 줄이거나 폐하거나 수요 예배도 폐하고 철야도 폐하고 주일 예배도 맘대로 시간 바꾸고 어쩌다가는 목회자가 교회를 비우고 다른 사람이 와서 집회를 하는 괴상망측한 일들도 버젓이 일어나는데 갑자기 새삼스럽게 왜 그리 예배가 소중해졌을까?
어느날 갑자기 아내에게 "사랑해~" 라고 다정하게 말했더니 아내 왈, "평소에 좀 하지~" 라고 했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교회가 무너질까봐 그러는가? 아니면, 예배를 쉬는 것, 또는 예배를 멈추라고 하는 사회의 행정처분이 교회가 약화되는 빌미가 될까봐 그러는가? 그런 일로 약화될 교회라면 애초에 기초가 부실한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교회가 어떻게 세상의 위기에 협조하느냐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고 다른 이단이든 종교든 간에 교회야말로 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가장 앞장서서 실천하였고 이 일시적인 예배의 중단 후에 다시 멀쩡히 성도들이 교회에 모여 합심해 기도하는 모습을 당당하게 보여줌으로써 세상에 대하여 우리 교회는 이러하다고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동안 편하게 주일날 찾아오는 교인들 계단 위에서 맞이하시던 목사님들이 이 기회에 전화도 좀 하고 영상통화도 하고 차 안에서라도 지나가며 교인 얼굴 한번 더 보고 참 귀한 사람이었다 감격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안 보내던 메일이든 카톡이든 문자든 좀 보내고 말이다. 생전 가야 문자 한번 안 보내던 목사님이 요새 문자를 보내신다.
은근히 고맙고 감격이다. 내 걱정을 다 해주시네 하면서 말이다. 예배 열 번 드리면서 한번도 감격하기 어려운데 살가운 목사님 문자를 받고 보니 갑자기 엄청 그리워지는 것이었다. 마스크에 물안경이라도 쓰고 교회에 나가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지혜로운 목회자는 이런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때아닌 땡깡 신학을 내세워 예배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식의 비뚤어진 본회퍼 흉내는 내지 말기를 바란다. 나는 이재명 지사야말로 경기도민을 자기 자식 아끼듯 하는 사람이라고 확신한다. 할 일 제대로 하는 사람인 걸 이번에 다시 절실히 깨닫는다. 위기에선 리더의 말을 들어야 한다. 여기다 대고 내 생각 내세우는 건 반골정신이다.
예배? 평소에 잘 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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