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나 사람이나 만드는 사람들의 정신이 문제다.
엘쥐나 삼송이나 기업간 경쟁이 우선이 아니라 소비자가 우선일 것이다.
만약 이것이 아니라면 두 기업 모두 기업윤리에 크게 벗어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역쉬, 엘쥐와 삼송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도 공통의 필요가 생겨났다.
앞서 아내가 찍었던 나의 찬연한 흑백 사진을 내 팔천이 얼굴에다가 박을라고 했다.
그래서 멋도 모르고 아내가 포토메일인가 뭔가로 나한테 멜을 보내겠다고 해서 그럼 내가 받겠다고 하고 기둘렸다.
근데 아내가 보내자마자 내 팔천이에게 메시지가 나타났다.
골때려서 내 표현방식대로 하자면, 삼송이하고 팔천이라고 말이 안통하니 딴데 가서 알아보라는 것이었다.
네이트에 들어가서 죽어라 찾아도 그넘의 포토메일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고수의 도움이 필요하건만 초팔천이로서는 고수를 찾는 일도 노가다였다.
한편, 내가 어리버리하지만 명색이 교인이라 벨소리를 야곱 뭔가로 바꿀라고 네이트에서 받아가지고 바꿀때도
마누라가 그거 자기한테 보내주면 안되냐고 그래서 보내줄라고 네이트에서 마누라 핸펀 찍었더니
그런 짓 하면 안된다고 해서 찔끔해가지고 마누라 따로 나 따로 받은 기억이 났다.
아차, 이건 사이버적 단절이라! 마누라와 나는 결코 서로의 얼굴을 보낼 수도 받을 수도 없게 된것인가!
아무리 개인플레이가 판을 치는 세상이라지만 어찌 이런 생이별을...
우린 갑자기 엄청난 거리감을 느꼈다. 그래서 위기감이 고조되자 나의 잔머리가 발동을 걸었다.
그래 저장 장치를 이용하자! 내 저장 장치는 아직까지도 32메가이다.
보내주겠다던 사은품이 아직까정 도착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
암튼, 마누라의 삼송이도 찍은 사진을 저장장치로 보내는 기능은 갖추고 있더라...
참, 다행이다 싶어서 마누라 32메가짜리 sd카드를 뽑아가지고 내꺼에다 끼웠다.
감격적 순간이었다. 디지털적 분단의 현실을 아날로그적 노력으로 해결했다는
이 시대역행적 행위에 대해 여러분은 찬사를 보내달라! 삼송과 엘쥐도 나를 칭찬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마누라 자료를 내게 옮기고 이젠 내껄 옮길라고 내 메몰을 빼서 삼송이에 끼울라고 보니,
아, 삼송이는 속좁은 녀석이었다. 결국 내 메몰에 있던걸 기본 메몰로 옮겨놓고
다시 삼송이 메몰을 꽂고 거기다 복사해 넣고....이러저러해서 암튼 골아프게 자료를 교환했다.
여기까정 읽으신 분 중 고수님은 분명히 내가 얼빠진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실 것이다.
팔천이 씽크 시켜놓고 데탑에다 자료 복사해둔 뒤 삼송이 싱크 시켜서 기냥 팍팍 쏘면 될텐데...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정말 최근에야 알았다.
또한 적외선 포트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팔천이 싱크 케이블이랑 삼송이 싱크 케이블이랑 같이 써도 된다는 것,
정말 마누라하고 한판 승부를 하기 위해 무쟈게 노력한 나의 피나는 노력의 대가로 겨우 알아낸 사실이다.
어쨋거나 서로 연결이 되었으니 우리의 처절한 웬수같은 사랑을 다시 확인 할 수 있어서 그것만은 다행이었다.
마누라는 핸펀에 주렁주렁 달리는게 싫어서 기냥 들고 다닌다. 깔끔을 떤다.
그래서 마침 팔천이 살때 받았던 그 뭐더라...귀고리 같이 생긴거..길기만 했지
진짜루 멋대가리 없는 그건 빼버리고 삼송이한테 따라온 고리 달린 은색 귀고리를 달았더니
어울림과 동시에 새끼 손가락에 걸고 다닐 수 있어서 수전증 있는 나에게는 안전마춤이었다.
마치 날 닮은 듯, 팔천이의 포용력 있는 하드웨어와 마누라 승질에 딱 맞는 삼송이의 밴댕이
속알딱지 같은 호환성이 이렇게 서로에게 뭔가를 나누어주면서 화해모드로 접어들게 되었다.
요즘은 내가 마누라 200만화소 디카를 사용한다. 화질이나 촛점 조절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웬수' 하면 나한테 바로 전화를 걸어주는 음성인식 다이얼 기능도 삼송이가 갖추고 있어서 마누라한테 쫌은 편리하다.
글고 내 팔천이는 음악을 듣거나 핸드스토리로 같이 기사를 읽거나 온누리 큐티 사이트 클립해서 매일 아침마다 성굥을 볼 때 함께 사용한다.
묘하게도 전화를 주로 사용하는 마누라한테, 그리고 일정이나 메모가 더 많이 필요한 나에게 모두 딱맞는 제품이 들어왔다.
아직까지 문제가 뭔지도 몰라서 교품도 안했고 롬업뎃도 안했지만 내손에 착 달라붙어서 하루 종일 떠날줄 모르는 팔천이가
마냥 고맙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나의 찬연한 흑백 사진을 팔천이와 함께 올려볼까 한다.
마누라 몰래 찍은 삼송이도 함께... 웬수 웬수 하면서도 지울라고 하면 못지우게 하는
마누라의 양파껍질같은 속을 알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올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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