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1차 세계 대전에 관한 자료가 필요해서 도서관에 들렀다.
마침 1차, 2차 세계 대전 관련 책이 있어서 두 권을 다 빌렸다.
그리고 집에 와서 천천히 읽기 시작했는데...
첫 장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책의 제목은 The ,First World War(원제), 우리 번역서 제목은 1차세계대전사였다.
존 키건 지음, 조행복 옮김. 책은 청어람 미디어에서 출판한 것이다.
역자의 이름을 밝히는 것이 좀 꺼림칙하지만 번역서를 이렇게 내놓는 무책임에 대해서는
따끔한 질책도 필요할듯 하다.
책이란, 사람에게 양식을 전해주는 보고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역사적 사건들을 다루는 책은 그 중요함이 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을 번역해 놓은 것을 보면 청어람미디어라는 출판사의 자질이 의심될 정도다.
나도 번역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만
요사이 하지 않고 있어 감각도 많이 흐려지고 잊어버린 어휘도 많은데
아무리 알바를 시켜서 초벌번역을 한다 해도 이건 너무한 것이다.
내용을 보자.
이 책의 표지 모습이다.
가격은 자그마치 32,000원이다.
존 키건의 책은 아마존에서도 찬사가 이어질만큼 그 가치를 높이 인정받는 책이다.
번역 본문이다. 처음 부분부터 읽어보면 도무지 무슨 얘긴지 한 번 읽어서는 잘 이해가 안된다.
물론 내가 머리가 나빠서 그렇겠지만 주어와 술어, 주부, 술부가 뒤죽박죽 섞여있고 기독하리만치 영문법식으로
해석을 하고 있어서 우리 나라 사람이 번역한 것 같지가 않다.
존 키건의 The First World War 원문이다.
번역서와 맞추어 맨 앞부분만 발췌했다.(아마존)
확인하기 쉽도록 아래에 번역서 원문과 본인이 다시 번역한 내용을 동시에 실어본다.
물론, 본인의 번역이 완벽하지 않고 어설프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적어도 번역 원문처럼 해서는 안되겠기에 용기를 내어 적어본 것이다.
[번역 원문]
1차 세계 대전은 비극적이고 불필요한 전쟁이었다. 신중함이나 공동의 선의가 제 목소리를 냈더라면 최초의 무력 충돌에 앞선 5주간의 위기 동안 어느 때에라도 대전의 발발로 이어졌던 사건들의 사슬을 끊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불필요했고, 첫번째 충돌의 결과로 1000만명의 목숨이 사라졌고 추가로 수백만 명의 정서적 삶이 고통을 당했으며 유럽 대륙의 호의적이고 낙관적인 문화가 파괴되었고 4년 후 마침내 대포소리가 잦아들었을 때 너무나 강렬한 정치적 원한과 종족간의 증로를 남겨 이러한 근원은 언급하지 않고는 2차 세계대전의 원인에 대한 어떤 설명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극적이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앞뒤가 정돈되어 있지 않다.
책 내용 거의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번역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번역가의 한국어 문장 실력에 심히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필자가 고쳐 번역한 것]
1차 세계 대전은 비극적이고도 불필요한 충돌이었다. 이 전쟁이 불필요했던 이유는 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사건들의 고리가 맨 처음 무력 충돌이 일어날때까지의 긴장된 5주동안에 언제든지 깨질 수 있었고 신중했을 수 있었으며 선의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전쟁이 비극적이었던 이유는 이 전쟁으로 인해 천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만명의 가슴에 상처를 남겼으며 자애롭고 낙천적인 유럽 대륙과 서방의 문화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4년 후 전쟁의 포성이 잦아들었을때 정치적인 원한이 남긴 유산과 민족간의 증오는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원인이 될 수 밖에 없을만큼 강렬했던 것이다.(언급하지 않고서는 어떤 설명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해도 무관하지만 보다 의미 전달을 쉽게 할 수 있는 번역이라면 이렇게 해도 큰 문제가 없다)
첫 문장에서부터 번역서는 주어가 도망가고 없다. 주부 없는 문장이 어찌 제대로 된 문장일 수 있을까. 그냥 영문 단어를 줄줄이 해석해서 지극히 문법적으로 이어다 붙이면 저러한 번역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직역과 의역의 사이를 교묘히 넘나드는 번역서의 글을 보는 마음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존 키건의 책을 한마디로 폄하시켜버린 커다란 악역의 대표적 예라고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저 좋은 원문의 풍부한 감성적 내용을 딱딱하기 그지없는 영문법식 해석으로 망쳐놓은 것을 오타와 오역을 고쳐 내놓아 기쁘다는 식으로 후기를 쓸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역자는 저 책을 재번역하여 제대로 다시 출판하여야 할 것이다.
이 책을 빌려읽든 구입해 읽든 책의 내용이 저자의 풍부함에 반도 못미친다면 오역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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