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언론에서 나온 말이다.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이 죽였길래 훈장을 받나..' 라고 했다"
참전 용사의 한탄 섞인 말이라고 한다.
우리 아이가 어느날 묻는다.
"아빠, 6.25는 왜 일어났어?"
쉽게 답하기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나조차도 까맣게 잊고 있던 일이고
일년에 한 번 6.25 기념일이 되어야 생각나는 까닭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비판의식이 매우 강하다.
어떤 사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고 비판적인 사고로 대하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 있다면 그와는 달리 매우 빨리 수용하는 자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유튜브나 트위터, 내지는 미니홈피, 페이스북 같은 최근의 미디어 환경을
즐길줄 알고 활용할 줄도 알기 때문에 더욱 그런 현상이 돋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옛날 운운하면 고리타분하다고 하고 과거 이야기를 하자면
왜곡되어 있다고 하거나 역사의 피해자라고 생각하기 좋아하는 요즘 시대 사람들 중의
한 사람 역시 나다.
이런 세태가 낳은 결과는 역사에 대한 시각이 예전보다 더 비판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 아닐까.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그에 넘어서는 비판적 사고와 의식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을 일단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것이 사고의 전환이요 출발점이라고 믿는 모양이다.
내가 배운 시절의 역사 선생님들이나 교과서는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빨갱이라고 가르쳐왔다. 반공 의식 교육을 받았고 국기에 대한 예절과 조회시간마다 이루어지는
국가 의례에 길들여져왔던 시절에 공부하고 자란 사람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온 나이지만 맹목적인 안보의식이나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개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군대 시절에 정훈 교육장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나름 활약했던 내게도
나름의 비판의식은 있고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정관념적인 시각만 있는건 아니다.
요즘 전교조 교사들 중의 일부는 북침설을 가르치기도 한다고 들었다.
와전된 말일 수도 있고 현장에서 어떻게 가르치는지 보지 못한 까닭에 곧이 곧대로
그 말을 믿지는 않는다. 또한 요즘 젊은 층에서 주장하는대로
만약 기존 역사가 조작된 것이라면? 하는 의혹이 아예 없는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런 교육이 비판적 시각에서 단순히 퀘션 마크로 가르쳐지는 것이 아니라
아직 성숙하지 못한 한국 교육 환경에서 배우는 아이들에게 또다른 진실처럼
주입될 가능성에 있다.
비판적 의식이란 것은 기존 사실을 부정하고 새로운 정보에 대해 맹목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가 아니다. 진실이 어떤지를 찾아가는 자세가 비판적 사고의 핵심이다.
그러나 한국 교육 현장에서는 마치 모두 예스라고 할 때 노우 라고 하는 선생님이
남이 모르는 진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비약되고 아이들은 거기에 열광하거나 추종하게 된다는
문제점이 자리잡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남북전쟁이 강대국의 힘겨루기에 희생된 약소국의 설움이라고
믿는다면 그에 마땅한 뒷받침 자료나 근거가 충분해야 한다. 거기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별로 없으면서도 오직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신선한 주장이라고 믿고 추종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
기정 사실이라도 그것을 믿을 수 있도록 자기 자신에게 떳떳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북한 인민에 대한 동포애 또는 동정심이 체제를 이끌고 있는 김정일에게까지
이르러서는 안된다. 젊은 친구들은 이 점에 대한 보다 깊은 사고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애써 귀찮은 이데올로기 문제를 짊어지기 싫어하는 까닭이다.
젊은 사람들은 호프집에서 맥주잔을 들고 남한 체제의 문제나 정치적 오점 등에 대해
서슴없이 비판하고 스스로를 최면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삶의 문제에 있어서 가장 근간을 이루는 국가라는 체제를 이루기 위해
또는 편안한 안녕을 제공하는 현재의 환경을 이루기 위해 자기들이 그토록 환멸하는
지난 역사의 덕을 보고 있다는 생각은 하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을 얼마나 죽였으면 훈장을 타겠냐고 하는 그 말이
젊은이의 치기 어린 비판이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 말을 들은 당사자에게는 피눈물이 따로 없는 상처를 남길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굳이 신경쓰려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누리고 있는 평화와 번영이
어디선가 그냥 온 것이고 당연히 자신이 누릴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또 얼마나 치기 어린 생각인가.
천안함 사태든, 서해 교전이든, 또 6자 회담이든..
현장에 나가서 실무를 담당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간에
고통이 따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희생자의 가족들이 겪는 고통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더 큰 고통은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 일쯤 하나의 사건으로 기억 속에서 서서히 사라져갈
것이라는 사실은 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다시 월드컵과 올림픽, 그리고 새로운 IT기기들과 산업의 결과물들에
환호하기도 바쁜 지경이 되어가고 있으니까.
손에는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를 들고 다니면서
등에는 루이비통 베낭을 매고 나이키 신발을 신고 다니는 젊은 친구들이
이 사회에 옛날부터 내려온 역사적 짐덩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고 하지 않고
그냥 비판만 하려고 한다는게 서글프기 짝이 없다.
누릴 것을 다 누리면서 기름진 정신적 향유를 비판과 손가락질, 그리고 삐딱한 사고로
에너지를 낭비하는데에 사용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6.25는 그냥 사건일 뿐이다.
강대국 틈에 끼어서 새우등 터진 격으로 당한 하나의 사건 말이다.
그 사건으로 수백만명이 죽었어도 그건 그냥 지나간 과거의 일이 되고 만다.
전쟁이 일어나면 해외로 도피하지 않고 조국을 지킬 젊은이들이
북한을 주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총을 겨눈다는 말인가!
나라 위하는 마음의 표현도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냥 시청 광장앞에서 맥주캔이나 따면서 소리 고래고래 지르는 그것으로
마치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역군인것처럼 행동할 일이 아니다.
힘 안들이고 자기 편한 시간에 '대한민국'이라고 외치는 일쯤은 초등학생들도 다 하는 애국이다.
그러나 이 편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목숨바쳐 싸운 사람들에게 '사람을 몇명이나 죽였길래'...
내가 이렇게 누리고 사는가 하는 생각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말은 좀 더 조용한데서 혼자 했어야 할 일이다.
조선일보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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