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셋을 낳아 학교 급식을 받아먹으며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무상 급식은 참 좋은 정책이다.
적어도 애들 점심 시간 만큼은 굶지 않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은 어려운 시절을 살아왔고
학교에서 친구 점심 얻어먹으며 살아보았던 나같은 40대 가장에게는 정말 남다른 정책인 것이다.
얼마나 서러웠던가.
밥대신 물을 먹어 배를 채웠고 친구 눈치를 봐가며 싫은 소리 들으면서도 빵 한조각 얻어먹으려고
참 고생을 많이 했다. 한마디로 암울한 어린 시절이었다.
그런 시절을 보낸 우리 나이때쯤 되는 초등,중등 학생을 가진 40대 부부들에게 무상 급식은
딱 우리를 위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다시 생각해보고 계산해 봐도 모든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급식을 한다는 서울시의회의
주장은 고맙기보다는 저의가 느껴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굶어본 사람만이 배고픔의 서러움을 안다. 그런 우리들에게 배고픔을 물려주지 않고자 하는 마음에
절대적으로 호소력이 있는 이 정책은 설득력이 많기는 하지만 오세훈 시장이 왜 저렇게 반대를 하고
버티는가 하는 의아심이 생겨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무슨 대교인지는 몰라도 다리 공사 하던것도 시의회의 반대로 공사 중단을 했다.
건설업 하는 지인의 말로는 진행중이던 공사가 중단되어 시일이 많이 지나면 그 손해가 거의 공사비에
맞먹을 수도 있다고 하길래 그것도 국민 세금인데 의결되어 진행되던 공사라면 그냥 진행하지 왜 중단을
했느냐고 언젠가 푸념한 적이 있다.
그것도 한참 전이라 그냥 지나간 일이었는데 이번에 무상급식 문제로 오시장이 연가까지 내가며 버티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살펴보니 아무래도 전면급식은 형평성의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 점심에 밥못먹는 아이들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정말 돈없어서 밥을 못먹는 아이들은 사실 몇명 되지도 않는다.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서울시에서 돈이 없어서 밥을 못먹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은 참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실은 부모가 아침을 해주지 않거나 군것질 등과 같은 다른 음식물을 먹기 때문인 경우가 많지 않을까.
아이들은 아침 7시면 일어나서 등교를 해야 하는데 요즘 젊은 부모들은 거의 야행성이 되어가다보니 늦게까지 인터넷이다 까페다 영화다 드라마다 해서 보다가 늦잠을 자게 되면 아이들 밥을 못먹이고 보내게 된다.
그런 이유로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급식을 해야 한다면 너무 얄팍한 정책이 아닌가.
부모가 책임져야할 문제를 서울시에서 엄청난 예산으로 책임을 진다는게 말이 안된다고 본다.
그러나 역시 무상급식의 대상자는 정말 점심 급식 받을 돈이 없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 제도가 일부 학교의 생각없는 교사들의 무지한 태도때문에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 부분이 참 답답하다.
뉴스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전국의 모든 초,중학교 교사들이 다 아이들 무상급식 사실을 까발리고 있는 줄로 인식한다는 사실이다. 뉴스는 일반화의 오류에 가장 앞장서는 매체다. 누가 이렇다 하는 사례를 드는 것은 앞으로 그런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인데 뉴스에 그런 얘기가 나오면 모두 자기 아이, 자기 학교가 다 그런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된다.
막상 이렇게 되면 가장 상처를 받는 사람들은 바로 무상으로 급식을 받는 부모들이고 그 아이들이다.
이런 상처받는 일을 방지하고자 무상급식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는데 앞으로는 그 시스템을 정비해서 누가 무상으로 급식 받는가를 모르도록 전산상에서만 확인가능하도록 한다고 알고 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면 무상급식은 이 제도를 무색하게 만든다.
학교 안에서 전체 무상급식을 하면 이런 차별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것이 그 주장인데 설득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할수 밖에 없다.
무상급식은 그야말로 형편이 안되는 아이들, 정말 실질적으로 밥을 굶을 수 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주어져야
그 가치가 빛난다고 할 수 있다. 기존에 밥을 먹을 수 있는 형편이 되는 아이들과 그 부모들은 가만히 앉아서
무상급식의 혜택을 누린다. 세금도 못내는 사람들이 받는 무상 급식과 세금 낼 여유가 충분한 사람들이 받는 무상급식의 의미는 어떻게 보면 역차별이 아닐 수 없다.
도움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무상급식이 마치 주홍글씨처럼 비참한 삶의 전형적 표식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전체 무상급식보다 이런 인식을 개선해 주는데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민주당은 이런 사업에 정책적 제안을 하는 것에 몰두해주었으면 한다.
얼마 안있으면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에 호소하는 빛이 역력한 이런 정책은 다수의 의식있는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 요즘 인터넷에서 표면적 기사가 주는 달콤함에 젖어있는 자칭 지식인들이 자신의
생각이 얕은지도 모르고 전면 무상급식의 정당성에 호소하는것 같은데 실질적인 면에서는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생각있고 의식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 앞서가는 지성들은 역시 대학생들로부터 시작되는 젊은 층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여론이라고 착각하고 사는 것같다. 인터넷을 잘하니 인터넷에서 글 좀 쓰고
댓글로 묻어가고 트위터니 블로그니 해서 나름대로 자기 의견을 그럴듯한 문장으로 써내려가니 마치 자신들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것처럼 착각한다는 말이다.
인터넷을 못해서 그렇지 사실 그 보다 더 많은 연령층의 국민들은 의견을 인터넷상에서 피력하지 못해서 그렇지 생각이나 판단은 굳이 인터넷이나 뉴스에 나오는 것만으로 하지는 않는다.
세상 살이라는 것이 현실이지 가상 공간의 몇가지 테크닉으로 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야당이다.
야당은 개혁적일 수 밖에 없고 개혁적인 생각들은 기성 세력보다는 신진세력에 의해 발현되기 마련이다.
젊은이들의 의견이 개혁적인데다 미디어에 능숙한 것을 바탕으로 언론과 온라인에 많이 노출된다고 해서 그게 꼭 대세적 여론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민주당은 부디 포퓰리즘에 호소하는 이런 정책보다 여당의 정책을 정책으로 비판할 수 있는 진정한 야당이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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