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사람들을 만났다.
처음에 오토릭샤를 잡아타는 날..
생각보다 더운 날씨와 엄청난 먼지..그리고 인도 사람들의 검은 얼굴과 커다란 눈동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가난과 삶에 찌든 모습들이 나를 짓눌렀다.
그러나 아이 유학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찾아온 인도인만큼 나는 어쨋든 움직여야했다.
길에 나서서 지나가는 오토릭샤들을 바라보며 누군가 알려준대로
두가지 마음을 먹었다.
'무조건 깎아라'
'서너 대는 그냥 보내라'
ㅎㅎ
단단히 마음을 먹고 게스트 하우스에서 알려준 표준 요금?을 다시 되새기며
오토릭샤를 잡기 위해 손을 들었다.
채 1분도 안되서 오토릭샤가 한대 멈춰섰다.
"빠하르간즈!"
"dhfowifdg dhksfhld sdofyowtefhgslhjd jsljdlgf hdljhslfd.."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빠하르간즈-상술에 속지 말자, 그러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이 상황이 그 때의 첫 상황이었다.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원...영어 같기도 하고 힌디어같기도 하고..
사실 출발전에 힌디어 회화 몇마디 알아서 가고 싶었지만 내 성격이 몇 마디 힌디어하고 나서
밑천 떨어지는 쪽팔림을 감당할 수 없었는지라 차라리 무식한 고등영어로 견뎌보자고 마음을
굳게 먹었기에 그 사람의 이런 쏼라거림에 무시를 한 바가지 날려주고 나서
나의 고등 영어로
'아이 워너 고우 투 빠하르간즈!' 라고 했다.
'빠하르간즈 써!'
"예스, 빠하르간즈, 하우 머치?"
"원 삐프티, 써!'
"...."
분명히 백배라든지 플래닛에서는 절반으로 무조건 깎아야 한다고, 몇 대 그냥 보내면 자기들이
알아서 깎아준다고 했다. 근데 이 친구가 말한 요금은 원 삐프티, 즉 150루피였던 것이다.
'어....오케이!"
왜냐하면 게스트하우스에서 빠하르간즈까지 150루피면 잘 가는거라고..혹시 300부르면
딱 잘라서 반만 부르라고 알려줬던 것인데 이 친구는 그냥 150루피를 불렀다.
순간, 허파에서 바람 빠지는 느낌이 나며 허무해진 나는 그냥 오케이를 부르고
릭샤에 올라탔다.
[빠하르간즈 어느 까페에서 본 메뉴판-한글 발음으로 적힌 것이 왠지 재밌어 보인다]
더운 바람을 맞으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파헤쳐진 공사중 도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선입견이란게 얼마나 무서운가..
고작 책 몇 권에 적힌 내용을 인도에 대한 준비쯤으로 생각하고 현장에 와서 그 알량한 예비지식으로
이 사람들을 평가하려고 한건 아닐까..그런 생각이 들자, 문득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스트하우스 근처 마을에 인도 공립학교를 다니는 여자아이가 있다.
평소에 인도 학교에 다니는 내 아들 또래 아이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정말 알고 싶었던
까닭에 그 애가 나타나면 일단 말부터 시켜보자...그렇게 마음먹고 있었는데
과연 며칠 지난 후에 아이가 놀러왔다. 전형적인 인도 아이였는데 부모는 아이가
좋은 학교에 다니는 것에 무척 자긍심이 있었고 실제 생활수준이나 신분도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학교 알아보러 다니는 동안 인도 사람들이 발음이 엉망이고 영어도 수준이 그만그만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아이와 대화해보며 그건 참 지나친 고정관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영어 수준은 레벨 이상이었고 발음도 원어민 수준에 버금갔다.
좋은 학교에 다닌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고 결과가 있는 것이었다.
현지에 와서 들었는데 미국 유명 대학교의 교수들 중에는 인도인, 내지는 인도 출신들이
많다고 한다. 발음이 문제가 된다면 그 사람들이 그런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단순히 머리가 좋다고 교단에 서는건 아니다. 자기 생각을, 자기 지식을
후학들에게 얼마나 자연스럽게, 정확하게, 깊이있게 말해주느냐가 영어 실력인 것이다.
친구 녀석이 뱅갈루르에 있어서 놀러갔다가 한국에서 온 아이가 친구 아이들과 놀면서
쓰는 영어를 들었는데, 슬랭을 마구 쓰고 있는걸 봤다. 어메리칸 스쿨인지 아니면 브리티쉬 스쿨인지
암튼 인터내셔널이라고 하는데 자세히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일단 아이가 쓰는 슬랭들을 듣고는
왠지 저런 영어 하러 인도보내기는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아이들은 슬랭을 거의 쓰지 않는데 그 아이만 유독 그런걸 봐선 그 학교 아이들이
그런 영어에 익숙해있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슬랭도 하나의 문화이므로 뭐라할 처지는 아니지만
어린 아이가 슬랭을 마구 쓴다는 것은 참 보기가 그랬다.
인도 사람들은 12억이 넘는 인구에 약 10%만 영어를 사용하고 나머지 90%는 영어를 모른다.
또한 그 10%의 영어사용자들이 대부분 교육받은 위치에 있고 지배층에 있다.
그러므로 인도에서 공부를 시킨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일 수 있다.
제대로 영어를 사용하는 선생들이 있는 학교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정말 발음에 목숨을 거는 부모들이라면 더욱 이 과정은 중요하다. 어학원에 문의하여 정확히
이 사실들을 고지 받아야 할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유난히 발음에 목숨을 거는데 실제로 인도에서 영어 사용하는 사람들을
비교적 자주 만났어도 이 사람들 영어가 발음이 이상해서 못알아듣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물론, 오토릭샤들의 발음은 상식 이하였다. 그러나 릭샤왈라들의 영어는 생존형 영어다.
생활밀착형 영어는 아니므로 이 사람들 영어를 표준으로 삼아서 인도 영어 발음이 이상하다고
하면 참 곤란하고 막막하다. 책 쓰시는 분들이 정말 제대로 된 인도 사람들의 영어를 기준으로
글을 썼는지 확인불가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이 분들께 피해가 가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내가 만난 인도 중상류층 부부가 있다. 한 사람은 약사이고 아내는 초등학교 선생이다.
약사인 남편은 영어가 조금 딸리는듯 했지만 초등학교 교사 아내는 상당한 수준의 발음과 영어를
구사했다. 물론, 버터바른 느글느글한 영어는 아니다. 그러나 이 사람들 문장과 자기 표현력은
생활 뿐 아니라 어떤 거래에도 큰 지장 없을 정도였다.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내 고등영어 실력으로 어떻게 그렇게 진단할 수 있느냐고 하겠지만
한국 사람들 하도 인터넷 강의니 뭐니 들어본 건 많고 나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라서
실력은 못되도 남의 실력 판단할 능력은 좀 된다.
내가 인도 유학 이야기 하니 친구나 지인이 인도 사람들 영어 발음이 엉망이라는데...
하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맞다. 이상하다. 그러나 그건 영화 속에서나 신분 낮은 사람들의 상황을
극적으로 묘사한 경우에 너무 칩착해있는 한국 언론의 문제다.
심지어 간혹 텔레비젼으로 비쳐나오는 인도의 모습이 왜곡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여기 인도 와보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인도인의 뇌는 따로 움직인다.
큰 아이 학교 문제로 직접 교장 선생님과 인터뷰 날짜를 잡고 직접 사무실로 찾아간 날,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이 오전부터 부산하게 회의도 하고 결재도 하고 그런다.
그 상황에서 선생들과 교장의 대화는 한마디로 국적이탈이다.
힌디어와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섞어서 사용하는데 너무 자연스러워서 내가 좀 귀동냥하려고
하면 어느새 힌디어로 넘어가 있고, 또 좀 알아들을만하면 이미 빠른 속도로 지나가버려서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인터내셔널 스쿨이 아니라서 힌디어를 쓰는줄은 알았지만 정말 이 사람들 뇌가 따로 움직이는
것같았다. 선생들과 교장의 발음에 문제가 있었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의 문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다만, 네이티브한 발음을 들으려면 인도에 와서 미국 사람 찾는 격이다.
그런걸 기대하려면 유럽이나 호주 등지로 유학 보내야지 굳이 인도와서 찾을건 없다.
발음에 목숨거는 부모들이 있다면 인도 유학은 요원하다.
우리나라 고등 영어로도 얼마든지 인터뷰 뚫을 수 있는 곳이 인도 학교라면 할만하지 않은가
그러나 이들의 영어는 결코 우리나라 고등영어는 아니다.
내가 찾아간 이 학교에서 배출되는 아이들 80% 이상이 해외로 유학가거나 인도 최고의 대학으로
진학하고 있는데 영어를 못해서 떨어지거나 그런 일은 없는 것이다.
발음이 마음에 걸리고 문장이 마음에 걸리면 그냥 강남어학원에 보내면 쉽게 해결될 일이다.
싸고 발음 좋은 나라 없나...이런 완벽조건을 찾는 부모라면 아이는 이미 때를 놓친다.
인도 유학이 아직은 미덥지 않은 부분이 많다. 앞으로 언급할 내용들을 살펴보면 좀 더 명확해질
이 문제점을 잘 고려하여 아이 유학을 결정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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