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I think..

승기야 수고 많았다. 이젠 산을 내려가야 할 때다.

오션지 2011. 2. 15. 04:03

국민 동생이었다.

그리고 국민 사윗감이었고 동네 후배처럼 친근하기 그지 없는 젊은이.

이승기다.

그동안 텔레비젼에 나오는 모습을 보며 가수인지 연기자인지 예능인인지 도무지 그 정체를 알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웠다. 사람은 재능이 많으면 많을 수록 제 모습을 찾기 어렵다. 이것도 저것도 안되는 게 세상일이고

한 두가지 재능이야 없는 사람이 없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 재주만 잘 익히는게 여러 재주를 가진 것보다는

훨씬 세상에 유용한 법이다.


솔직히 이승기는 가수라고 생각해왔다.

내 여자니까..라고 외치는 그 진지한 창법에 한 동안 남자인 나로서도 참을 수 없는 호감을 느낀 것이 사실이다.

녀석, 언제 만나기라도 하면 마치 연예인이 아닌 것처럼 그냥 해장국 같이 먹자고 해도 선뜻 아, 네! 하고 

따라올 것같은 그런 친근한 인간이 아닌가.


그런 이승기는 연예인 중에서도 특히 연기에 도전을 했고 나름대로 성공적이라고 볼만큼 시청률도 제법

이끌어내었다. 기획사에서 참 고르기도 잘 골랐고 승기의 이미지에 잘 맞는 그런 맞춤형 드라마만 찍어서

그런 것이겠지만 어쨋든 이승기는 그런대로 성공적인 활동을 하여왔다.

다만, 최근에 마친 어느 드라마에서 보여진 이승기는 더 이상 연기자로서는 새로움이 없지 않나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환타지 드라마였고 상대 여자 연기자가 나름 신선한 느낌이라 그런대로 시청률이 버텨준 것이지

이승기와 함께 연기하는 여자 연기자가 만일 자주 얼굴이라도 보는 그런 식상한 배우였다면 

당시의 시청률을 보장받기 어려웠을 법하다.

이승기라는 연기자에게서 느껴지는 그 '편안함'은 그래서 더욱 위험했던 것이다.

그 '편안함'은 곧 '식상함'으로 이어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저 요즘 같은 세월에는 어찌되었건 수명이 긴 사람은 '튀는' 사람이다.

깝권이라고 일컬어지는 조권의 까불대는 엉덩이는 기실 식상하기 마련이지만 그가 그것 하나만

가지고도 이 빠른 변화의 초침이 달려드는 예능계에서 살아남는 이유는 그래도 거기엔 아직  '튀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못하는 그것을 해 내는 예능인이 오래 살아남는다.

그런 면에서 승기는 정말 편한 동네 후배쯤이다.

그 편안함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승기는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런 승기는 그간 달려온 1박2일에서 이제 그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을 많이 보여준다.

새로울 것이 없는 승기에게 허당 승기는 더이상 어필할 수 없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호동이 키워주고 수근이 뒤에서 받쳐준다고 해도 종민과 비슷한 라인에 서 있는 승기로서는

존재감을 키워줄 런닝메이트가 없다.

호동은 장시간의 런닝타임때문에 상당히 많이 지쳐있음에도 불구하고 뚝심 하나와 목소리 하나로 

버티고 있다고 보면 된다. 수근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지만 수근이 가진 것은 뚝심도 아니고 큰 목소리도

아니다. 그저 오랜 세월 언더그라운드에서 돌아치며 익혀온 생존 본능이 키워낸 순간의 감각이

수근이 가진 재료일 뿐이다. 그 순간의 재료는 얼마 가지 못한다. 마치 겉절이 배추맛 같은 것이다.

오래 숙성된 김장 김치는 맛의 내공이 있다. 그러나 겉절이는 그렇지 않다. 당장에 입맛에는 맞을지 

몰라도 어느 누구든 '그 식당 겉절이 참 맛있게 하네'라고 말하는 손님은 거의 없다.

대신에 '그 집 김치맛이 일품이다'라고 하며 다시 찾는 손님은 많다.


예능에도 그런 푹 익은 김치맛을 내는 존재가 필요하다. 

수근이 그런 면에서 아직은 홀로서기가 준비 안되어 있다. 그나마 1박2일에는 지루한 동일 포맷에 대한

약간의 변수인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그도 역시 가수라 그런지 자꾸만 음악쪽으로 기울고 있는 그의

관심사가 엿보인다. 아마도 초딩지원이라는 이미지가 그리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그의 나이도 솔찬하기 때문이다. 새로 들어온 종민은 미처 승기에게 도움이 되기도 전에

지금 전격 수혈을 받아야 할 응급환자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결국 막내 라인에서 유일한 승기 혼자서

나름 큰 나이 격차를 견디며 예능감을 키워야 하는데...얼마나 어렵겠는가.


그러니 지금 하차하겠다는 승기의 결단은 1박2일을 모니터링하는 소속사로서는 장고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일본 진출이라는 미명은 그야말로 변명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승기는 아직 일본 진출의 기틀을 잡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지금은 그리 좋은 타이밍이 아니다. 일본은 온통 화산 폭발로 관심사가 다른데로 쏠려 있고

경제 상황도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게다가 일본 내의 한류는 이미 다른 팀들이 어느 정도 빼먹은 끝이라 

그리 수익성이 좋다고 보기도 어렵다. 만약 승기를 외국으로 내보내고자 한다면 당분간은 심사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도 내 생각이지만 승기는 당분간 지독한 물빼기 훈련을 해야 한다.

그동안 시청자들이 가지고 있는 허당 승기, 일등 사윗감, 연하남 등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변화가 필요한 셈이다. 


하나는 우선 연애를 해야 한다. 아주 어울리는 여성이되 승기와는 달리 다소 까도녀 스타일이어야 한다.

그런 여성의 외적 지원이 있다면 승기의 무디어진, 두루뭉실한 이미지를 조금은 깎아내고 지금보다는

더 샤프하게 바뀔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럼 다른 변화는?

당연히 그가 지금까지 고수해왔던 음악의 스타일을 전격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다.

쎄시봉 신드롬이 일고 있다. 당분간은 계속될 수도 있다. 그런가하면 그와는 반대로 하루가 다르게

샤프하고 똑똑한 간지남이나 미소녀들로 구성된 아이돌이 탄생하고 있다.

거기에 더 승기를 괴롭힐 수 있는 여지는 요즘 일반인들의 예능 수준이나 음악적 역량, 그리고 실제

노래 실력들이 왠만한 가수들 뺨치는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승기는 극과 극의 사이에 끼어있는

어설픈 나이인데다 음악적 색깔도 어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쯤에서 승기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선택은 기획사나 본인이 하는 것이겠지만

여간한 변화가 아니고서는 승기가 가진 이미지를 털어내기에는 어려운 면이 많다. 독해졌으면 한다.

연기자로서는 악역도 마다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보다 깊이 있는 음악을 위해서 새로운 장르도

찾았으면 한다. 가능할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승기를 보면서 웃고 울었던 지난 날들이 새롭기만 하다.

하지만 지금껏 올라갔던 산이라면 대청봉 정상에서 신새벽에 눈물을 흘리며 다졌던 그 각오의 심정을

잊지 말고 지금, 더 늦기 전에 산에서 내려와 다시 산을 오를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 결단의 순간 앞에서 승기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