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잊혀질만 했는데 다시 수면 위로 나타난 인어같은 존재다.
우선 그녀가 등장하자 찌라시 신문들은 연일 선정적인 책 내용을 스포일링 하기에
정신이 없다.
클릭질과 신문 판매부수, 그리고 호기심이 뒤범벅이 된 더러운 배설물같은
관음증들이 결국 또 한 번 나라를 뒤숭숭하게 하고 있다.
멀리 일본에서는 지축이 흔들릴만큼 큰 지진으로 안타까운 소식이 연일
들려오고 있다.
그런데 이놈의 대한민국 사회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은 여자 한 사람이
사회 기반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더욱 가관은 그녀가 펴낸 책에 굉장한 의미를 얹어두는 모양새가 마치 부모 제삿상에
푸짐한 홍동백서 오곡백과를 차려놓고 자랑스러워하는 족보없는 집구석마냥
여간 뒤숭숭한게 아니라는 것이다.
감옥이란데는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니다.
억울해서 가는 사람도 천명의 하나, 만명에 하나 있을까 말까한 곳이다.
그곳은 죄를 지은 사람이 참회의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고쳐 나오기를
바라서 보내는 곳이다.
그 결과야 어떠하든간에 나라에서 감옥이란데를 만들어 사람을 일정 기간
격리하는데에는 그 범죄자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거나 혹은
단절시키려는 의도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 곳에 다녀온 사람은 엄연히 조심하고 자숙해야 마땅한 일인데
어떻게 된 인간이 감옥에서 나오자 마자 책을 써내고 그것을 마치 무슨 대단한
양심선언이라도 하는양 떠벌리고 기자회견까지 하는가 말이다.
한 때 김대중 자서전이 나왔을때도 나는 그 책을 읽어보며 사람들의 반응이
어떠한가 살폈지만 참 시큰둥했다. 저 아랫지방 사람들이 얼마나 그 책을
사서 읽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언론에서 이렇게 떠들어대지는 않았다.
그냥 라디오에서 한 두번 말해준게 전부다.
그렇게 선생님으로 모시고 따랐던 사람들에게 김대중이라는 세 글자는 기억 속에서나
가물거리는 상징밖에 못되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신정아라는 세글자는 우리 사회에 또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신씨가 노린게 뭐든 간에 분명한 것은 그녀의 책이 서점에서 팔릴것이라는 점이고
그 수익도 억대에 이를거라는 점이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
신씨 책의 내용이 마치 대부분이 성희롱에 관한 것이라도 되는양
언론들은 그 내용만 집중해서 보고하고 있다. 거기에 정치권에서도 기우뚱,
균형감각을 잃고 있는 모양새를 보니 참 대단한 신정아인가보다.
이래서는 안된다.
횡령으로 들어갔건 문서 위조로 들어갔건간에 그녀가 사회에 나와서
뭔가를 밝힘으로써 우리 사회에 논란을 일으킬 자격은 전혀 없다.
출판사야 돈을 벌면 그만이니 그런 소재가 다시 있을까만은
돈에 여간 미치지 않은 출판사가 아니고서는 신정아를 다시 언론에 노출시키며
돈벌이에 앞장서는 그 썩은 상업주의 냄새가 역겹기도 하다.
자세히 사서 읽어보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꽤나 유명한 인물들을
언급하며 자신의 벗은 누드보다 더 자극적으로 세간을 호리고 있는 그녀의
요사스러움에 치를 떤다.
그 정도 위치에 있던 사람이, 그만한 인맥을 가지고 지내왔다면
세상은 결코 자기 정당성과 의지만으로 돌아가는게 아니라는 것쯤
일찌기 알았을 터. 자기가 감옥에 들어가야만 했던 이유쯤은 아마추어가 아닌 이상
충분히 알고도 남음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정아씨는 감옥에서조차 이를 갈며 돈벌이에 몰두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 결과가 책으로 나왔다.
그리고 언론에 의해 부추겨진 그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과거 그의 누드를 보고 관음이 주는 쾌감에 몸을 떨던
추악한 인생들에 의해 다시 악마처럼 불거져나오고 있다.
그러고보면 한 나라의 정치인이나 권력이나 사회 구조 자체가 참 허무할 정도로
허술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견고한 정신이 지탱해주는 것은 더욱 아니다.
그저 난무하는 사상이란게 경제논리일 뿐이다.
돈이면 다 된다는 것이 매일 증명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경제대국만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잘 살면 사회 정의가 더 확보되고 국민 행복 지수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경제대국도 거대한 역사의 주기적 용트림 앞에서 수십만의 희생자를
내며 주저앉고 있다. 이것이 신의 저주이건 인간의 숙명이건 어쨋든 인간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오는 행복을 추구하지 않고 오로지 물질이 주는 행복에만 빠져있다.
신정아(상징적 의미에서) 따위가 누구인가.
왜 그녀가 써낸 책을 보고 누굴 비판하고 발가벗겨 확인하고 싶어하는가.
그게 누굴 위한 일일까? 또 누굴 법정에 세우려고 하는 것일까?
결국 그녀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그녀가 의도하지 않았던 진실왜곡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는 그럴싸한 이유에 우리는 너무 쉽게 현혹되지 않는가.
우리에게 없던 지진이라 안심하고 있었더니
감옥이라는 진앙지에서 강도 10의 정신적 지진이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이 지진의 위험은 그 피해를 가늠할 수 없다는데에 있다.
그녀는 다시 우리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한다.
부디 빨리 원하는만큼 돈을 거둬들이고 조용히 살아주길 바란다.
마지막 무서운 말이 떠오른다.
"기회가 된다면 좋은 곳에서 열심히 일해보고 싶다"는 그녀의 말이다.
그 기회란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대지진처럼
우리 사회를 또다시 강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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