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여행할때 주의할 점 몇가지 적습니다.
꼼꼼히 읽어보시는게 여러모로 좋으실 것입니다.
1. 현재 국내에서 발간되고 있는 인도 여행 잡지를 맹신하지 말것.
인도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곳입니다. 특히 여행잡지에서 말하는 현지 물가는 몇 달 사이에 변하니
맹신하여 현지에서 그 가격을 고집하지 말기 바랍니다. 잡지는 그냥 지도나 위치 정도 파악하는데 사용하시고
나머지는 현지에 가서 몇 번만 접해보면 물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은 알고서 잡지사에서는 매년 최신간이라는 타이틀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것입니다.
몇 년 전꺼라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지도 입니다.
백배나 플래닛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책들에 나오는 숙소나 까페들 소개로 인해서
여행 초보자들의 경우 책에 나온 곳이니 믿을만 하겠지, 안전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안내 책자들이 다소 맹점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책 머리에 아무리 강조를 한들 누가 제대로 신경을 쓰겠습니까? 여행이라는 제목 자체가 일부 감각을
무디어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데 말이지요.
그러니 책을 무조건 적으로 믿는다던가 책에 나온 까페나 음식점, 숙소 등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는 여행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들은 바로는 플래닛은 매년 2회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한다고 합니다.
그 나머지 안내 책자들은 어떤지 모르겠군요. 인도는 한 두달 사이에 수십개의 건물이 지어지고 도로가 바뀌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인도로 들어오는 관광객들의 숫자도 하루가 다르게 많아지고 있습니다.
관광지 상인들은 이 점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노리고 있습니다.
실은 저도 빠하르간즈에 갔을때 몇 번의 실수를 할 뻔한 경험을 했는데 나름 좀 알고 간 저도 하마터면
방심해서 실수할 뻔 했던 곳에서 여성들이나 초보 여행자들은 더욱 그런 실수에 노출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빠하르간즈 골든 까페에 가서도 일부러 들어가긴 했지만 역시 거기 한국말 잘하는 친구가 이런 저런
이야기로 나와 말을 트려고 하는걸 보고 참 이런 사람한테 잘못 걸리면 왠만한 사람들은 하자고 하는대로
따라하고 말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여행은 심신이 긴장과 피로의 연속이고 정신적인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것입니다. 여행의 기쁨은 여행하는
도중에 얻는다기 보다는 여행 후에 사진이나 기억을 더듬으며 하나씩 되새길때 더 큽니다.
여행 과정은 기록의 과정이고 추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지 그 자체로 즐긴다는 것은 사실상 왠만한
내공을 가지지 않고는 힘든 일입니다. 저도 몇군데 여행해봤지만 정말 내공이 있는 분들은 여행 과정이
각박하거나 일정에 쫓기거나 시간이 아까워서 혹은 돈이 아까워서 허둥대며 눈에 불을 켜고 보러 다니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하루 종일 타즈마할에서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리 눈에 띄게 행동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신과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책을 너무 의지해서 일정을 빡빡하게 잡고 또 거기에 따라 움직이려고 애쓰는 것도 보기에 참 좋지 않거니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인도라는 특성에 맞추어서도 그리 효율적인 방법이 아닌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교과서와 참고서의 차이인데 공부잘하는 학생들이 교과서만 봤다고 하면 믿지 않듯이
우리 역시도 여행에 참고할 만한 책을 보고 그걸로 계획을 다 잡았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것 같습니다.
2. 여성 여행자들이 특히 주의하실 사항이 많이 있습니다.
우선 여행에 너무 들떠서 지나치게 웃고 떠들거나 화려한 의상을 하면 안됩니다.
특히, 관광지는 이미 수많은 한국 선구자들이 오염을 많이 시켜놔서 가격도 올려놓고 상인들 성격도 버려놨습니다.
인도가 싸고 새로운 곳이니까 한 번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간 분들이 현지에서 선진국 여행하듯이 하는 바람에
가격 장난이 심하고 여성들에 대한 인도 현지인들의 행패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건, 한국 여자들이 쉽다는 인식을 현지 상인들 일부가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지인들 대부분이 나름 상도덕을 지키면서 장사하려고 하고 있지만 일부 상인들은 아주 악덕 상인입니다.
좀 장사가 된다 싶으면 돈이 들어오고 유명세가 있는걸 좋아하는 인도인 특성상 거만해지고 다소 거칠어
지기까지 합니다. 그것은 곧바로 여성에 대한 인도인의 인식을 그대로 외국인인 한국 사람에게도
직접적으로 투영하여 여성을 성적인 대상, 내지는 천민 정도로 인식하고 대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델리에 갔을때 어떤 정신 나간 릭샤왈라는 아주 자랑스럽게 떠들어대더군요. 인도 여자가 한국 여자보다
그걸 잘한다..정말 민망하고 역겨워서 말이 안나올 지경이었지만 근처에 서서 빙글거리며 웃고 있는 다른
동료 릭샤왈라들도 있고 해서 괜히 트러블 만들지 않으려고 그냥 빨리 말 끊고 와버렸습니다만,
일부 한국 여성들이 인도에 가서 차마 입에 담기조차 싫은 행동들을 하는 바람에 일반화되어버린 인식이
있는데 그게 바로 한국 여자들 순진해서 조금만 꼬셔도 쉽게 넘어온다는 것입니다.
만일 선진국 외국 여성같으면 아예 손도 안대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외국 여성의 경우, 인도 남성이 원치 않는 접촉을 하거나 추행을 하려고 하면 바로
자기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고 경찰을 부르려는 액션을 합니다. 그러나 한국 여성들은 그런
생각을 하기 전에 우선은 부끄러움을 먼저 타서 그냥 일단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만 하지
자기 의사를 제대로 확고하게 표현하려고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선진국 여성들의 경우 영어 표현력이 뛰어나서 인도인들에게 정확하게 자기 거부 의사를
영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인도인들은 자기들 스스로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은
고급 식당에서 푸대접을 받습니다. 그러나 일단 영어가 잘 되는 인도인을 보면 상류층으로 인식하는 면이
있어서 정확한 표현력과 발음을 갖춘다면 쉽사리 덤비지 못합니다.
한국 여성들은 용기는 있을지 몰라도 영어에 짧은 편이고 아직도 동양적 사고 방식에 익숙한지라
단호한 표현을 못하고 겁에 질려서 도망만 나오려고 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인도 남성들은 이런 여성의 소극적 표현을 오히려 일종의 유혹으로 여깁니다.
따라서, 관광지에 가서 여성에게 추잡한 행위를 하는 인도인에 대해서는 일단 단호하게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설혹 영어가 안된다 할지라도 원치 않는 일이라는 인식을 할 수 있도록
보다 매몰차고 분명한 의사 표현이 필요합니다. 그냥 부끄러워서 도망만 나오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여성 여행자들은 인도 남성들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거나 함께 찍자고 하면
아무 거부 반응 없이 그냥 찍어줍니다. 한국에서도 잘 안하는 행동을 왜 인도까지 가서 말도 잘
안통하는데 그러시는지들 모르겠습니다. 그 때 슬쩍 터치를 하게 되고 그에 대해 정확한 반응이
없으면 인도 남성들은 그걸 오케이라고 받아들입니다.
정말 큰 일날 일입니다. 사진은 절대 함부로 찍어주면 안됩니다. 그리고 내 몸에 손을 대는 행위에 대해서
반드시 경찰에 연락을 하는 리액션을 한번은 해주어야 선례가 남아서 한국 여성들에게 허튼 짓을 못하는
것입니다. 그냥 귀찮으니까 나만 피하면 되지, 하는 생각은 너무나도 이기적인 생각입니다.
인도 경찰이 아무리 부패가 심하다고는 해도 여성에 대해서 추행하려고 한 사람은 단호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도는 내외적으로는 여성의 권익을 매우 잘 보호하고 있다고 알리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보복 당할까봐 두렵다구요?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한 번의 강한 임팩트가 그들에게는 공포가 되기 때문이지요.
3. 인도인의 외모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인도에는 의무 병역 제도가 없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대부분의 인도인들이 일찌감치
사회에 진출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또 결혼도 일찍 합니다.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참 많이 착각하는것이 인도인의 태도나 모습을 보고
'나이도 어린게..'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처음에 보기에는 수염도 기르고 얼굴도 검어서
좀 나이가 많이 들어보이는데 이런 저런 얘기하다보면 의외로 나이가 어린 것을 알고
속으로 좀 무시하기 시작합니다.
정말 답답한 행동입니다. 인도에서 20세가 넘으면 사회에 나가 생활 전선에 뛰어듭니다. 인도에서 25살은
우리 나이로 33살 이상의 경험과 사회적 위치가 됩니다. 더구나 현재 인도인의 평균 연력은 60세 정도입니다.
한국이 75세 정도라면 40정도 되어야 중년에 해당하지만 인도에서는 30만 되어도 이미 중년에
해당합니다. 그렇기에 인도인을 보고 함부로 우리 나이와 견주어 생각하면 안됩니다.
말투에서도 25살 먹은 인도인에게 Will you~라고 하는 것과 Would you~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인도 현실을 좀 알아야 이해가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너무 자기 생각에 충실합니다. 인도에 가서도 한국인 습성대로 행동하려고 합니다.
물론, 완전히 한국적 습성을 버려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인도에 대한 어느정도의 이해심은
가지고 가야 낭패를 당하지 않을텐데 우리 생각에 충실하다보면 경계해야할 것도 놓치게 되고
실제로 존중해야 할 것들을 무시하며 지내게 되는 것입니다.
솔직히 우리 한국 사람들은 일본인처럼 깍듯하거나 중국인처럼 철저한 면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유럽인처럼 다름을 쉽게 인정하는 마인드도 없습니다. 어매리칸들처럼 질서나 배려에 익숙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한국인답게 친절하고 예의바르고 사람 잘 믿는 백의민족 정신만 가지고 가는 것이지요.
더구나 해외에 나가는 순간부터 여행이라는 환각제에 취한 나머지 쉽게 정신 무장해제되는 분들이
많더군요. 극히 긴장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알아야 할것은 알고 가는게 옳습니다.
4. 선입견을 가지지 말아야 합니다.
인도인에 대한 우리 한국 사람들의 선입견은 사실상 매스컴이 다 만든 것입니다.
특히 한국인은 매스컴 맹종주의자들이 많기 때문에 매스컴에서 뭐라고 나오면 그것을 이면적으로 살피지 않고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중독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래서 매스컴에서 나오는 인도의 모습이 현재 인도의
모습이고 인터넷상에 떠도는 개인의 경험이 전체의 경험이 되어버리는 웃지 못할 이상한 일들이 되어버리는
경우를 보고 참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오토릭샤는 무조건 깎아야 한다든지, 무조건 절반 불러서 흥정해라든지, 왼손으로 악수하면 큰일 난다든지,
화장실은 더럽고 냄새가 난다든지 하는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사실들을 가지고 마치 고정된 이미지인양
떠들어대는 매스컴이나 미디어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을 보고 왜 우리 한국인은 이렇게 매스컴에 목을 매나..
싶은 생각을 한 두번 한게 아닙니다.
선입견은 정말 무서운 것입니다. 인도 사람들이 잘 웃지를 않습니다. 그러나 잘 웃는 사람 얼굴에 침 못뱉는다는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통용됩니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돈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한국인의 습성상 사람을 믿으면 돈까지 믿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건 아닙니다. 제가 오토릭샤를 탔을때 현지 물가로 50루피면 다니는 길을 오토릭샤가 80루피를
달라고 하더군요. 책에 나온대로라면 50루피를 불러야 하는 것이고 거기서 다시 흥정을 해야 하는 것인데
저는 그 사람에게 60루피를 불렀습니다. 그 사람은 안되겠다고 했고 내가 그냥 보내려고 하니 알았다고 해서
결국 60루피에 흥정을 마치고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오는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도 좀 하고 웃고 대화하는 경우도 몇 번 있었습니다. 릭샤꾼이 기분이 좋은지
묻지도 않은 주변 이야기도 잘 해주길래 기분 좋게 들어주면서 온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하자
릭샤꾼은 나에게 10루피만 더 주면 안되겠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딱 잘라서 60루피로 얘기되었으니 당신에 10루피를 더 줄 수는 없다고 했고 릭샤꾼도 두 말 없이
60루피만 받아갔습니다. 그럼 왜 50루피 시세를 알고도 60루피를 주었을까요? 그건 제가 외국인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나 외국인 프리미엄이란게 엄연히 존재하는게 인도의 현실입니다.
그걸 굳이 무시하고 현지인 가격으로 돈을 주고 다니겠다는 것 자체가 선입견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잘못하는 것은 오는 동안 릭샤꾼과 좀 친해졌다고 해서 그의 요구대로 10루피를 더 얹어주는 행동입니다.
그건 아닙니다. 인간적인 이해와 계산을 철저히 구분하는 것인 바로 가장 인도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인도에는 단골 개념이 없습니다.
오히려 단골에게 돈을 더 받지요. 그 이유는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자기가 공급해준다는데 대한 프리미엄을
받는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고 기분 나빠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다른 가게로 옮겨서
물건을 사보면 구관이 명관임을 쉽게 깨닫게 됩니다. 인도인의 사고는 그런 것입니다.
나는 그 문제에 대하여 가장 인도인답게 계산한 것이고 거기에는 한국적 정서가 개입되어서는 절대로 안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인도 여행시에 바로 이런 면에서 큰 실수를 하곤 합니다.
조금만 내게 잘해주면 쉽게 마음을 열고 계산에 전혀 포함되지 않은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다음에 올 동족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되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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