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내가 사는 지역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하게 신간 부스에 꽂혀있는 책 한권을 발견하게 되었다.
책의 제목이 바벨탑에 갇힌 복음이었다.
지역 도서관이다보니 신앙서적 쪽으로는 잘 가지 않는 편이었기에 별 관심이 없이
드나들던 곳이었는데 그 날은 누가 반납을 했거나 빌려가려고 갖다 놓은것 같다.
책을 들고 제목을 자세히 보니 번영신학을 고발한다 라는 글도 보이고
원제는 Christianity in crisis라고 되어 있길래
관심이 생겨서 목차부터 보게 되었다.
가장 먼제 눈에 띄는 부분은 베니힌, 조엘 오스틴 등의 이름이었다.
베니 힌이라면 안녕하세요,성령님 이라는 책을 쓴 사람이고
조엘 오스틴은 요즘 기독교 방송에도 자주 나오는 말끔한 젊은 목사..
게다가 며칠 전 아내가 손에 들고 읽고 있던 긍정의 힘..
그 책의 저자가 아닌가.
베니힌의 책 안녕...이 책은 오래 전에 읽다가 도중에 멈추었던 기억이 있다.
내용 자체가 지나치게 신비주의적이었고 복음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짙게
나타난 것이 내 마음에 읽기 어려운 감정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반도 안되게 읽다 만 책이 지금 책장 어딘가에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 사람의 이름을 보니 다시 한 번 책의 제목을 보게 되는 것이다.
조엘 오스틴 목사의 설교는 지역 케이블 방송에서도 간혹 나오고
그의 설교를 들으면서 긍정의 힘에 나오는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고 생각했고
사실 별 비판적 의식 없이 또 어느 유명한 목사가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보다
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긍정의 힘이라는 책은 실상 얼마 되지 않은 지난 겨울에 중고 서점에 아이들과 함께 갔다가
거기서 우연히 발견하고 구입해온 책이었다.
하도 긍정의 힘이라는 책이 자주 나오고 친구들도 그 책이 읽을만 하다고 하니
관심이 있긴 했는데 긍정의 힘이라는 제목 자체가 이미 그 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 사고에 관한 글도 많이 썼고 자기 계발서들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 얘기라서
그걸 어떻게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워 구입할 생각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병호씨의 책들에서도 긍정의 힘이라든지 자기 확신이라든지 하는 얘기들은
어렵사리 찾아볼 수 있다. 시크릿이라는 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근에는 어린이용 시크릿 책도 나와있어서 아이들에게 구입도 해주었기에
그 내용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조엘 오스틴 목사의 긍정의 힘이라는 책의 목차를 살펴보니
뭐 크게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미루던 것이
마침 중고서점에 하나 있길래 몇 천원을 주고 사왔던 것이다.
그 책을 아내가 손에 들고 읽기 시작한게 지난주 부터였다.
평소에 드라마 하는 날이 되면 케이블 방송의 지난 방송 보기를 섭렵하기
좋아했던 아내가 그 책을 들고 밤 늦게까지 읽는 것을 보고
참 놀랄 일도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기실 이 책을 접한 내가 책의 내용을 설명해주자 아내가 충격을 많이 받는 모양이다.
본래 읽은 책을 서로 요약해서 말해주고 의견 교환을 하는 습관이 많이 배어있는
우리 부부지만 이런 사고의 충돌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이 책이 주는 충격은 그만큼 우리 부부의 사고에 파장이 큰 셈이다.
아내는 이 책을 읽는 와중에 나에게 몇 번씩이나 긍정적인 말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관해 말해왔었다.
나 역시 그러한 부분이 중요하지 않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심지어 아내는 그동안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자신의 사고방식이 후회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긍정의 힘이 그만큼 놀라운 것이기 때문이리라.
긍정의 힘을 읽으면서 아내에게 조금씩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우선, 가정에 조금씩이든 크게든 산재해 있는 걱정거리들에 대해서 전과는 다른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의 교육 문제나 재정 문제, 그리고 교회와 신앙에 관한 문제까지
일반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염려들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한편으로 오스틴 목사의 책이 참 힘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기에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 책에 매료되어 그 생각을 긍정하고 따르고 실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수긍이 갔다.
어느날인가,
방송에 나온 오스틴 목사의 설교에서 그는 직접 그런 말을 했다.
어느 건물을 사려고 했는데 자기들의 힘으로써는 도저히 불가능한 재정 상태였는데
아내와 자신이 긍정의 말과 힘을 믿고 계속 기도했을때 그 건물이 자기들의 것이 되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현재 자신들은 재정적으로 걱정 없이 살고 있고
세계적인 사역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설교를 들은 수많은 사람들은 환호했고 박수를 쳤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임팩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오스틴의 설교에는 늘 성공에 관한 메시지가 은연중 배어있다.
성공이 복음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또한 오스틴 목사의 설교를 들어보면 자주 경제 문제에 관해 언급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도나, 사업 실패, 신용불량, 재정 위기, 파산 등에 관해 말하면서
긍정하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그 가르침이 자기계발 세미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데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이 책의 또다른 교훈이기도 하다.
성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리고 목사는 반드시 가난해야 하고 성도는 부를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이 은연중 한국 교회의 전통을 타고 흐르는 신앙의 유전자 같은 것이었다면
오스틴의 가르침은 실로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은 모두 잘 살 수 있다고 믿게 된다.
온라인 상에서 행해지고 있는 수많은 설교들에서도 쉽게 이런 정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스도인이 잘 살아야 남에게 모범이 된다. 구차하게 살면 예수 믿어서 저렇게 되었다고 하니
그리스도인은 잘 살아야 한다 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맞는 말이면서도 맞지 않는 말인 모순에 빠져버린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사는 방법인가를 가르치지 않는데에 문제가 있다.
그 애매한 가르침 속에는 헌금과 기도와 헌신과 봉사가 믹스되어버린다.
심지어 주일에 가게 문을 닫아야 복을 받는다는 이상한 가르침까지도 여전해 팽배해있다.
주일에 가게 문을 닫는 이유는 닫지 않으면 복을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경배하고 그분께 순종하기 위해서라고 가르쳐야 옳은 일이다.
다 아는 사실인데도 망각하는게 우리들 교인이라면 지속적인 깨우침은 늘 필요한 법이다.
번영 신학이라는 말은 이 책을 통해서 생소하게 접한 단어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깨닫게 되는 두려운 사실은 이러한 번영 신학의 면면이
기성 교회의 교리와 신앙보다 얼마나 매력적이고 달콤한지
마치 기성교리가 밋밋하고 멋없는 호박엿이라면
번영신학의 가르침들은 예쁘게 포장되어 보암직하고 먹음직한 사탕같은
느낌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은
그 사탕을 먹기 위해서는 많은 지출이 필요하고 영적 건강을 담보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충분히 상품성이 있게 출시된 그 신학을 개걸스럽게 받아먹는 지경까지 와버린
교회 대중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이도록 만들어준다.
아내에게 책에 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의견교환을 하던 중에 깨달음이 있었다.
결국 우리가 겪는 이런 사고의 충돌 이면에는 한가지 중요한 이슈가 존재하고 있는데
그건 복음이라는 것, 우리 신앙의 진정성의 바탕이 되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관한
고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스틴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이는듯한 문제를 늘 가지고 있는것 같다.
우리에게 있어서 예수의 사역은 사실일 뿐만 아니라 중요한 의미인데도 불구하고
38년된 병자의 사건이나 십자가상에서의 죽음 등에 관한 그의 시각은
변화를 필요로하는 현대인에게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든가 혹은 예화에 지나지 않도록
심각하게 폄하하고 있다는 점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그 외에 더 풍성한 내용들이 책을 빛내주고 있지만 논문 쓰는 일도 아닌데
스토일러가 될까 두려워 이만 줄이고자 한다.
책을 읽으며 느낀 점에 대한 감동도 크거니와
이 책을 출판한 모체의 정체?가 궁금한 나머지 이렇게 홈페이지까지 찾아오게 되었다.
다행히 안심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므로! ^^ 오히려 희망을 느끼며
새물결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걸맞도록 앞으로 더욱 소중한 책들을 많이 번역해주길 바란다.
덧붙이자면,
오스틴의 책은 국내 굴지의 출판사에서 내놓아 그 파장과 효력이 말로 할 수 없을만큼 크다.
특히 젊은 이들에게 그 출판사가 끼치는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더 많이 걱정스러운게 사실이다.
책을 출판함에 있어서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도 계획하여
어느 것이 옳고 그른가의 판단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대범함이
이 출판사에 있기를 바란다.
너무 길어지는 서평에 죄송함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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