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중심에 서 있는 유시민.
대학 시절이었든가...그가 지은 책, 거꾸로 읽는 세계사의 첫 장을 열고부터 그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숨 한 번 안 내쉬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읽고 또 읽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유치하달수도 있겠으나 첫 이야기에서 나는 울분과 억울함의 전이를 느끼며 눈물을 흘렸던 것을 기억한다.
그의 책은 지금까지도 내 책꽂이 한 켠에 짙은 세월의 색깔을 풍기며 고스란히 꽂혀있다. 책이지만 그것은 나에게 하나의 정신 개벽이요 사상의 늪에 첫 발을 내딛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책을 통해 만난 유시민이라는 한 인간은 세월이 지나면서 내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작은 점으로 변해갔다.
그러다가 어느 날인가 갑작스레, 사실 그렇게 갑작스러운 일도 아니었지만...그렇게 그는 노무현과 함께 세상 속으로 툭 하고 튀어나왔다.
노무현의 등장이 그 당시에 조금은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그에 적응을 채 하기도 전에 내 기억 속에 있던 유시민이라는 한 인물이 그와 함께 튀어나왔던 것이고 그만큼 새롭게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는 다시 충격으로 다가왔다. 시니컬한 냉소적 정치인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여, 야를 불문하고 그의 사상적 근거는 어느 쪽에서도 진지하게 환영받지 못하는 그런 색깔이었다. 여전히 그의 사상은 지금까지도 의심받고 있지 않은가.
그가 바라보던 거꾸로 보는 세계는 그만큼 현실 정치에서는 센세이셔널하고 생경한 것이었기 때문일까?
노무현을 탄핵하겠다고 길길이 뛰며 소추를 하는 여당 의원들과 눈물의 몸싸움을 할 때는 차라리 그가 비참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 그에게는 진정성을 느낄 수는 있었지만 정치인으로서의 냉정한 심장은 보기 어려웠다.
그가 인터뷰를 한 기사를 보니 다시 보인다.
4월에 나온다는 그의 책을 꼭 사봐야겠다.
자유주의적 국가와 목적론적 국가관 사이에서 그의 고뇌를 한 번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다.
지금 시대는 특별한 이상이 국가를 유지시켜주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은 국가각 국민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개념이 옛날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드러나있고 활개를 편 세상이다.
사람들에게 국가는 더이상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동반자요, 때로는 하수인의 입장인 것이다.
국가를 위해서 희생한다는 정신은 국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국가를 위해 스스로 봉사하기 위해서라는 인식이
더욱 짙어지고 있고 이것은 자유주의적 국가관의 근간을 이룬다. 그러고보면 유시민의 주장처럼 순수한 막스주의 국가관은 아직 섵부른게
사실이다. 시도하는 자는 선각자요 다가올 미래와 후손들이 영유할 역사가 현재의 선각자들을 다시 평가하겠지만
막스주의 국가관을 적용하기에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매듭이 질기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분단군가.
이 특수성이 우리 미래를 짇누르는 한은 어떤 복지정책도, 어떤 정치관도, 어떤 지도자도 자유롭게 우리 사회를 보편적으로 개혁할 수는 없다.
언제나 우리 발목을 붙잡는 이 오래되고 답답한 분단의 자물쇠를 열어제끼고 통합된 국가 발전을 이루기 전에는 말이다.
누가 할 것인가.
퍼주기라는 혹평을 마다하지 않고 노력했던 김대중이 못한 일이다.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자유주의 국가관을 충실하게 진행했던 노무현도 그 벽을 넘지 못하고 뛰어내렸다.
이제 이명박 시대에 와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
야당이 요즈같이 힘없는 시기도 참 없는것 같다. 아무 소리도 못내고 그저 하루 하루 땜방식으로 정책을 내놓고
여당과는 말싸움이나 하고 있다. 진정한 야당적 지도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김대중과 노무현의 책임이다. 후계자를 미처 키워내지 못한 책임 말이다.
지금 누가 야당을 이끌고 있는가. 박지원은 지도자감이 아니다. 레지스탕스는 될 수 있어도 말이다.
야당을 이끌 진정한 지도자로 유시민을 생각해본다. 하지만 그는 철저하지 못한 사상적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다소 타협적이고 중도적인 모습마저도 보인다. 그의 국가관에 호기심은 느끼지만 그가 야당을 이끌 재목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어느 누구도 경제를 가지고 이슈를 만들며 질주하고 있는 이명박을 이겨낼 수 없다.
지금은 정치적 역량만 가지고 나라를 이끄는 시대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집트 사태를 보면 그 실감을 할 수 있다. 18일만에 30여년의 정권이 무너지는 시대다.
오로지 우리 나라만 분단이라는, 북한이라는, 그리고 김정일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 때문에 혼란스럽다.
지도자가 없는 야당.
유시민이 지도자가 되기에 안타까운 모자람..
그의 책을 다시 들여다보면 그 답을 알 수 있을까?
'생각나눔-I thin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 마이...갓 (0) | 2011.02.25 |
---|---|
승기야 수고 많았다. 이젠 산을 내려가야 할 때다. (0) | 2011.02.15 |
어느 작가의 죽음과 떠오르는 보편적 복지 (0) | 2011.02.09 |
키워주는 관계 늘 좋은 것은 아니다-강호동 김종민 키워주기 (0) | 2011.01.24 |
국회 파행, 부끄러워할게 아니라 설명해주라 (0) | 2010.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