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I think..

375억의 정의? 누가 정의를 말하는가

오션지 2011. 4. 26. 10:03

은행 임직원, 친인척이 영업정지 하루 전에 돈을 찾아갔다.

기가막힌 최후의 수단을 저지른 것이다.

일단, 그렇게 한데 대해 욕지거리를 하며 손가락질을 하는게 원리겠지만

돈 앞에서 누가 그런 짓을 하지 않을지 따지고 보면

예수님 앞에서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지 못했던

그 인간 군상의 심리가 여기서도 진리로 다가오는 일이다.

 

뻔히 손해볼 일을 눈뜨고 당하는 것은 양심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손가락질 당하거나 혹은 자기 혼자 양심인인것처럼 행동할 수 없는

무언의 부당한 압박에 대해 이기지 못한 것이다.

수억에서 수천만원이 그냥 날아갈 판에, 불법이면 어떻고 양심불량이면 어떠랴

내 돈부터 챙기고 나서 나중에 대처할 일이다.

어차피 은행은 파산했고 고객들한테 돌려줄 돈인데 내 원금이라도

건지자는 심리는 사람한테라면 당연히 있는 '내 것'에 대한 욕구이다.

 

중학교 책에 보면 욕구와 당위라는 용어가 나온다.

욕구가 지나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일이 생겼을때,

도덕적 인간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첫번 째 행동이

무엇일까?

요즘 중학교 1학년들이라면 곧 있을 중간평가에 거의 100% 문제로 나올

내용이 바로 욕구와 당위의 관계이다.

 

지나친 욕구는 자신 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문제를 일으키고 피해를 준다.

그럴때 해결 방법으로 올바른 것은?

 

1. 문제 상황, 즉 갈등의 핵심을 정확히 살펴본다. - 은행이 망하게 생겼다. 지급보증의 상황에 봉착했다. 내 돈의 원금을 회수하기 글렀다.

 

2.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 하고 싶은 것은 미리 돈을 빼는 것, 해야 할 일은 양심을 지키는 것(와우! 갈등된다)

 

3. 적합한 행동을 결정한 후 선택한다.- 돈을 빼? 아니면 양심에 맡겨? 적합한 행동이란? 뭘 선택하지?

 

학교 선생님들이 중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수업 내용이다.

참~ 좋은 내용이다.

근데, 요즘 애들이 과연 이런 윤리의식이 호소력이 있을까?

어릴때부터 경제관념 교육이니 뭐니 해서 책도 많이 읽히고 이것 저것 수행도 많이 시키면서

키워내는 우리 아이들이 도덕이나 양심의 문제에 있어 얼마나 예민한지는 부모들이 더 잘 안다.

결국 이런 짓을 하는 부모들을 보고 애들이 몇 년 후면 그대로 따라할 일이다.

아, 저렇게 빨리 돈을 빼야 내가 사는거구나!

은행이란데가 저런데구나!

아, 먹튀만이 살 길이구나!

저렇게 떠들어대봐야 결국 돈은 먼저 차지하는 놈이 가지게 되는거구나!

서민으로 살아봐야 맨날 저런 손해만 보는거구나!

그러니 나도 빨리 한탕이나 해야겠다

 

잘들 한다.

감독못하고 어디다 정신을 팔고 있었는지 알 길이 없는 당국에 돌을 던지고싶다.

다음으로는 부실을 철저하게 숨기면서 고객들에게 '친절봉사'란 가면을 쓰고 대했던 은행들에게

'자결'을 요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객들의 돈을 이용해 이자놀음으로 막대한 부를 챙기고 막판에

원금까지 싹싹 긁어 처먹은 배부른 돼지들에게 '저주'를 내린다.

 

시장에서 헐어터진 손으로 한 푼 두 푼 모아 갖다 맡긴 돈으로

잘도 이자놀음하면서 배떼기를 불렸던 '놈'들이 그런 서민의 뺨을 후려치면서

나가 죽으란다.

정부는 뒤늦은 대책으로 뭘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덩치큰 손들만

손해를 덜보는 것일뿐, 과부의 두 렙돈만큼의 평가절하된 그 '푼 돈'들은

소외되고 말 것이다.

10원짜리 열 개가 모이면 100원이 된다.

100원짜리 10개면 천 원이 된다.

1억 알기를 종이 한 장으로 아는 '있는 것들'이야 100원은 그냥 발로 툭 차서 버릴 돈이지만

그 돈 백원을 벌기 위해 시장 바닥 박스를 주워 모으는 가난한 우리 서민도 있다.

 

말이 좋아 375억이지, 그 돈 빼가는데 몇 분이나 걸렸을까 알 길이 없다.

죽을 때 까지 만져보지도 못할 돈들이 여기저기로 움직이는데

우리 순진한 서민들은 그냥 뻔히 내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도

한숨만 쉬고 있을 뿐이다...

 

민란이 일어났던 원인의 대부분이 과중한 세금과 관리들의 횡포와 억압이었다.

높은 물가, 그리고 기업들이나 은행들의 부실과 정책의 오류,

현대판 민란의 징조가 아닐 수 없다.

저 공직이란 자리에 앉아서 자기들마저도 어찌할바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이젠 정부가 나라를 통치하거나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비도덕적인 '브레인'들이 통치하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예방이란 없고 오로지 사후 처리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