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이 떨어져서 사람이 죽고 집이 불타 하루 아침에 거지 신세가 된 연평도 주민들이 섬을 떠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으면 그러했으랴.
불면증에 시달리고 환청을 듣는다고 하는데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심정을 모를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연평도에서 나온 천여명의 주민들이 다 젊은 사람들이 아니다. 과거 6.25때 전쟁을 겪었던 이들도 있다.
그들에게 대포소리는 세월이 많이 지나긴했지만 막연한 공포의 대상만은 아니다. 더구나 포격을 당한 참상을 직접 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인터뷰한 것을 보면 다들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것이 과연 갑작스러운 기습 포격이라서 그런 것일까.
단언컨데, 그것은 북한의 대포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정부와 국군의 능력에 대한 불신이 공포로 변한 것이다.
전쟁은 군인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서해 5도에 우리 주민 8000여명이 살고 있다. 바로 코앞이 북한인데 왜 거기 들어가서 살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위험을 직감하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피부로 느꼈다면 진작에 섬에서 나와 살고 싶어했을 것이고 이미 서해 5도는 무인도가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8000여명의 주민들이 서해의 다 섯개 섬에 분산해 거주하고 있었다는 점은 그 동안 국민들이 정부와 군을 믿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상황에서 벌어진 이번 포격사태는 그 동안 북한의 직접적인 공격을 직면해보지 못한 서해5도 주민들에게 더 큰 공포로 다가왔을 것이다.
실상 연평도를 제외한 다른 섬에서는 이주 계획이 없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물론 연평도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적에게 가장 먼저 노출이 된다는 점도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요인이겠지만 북한이 만약 전면전으로 나오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고작 연평도 하나를 타겟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북이 노린 것은 바로 연평도라는 섬이 북의 해안포 타격 효과범위에 가장 적합했다는 점과 거주 주민의 숫자가 있으므로 비용대비 효과가 클 것이라는 계산, 그리고 남한의 반응을 보겠다는 심산, 마지막으로 서해에는 중국이 걸끄러워서 미국이 마음대로 군사력을 동원하지 못할것이라는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생각보다는 큰 피해를 주지 못한 북한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우리 주민이 만약 몇 백명씩 죽었다면 지금쯤 우리 정부는 어쩌면 쉽게 북한의 협상 테이블로 나갔을지도 모른다. 보나마나 우리 여론이 들끓었을 것이고 야당에서는 이것을 기회로 북에 대화하러 나가야 다음 공격을 우선 방지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을 것이 분명하다. 여당으로서는 확전을 방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고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부담 역시도 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찌보면 비교적 적은 인명피해가 난 것이 다행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번 연평도 주민들의 대탈출 현상은 보기에 민망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이는 섬에 사람이 살지 않아도 서해 5도는 국군이 지키면 되지 않느냐고 철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 군인만 거주하는 섬은 우리 영토로 주장하기 어려운 면이 크다.
군사력으로 점유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입장이 아니다.
북한은 현재 연평도보다 훨씬 이남으로 자기들만의 NLL을 규정해놓고 있다.
언제 점령전을 벌이려고 덤빌지 모르기 때문에 주민이 거주하지 않는 한 군인들이 지킨다고 해서 그 섬을 우리 영토라고 딱히 주장할 수 없다는 말이다.
국민이 생계를 유지하며 경제활동을 하고 거주하는 곳은 실질적 점유가 되겠지만 군인만 가서 무기로 방어시설만 해놓는 섬은 억제력을 가지고 점유한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서해 5도에서 사람들이 다 빠져나오면 우리 서해는 그야말로 북한과의 쟁탈전을 불사해야 한다. 북한이 아무리 앞뒤 안가리는 무지한 무리라고는 하나, 그래도 중국과 국제사회의 안목이 있기 때문에 민간이 거주하는 섬에다 무차별 포격은 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
다만, 이번 연평도 사태는 북한의 내부 사정이 얼마나 급변하고 있고 권력 유지를 위해 김정은의 치적 쌓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가를 여실히 드러내는 북한의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은 우리 국민들이 연평도에서 빠져나가 섬을 통째로 비우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나머지 4개의 섬에서도 사람들이 동요하여 섬을 비운다면 정말 국방 예산의 절반 이상을 들여 서해 5도를 지켜야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제발 연평도 주민들에게 다시 거주해도 안전하다는 확신을 줄 정책이나 방어체계를 하루 속이 구축해주길 바란다. 연평도 주민들은 정부가 믿을 수 있는 정책과 군사적 대비책을 세워준다면 반드시 섬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그것이 나라를 위하는 일이고 자신들이 비겁하게 섬을 떠나지 않았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만들어주는 일이 될것이다.
지금 연평도 주민들만 불안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강원도 최전방의 민통선 마을들도 불바다의 위험에 빠져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다고 모두 고향을 등지고 피란만 간다면 국토는 누가 지키는가.
민방위나 예비군의 의미도 없어지는 셈이다. 지금은 의연히 자리를 지키며 나라에 힘을 보태야 할 때다.
이주 계획을 세워달라고 주장하거나 피해보상만 주장하는 것은 보기에 안타깝다. 마치 연평도 주민들이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대신해서 피해를 당한듯한 모양새는 좋지 않다. 그 포탄은 연평도가 아닌 다른 도시로도 날아갈 수 있었고 그 도시가 어디든간에 고통은 마찬가지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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