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이폰4 괜히 바꿨나

오션지 2010. 10. 10. 23:31

아이폰4..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선두로 수 많은 기대와 비평을 한 몸에 받았을 뿐 아니라 아이폰4 개발에 참여했던 애플의 중역이 해고되었다는 루머까지 양산하며 지금까지도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얼마전에 바꾼 아이폰4.

사용하면서 내가 줄 수 있는 점수는 10점 만점에 7.5 정도이다.

가장 결정적인 마이너스 요인은 데쓰 그립이다.

어떤 이들은 뽑기가 잘 되면 괜찮다고 하지만 이건 뽑기의 문제라기 보다는 제품 자체의 설계 문제가 틀림없다. 사람의 신체를 안테나 삼아 더 높은 수신율을 노린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그 계획이 심각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데스 그립의 문제점 외에 또 다른 마이너스 요인은 수신율 문제이다.

이것 역시 문제가 없다는 일부 의견이 있긴 하지만 나는 아내의 3Gs와 내 4G를 가지고 충분히 비교할 수 있으니 정답은 나에게도 있다.

우선 아내의 3Gs는 동일 장소에서 전혀 수신율 감소 현상 같은 것은 없다. 게다가 데스 그립이라니...이런 건 아예 느낌도 없다. 전화 잘 오고 잘 받고 인터넷도 안되는데서는 안된다고 수신율 표시기가 정직하게! 표시해 준다.

 

하지만 내 4세대 아이폰은 불행하게도 좀 멍청한 편이다.

수신율 감소가 사람이 짐작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신호가 늦게 간다거나 받을때 슬라이드 바가 잘 움직이지 않는, 즉 반응이 느린 상태도 자주 경험하고 있다.

 

처음부터 복원을 해볼까..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이 두 가지 기능은 상당한 심각성을 내포하고 있다.

다만, 아이폰4가 가진 다른 장점들이 워낙 여러가지다 보니 그런 것으로 이 부족함을 메꾸고 있는 양상인 셈이다.

 

또 하나 심각한 문제점은 아이폰4에 들어와 문제점으로 대두된 근접센서 오동작.

처음 받았을 때 전화를 받으려고 귀에 가까이 대자 갑자기 통화내용이 스피커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좀 황당했다. 장소가 도서관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당하는 일이라 허겁지겁 터치를 하며 겨우 진정시켰는데 지금 생각해도 창피하다.

 

최근 들어 업데이트가 되어 잦은 현상은 없어졌는데 며칠 전 또 다시 그런 현상이 생기는 것을 보면 아직 완벽한 패치는 아닌듯 하다.

 

그 외에 내가 겪은 문제점은 잦은 멈춤 현상이다. 문자를 받았을 경우 갑자기 먹통이 되어 슬라이드를 움직일 수가 없게 된다. 혹은 전화를 받을 때도 슬라이든 멈춰버린다. 그래서 전화한 측에서 조금 인내심이 부족하면 전화는 끊어지고 만다.

중요한 전화일 경우 상대방에게 상당한 실례가 아닐 수 없기 때문에 이 오동작을 생각할 때면 화가 나고 당장에라도 환불을 받고 싶은 심정이다. 정말 요즘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올드맥에서부터 최신 맥까지, 아이북과 파워북을 섭렵하면서 한 번도 애플 제품에 대해 이렇게 심각하게 화가 난 적은 없다. 비싸디 비산 3Gs 폰을 구입해 사용하면서도 아주 만족하며 사용했었다. 그러나 500만 화소의 카메라와 전방 셀프 카메라, 그리고 퍼포먼스 면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아내에게 3Gs를 억지로 양도하고 사용하게 된 아이폰4가 아닌가.

 

하지만 아이폰4의 전체적인 기능 오류는 실망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카메라 기능이라든지 혹은 퍼포먼스가 좀 높은 어플을 사용할 때는 심지어 내부 메인보드가 타는 듯한 냄새마저 난다.

아무래도 서비스 센터에 가서 확인을 해야할 일인가보다.

중국쪽에서 제조되다 보니 나사가 뒤바뀐다든지 볼륨 버튼의 위 아래 위치가 바뀌는 현상, 다 이해하지만 메인보드 타는 냄새는 이해할 수가 없다. 간혹 어떤 어플을 사용할때는 열이 심하게 나서 놀랄 정도가 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이렇게 실망하는 이유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애플이 그 동안 개발해 왔던 제품의 라인을 살펴보면 성공작도 있고 실패작도 있는것이 사실이다.

올드맥 중에서도 다 성공한 것은 아니다. 리사 같은 경우는 너무 비싼 가격 책정으로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소멸된 애플의 대표적 실패작의 하나이다.

게다가 파워북 중에서도 5300 시리즈는 일부 성공 버전을 빼고는 어중간한 느낌과 기능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제품이기도 하다.

최근 제품 중에서는 성공작이라고 한다면 아이북 시리즈의 일부가 있겠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양의 격차로 파워북에 밀리면서 역시 아쉬운 실패작의 대열에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대표적인 성공작이라면 올드맥 중에서는 se시리즈와 475파워맥, 그리고 7600파워맥 시리즈와 9600 정도가 있을 것이고 초기 아이맥 시리즈는 상당한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의 파워맥 프로는 퍼포먼스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 야심적으로 출시한 G5시리즈는 일부 특정 계층에서만 환대받았을 뿐 대체적으로 실패한 제품이다.

맥북 시리즈 역시도 초기 제품들은 심한 발열로 외관이 휘거나 액정이 굽는 현상 등으로 외면 받았지만 최근 나오는 제품들에 와서 겨우 진정되어 있는 상태이다.

한 때 많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받았던 파워북 에어 시리즈도 실패작 중의 하나다.

 

기타 등등...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애플은 그래도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지지를 받았던 것이 사실인데 이번 아이폰4는 실망감의 정도가 매우 보편적이라는데에 큰 문제가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이폰4는 임상실험용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애플은 각성해야 한다. 제품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얼마나 제대로 패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 같은 진정한 애플빠가 아닌 어중간한 사람들에게도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지금의 아이폰4 정도의 개발 의지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잡스는 말했다.

 

"우리는 아이폰을 직접 개발하지 않았다. 그냥 필요한 것을 찾았고 그것을 가지고 창작했을 뿐이다"

라고..

 

그러나 그것이 문제다.

그런 면에서는 삼성이 악착같은 면이 있다. 한국인 정서에 맞는 끝까지 책임지는 A/S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소비자 보호 정책이 얼마나 합리 라는 명목하에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냉혹하게 비춰지는지 애플 본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전혀 눈치를 못채고 있다. 한국 애플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적극적 권한도 의지도 없으니 말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고.

 

나와 비슷한 유저들이 왜 아이폰4를 선택하는 것일까?

얼핏 생각하면 그냥 겉멋이나 잡는 거 아닐까, 또는 새로운 것, 앞서가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충동 구매로 이어진 결과는 아닐까 하는 의혹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갓 대학 졸업한 풋내기 사회인도 아니고 어떤 것에 쉽게 충동을 느껴 구매할만큼 여유있는 사람도 아닌, 우리 40대 가장들에게 아이폰4는 '필요'에 의한 구입이다.

전화번호 하나 백업하는데에도 케이블을 찾아야 하고 컴퓨터를 수리하고 나면 들어있던 각종 자료들이 다 날아가니 다시 핸드폰에 입력해야 하는게 우리 40대 아저씨들의 고난이다. 찍은 사진을 컴퓨터에 채 옮기기도 전에 다 날아가버리면 그 때 느끼는 허탈감은 일하고 월급 못받는 느낌이다. 하지만 아이폰은 연결만 하면 언제든 백업을 해주고 시디를 집어넣으면 백업도 해준다.

 

아이들 몇을 키우면서 아까운 돈에 무슨 게임 살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앱스토어란게 있는 줄은 알지만 1.99불 하는 어플 하나 사는데에도 큰 아들 책 사줄 일이 눈에 밟히는게 40대 가장들의 아픔 아닌가.

그래도 힘들지만 아내와 재미있는 사진 찍고 가까운 공원에 나가 잠시 즐기면서 동영상 찍어보는게 또 우리들 중년 가장들의 유일한 낙이라면 낙이다. 그런 일련의 작은 기쁨들을 누려보기 위해 구입하는 것이 아이폰이다.

그럼 굳이 아이폰이어야 하는가. 다른 스마트폰도 많은데...

맞다. 다른 것들도 많다. 아이폰은 그냥 선택의 대상이지 비교나 판단의 대상은 아니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들로 선택한 아이폰4이건만...실망감을 많이 주는 폰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다른 뛰어난 기능들이 있으므로 조금은 위안을 삼고자 한다.

 

애플의 향후 정책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