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달 바자르 시장]
인도에 관한 유명한 말이 있다.
인도는 안되는 일도 없고 되는 일도 없다.
얼마 안되는 기간이었지만 인도에 갔다 오면서 느낀 사실은 위의 말에 다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현재 델리가 아무리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또 도시를 중심으로 각종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역시 인도는 외형의 변화가 내면의 변화를 훨씬 앞서고 있는 나라다.
어느 국가치고 내면의 변화가 외형상의 변화를 앞지를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 격차가 크면 클 수록 나라 발전의 실질적인 결실은 적은 법이다.
경제 발전과 더불어 반드시 함께 변해가야 할 것이 바로 의식의 변화다.
그러나 인도라는 나라 자체가 지닌 특성은 이러한 의식의 변화를 가록막는 장애물이 너무나도 많은 편이다.
특히 이들의 신분 제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변화를 가로막는 큰 장애가 되고 있다.
물론, 인도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내용은 분명히 신분제도를 백지화하고 특히 불가촉 천민들에게
교육의 기회와 더불어 사회 진출의 기회를 보장하고는 있지만 그러한 사항들이 표면적인데에
그칠 수 밖에 없는 인도 사회의 고전적인 틀이 너무 강하다는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인도 남성들은 특히 여성에 대해 매우 차별적이다.
인도는 과거 역사속에서 주어진 환경때문에 여성에 대한 배려가 공식적으로는 많은 편이다.
그러나 일상 생활 속에 들어가면 여성에 대한 인도 저변의 대우는 매우 편협하고 구시대적인 것을
곧 알게 된다.
내가 인도에 와서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이 바로 인도 남성들의 여성관이고 특히 아이들을 노동에
노출시키고 있는 현실이었다. 중국은 한 아이만 낳아서 기르는 바람에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각별한
애정과 투자가 지나칠 정도가 되어 오히려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인도는 아직 산아제한을
공식적으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관심이 집중되기에는 아이들이 집집마다
너무 많다.
한 둘 있는 건 기본이고 서넛에서 일고 여덟까지도 있는 집이 동네에 가보면 많이 있다.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인권문제가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는가 하는 사실이 그 나라의 개화 정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의 하나라는 점에서 인도는 여전히 인권적 측면에서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개화될
여지가 많은 나라다. 물론, 인구의 일부분은 차지하는 상류층에서는 훨씬 다르지만 그것은 인도 상류층만이
가지고 있는 수준높은 교육과 생활 양식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일뿐, 인도 대부분의 인구를 차지하는
중류층 이하 서민들에게서는 아직도 여성과 어린이의 인권이 크게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델리에 와서 가장 먼저 시장을 돌아보았다.
사로지니 라는 델리 도매시장이 있고 사달 바자르 라는 곳도 있다. 우리가 흔히 바자회한다고 할때의
그 Bazar가 맞다. 인도 델리에는 이렇게 큰 두 개의 시장이 있고 또하나는 한국인들이 비교적 많이
찾는다는 아이나 마켓이 있다. 서로 좀 떨어져 있는 관계로 이들 시장을 돌아보는 동안 먹은 먼지만도
한 바가지는 될것 같다.
델리를 이야기하면서 빠하르간즈를 뺄 수 있을까마는 그것 관광지이고 적어도 내 소견에 의하면
빠하르간즈는 델리 주정부에서 의도적으로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관리?하는 곳이나 마찬가지인 곳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곳은 그냥 의례적인 방문 정도만 했을 뿐, 실제로 내가 관심 있었던 곳은 델리의 경제를
잇는 혈맥이랄 수 있는 도매 시장을 직접 보고 싶었기에 위의 세 시장을 둘러보았던 것이다.
[사로지니 시장]
사로지니 시장을 갈때 오토릭샤는 그냥 나를 시장 입구에 덜컥 내려놓고 여기가 사로지니라고 하길래
주변을 둘러보니 그냥 모퉁이에다 주변에 나즈막한 건물들만 즐비하길래 이게 뭔가 했지만 몇 걸음
걸어들어가자 정말 큰 시장골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사로지니를 흐느적거리며 걸어다니자 주변 상인들이 나를 신기한듯 바라보다가 어느새 다가와
혁대를 팔고 행커칲을 팔기 시작한다. 유난히 혁대 장수가 많아서 몇 번을 만났는지 모른다.
또 먼지가 많고 땀이 많이 흐르느 곳이라서 그런지 손수건을 많이 팔고 있었다.
물건들을 죽 둘러보면 가격을 확인해보니 옷감류가 비교적 한국보다 싸긴 했지만 인도에서
잘 나오는 목화실로 만든 천류 말고는 대부분 한국보다 질이 좋지 못하고 좀 싼 것같아서
천을 좀 자세히 살펴보면 흠이 한두 군데 보인다.
특히 천 제품인 침대 덮개나 식탁보를 살때는 150루피 한다고 아싸 하고 무조건 오케이 하지 말고
먼지좀 마실 요량하고 꼭 꼼꼼히 살펴서 흠이 없는 것으로 구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 가게에 가서 계속 물건을 사면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인도에서는 단골 개념이 없다.
그래서 단골이랍시고 행세를 하려다가는 오히려 큰 봉변을 당하기 쉬우니 상인들과 거래할때는
분명하게 계산하고 물건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사는게 제일 좋다.
워낙 인구 자체로 밀어부치는 나라이다보니 나 하나 기분 나쁘다고 물건 안사면 큰일날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나 아니라도 올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니 기분 좀 나쁘다고
뭐라고 하면서 넌 단골도 모르냐고 따질 생각이면 한국 와서 하는게 좋다.
인도에서는 뭐 저런 미친...한다.
사로지니에 나와있는 모든 물품은 90% 이상이 중국산 제품이다.
중국 아닌 중국이 인도 시장이다. 어딜 가나 중국산이 대부분이고 메이드 인 인디아는
그야말로 몇 가지 제품밖에 없다고 보면 된다. 이곳에서 어느 가게를 들어가 과연 몇 개의 제품이
중국산인가를 알아보려고 들어갔는데 놀랍게도 거의 다 중국산이었다.
인도 사람이 아니라 중국 사람이 장사하는것과 다를 바가 없다.
왜 인도에는 메이드 인 인디아 나 메이드인 코리아가 이렇게도 드문가.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 나라 제품이 인도에 가서 팔리려면 엄청난 관세와 골때리는 통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그 절차를 다 거쳤다고 해도 시장에 진입하는데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워낙에 코리아 제품에 대한 인식이 낮아서 제품이 좋아도 이해를 못한다.
그걸 이해시키는데 필요한 시간과 경비가 도저히 중국산을 이겨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특히 가격 경쟁력에서 큰 약점이 있기 때문에 더욱 어렵게 되는 것이다.
선진국이라 좋은 점은 국가 위신이 높아지는 것이지만 결국 이런 나라에서는 팔아먹기가
힘들다는 약점이 된다.
중국산 아닌게 없는 이곳에서 그래도 간혹은 한국 제품을 살 수 있는데 삼성과 엘지 제품이다.
삼성은 시골에 가도 상점이 있다. 바로 핸드폰 상점이다. 엘지 제품은 주로 에어콘으로 진출해 있다.
그리고 현대 제품은 자동차로 들어와 있다. SANTRO와 i10, i20, i30 등이 들어와 있는데
델리에서는 아주 쉽게 볼 수 있는 차 중의 하나다.
그 외 제품은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TATA 자동차 제품과 일본 MARUTI 자동차 제품, 그리고 도요타 제품
등이 판을 친다.
요즘 델리에서는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다.
내가 오토릭샤를 타고 가는데 릭샤왈라가 말은 건다.
"위치 컨뜨리, 써!'
"코리아 사우스"
"오, 메트로, 메트로, 룩! 써! 데어르, 메트로 써!"
그러길래 손가락 가는데로 바라보니 지하철 공사 하는데 한국 기업에서 객차 제작을 하는것이
보였다. 한국 기술이 여기와서 이렇게까지 하고 있구나, 반가운 일이었다.
그날 이후, 릭샤왈라와 이야기할때 내가 사우스 코리아 출신이라는 걸 잘 이해 못하면
그냥 메트로, 트레인 메이든 인 코리아 하면 만사 오케이가 된다.
인도 오토릭샤 운전사들은 신문을 아주 즐겨 읽는다. 힌디어 신문과 영자 신문 등을
가리지 않고 읽는데 아마도 그때문에 기사 내용을 통해 한국을 인식하는 모양이었다.
[공사중인 델리 도로]
그리고 요즘 델리에서는 거리마다 공사하느라 길을 파헤쳐놓거나 가로막은 곳이 많다.
그 중 눈에 띄는 간판이 자주 보였는데 바로 'Clean Dlehi, Green Delhi'라는 케치프레이즈였다.
앞으로 델리 주정부가 어떤 델리를 만들려고 하는가는 이 문구 안에 들어 있다.
만약 인도에서 사업을 구상한다면 앞으로 델리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향후 10여년간의 이 문구를 연상하며 계획을 짜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현재 이런 기치 아래 델리는 도로 시설을 정비하고 있고 새로 정비되는 도로를 따라 곳곳마다
나무를 심고 있다. 나무가 자라는데에는 5년 이상 걸린다. 앞으로 그 나무들이 자라나서
델리 주요 도로변을 푸르게 만드는 날이 오면 델리는 과거의 지저분하고 먼지 날리는 그런 도시의
이미지를 어느정도 벗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한달에 5천대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저상버스도 전차량 모두 CNG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델리 시내가 어떻게 변할지는 불을 보듯 뻔한 그림이다.
생각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나라 텔레비젼에 나오는 인도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아휴 인도가 저렇구나 하는 멍청한 멘트는 날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도의 한 단면은 정말 내가 봐도 암울하다. 그러나 실제의 인도는 그렇지 않다.
조용한 용틀임을 하고 있는 아시아 최강국의 면모가 이미 보이고 있다.
중국도 인도 시장을 자기들 손아귀에 넣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우스개소리로 중국이 실패한 유일한 나라가 인도라고 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도는 결코
만만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물론, 이미 한-인도간 CEPA 협정으로 양국 관계가 물꼬가 트였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규제나
무역관계에 있어서 자유로워진것은 별로 없다. 모두 대기업에 유리한 조건일 뿐이지
일반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으로 인도에 진출하기에는 어려움이 많고 거의 폐쇄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사달 바자르라는 시장에 갔을 때는 거의 죽는줄 알았다.
공기 오염이 얼마나 심한지 딱 두 시간 돌아다녔는데 사하라 사막 세번 왕복한것 같은..
아니 해본 적은 없지만 내 짐작에 그정도는 될만큼 사람이 지치고 목마르고 눈 아프고
나중에는 머리까지 지끈거렸다.
사달 바자르에서 나는 완전 구경거리였다. 외국인 티가 팍팍 나는데다 너무 심한 공기 오염때문에
마스크를 하고 다녔으니 그 사람들이 보기에는 저럴거면 뭐하러 여기 왔나..했을법하다.
그 넓은 시장을 골목까지 샅샅이 돌아다니며 그 사람들의 경제 밑바닥을 둘러보았다.
역시 한국에는 있고 인도에는 없는 것들이 많았지만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보고
확인해본 결과 사업성이 희박한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한 두가지 가능성 있는 것들만
메모하고 말았다.
역시 이곳에도 메이드인 차이나판이었다. 전자제품부터 공기계,생필품,공산품 등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이 다 중국산이었다. 뭐 당연한 결과였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중국산일색일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정말 해도 너무한 중국판이었다.
제품 수준은 우리 보다 오래는 10년전까지, 가깝게는 2,3년 전까지의 물품들이 있다.
전자 제품의 경우 우리가 이마트나 전자랜드에 가서 보는 그런 브랜드보다 5년정도 뒤진 것들이
많았다. 다만, 나중에 들렀던 백화점 등에서는 그래도 2,3년 정도의 갭이 있는 물품들이 많았고
어느 백화점에서는 한국에서 전혀 안쓰는 한물간 엘지 핸드폰인 초콜렛2 핸드폰 런칭 행사가 있는
것도 보았다. 물론, 파리 날리는 행사였지만.
그러고 보니 인도에는 정말 거지도 핸드폰을 쓸만큼 핸드폰이 많았다. 물론, 프리페이드 폰이 대부분이라
충전 샵이 많았고 주요 회사는 에어텔과 보다폰,그리고 최근 떠오르는 신규 브랜드인 타타 인디컴 등의
회사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내 아이폰이 로밍하겠다고 잡아내는 몇 개의 회사가 더 있었지만 델리에서는 보다폰 서비스가 가장
가격이 싸다고 하길래 그걸로 로밍을 잡아서 사용했다.
델리 사람들이 사용하는 거의 대부분의 핸드폰 브랜드는 노키아 제품이었다.
삼성 제품은 중상류층 이상의 젊은이들이 많이 쓰는데 삼성 제품을 쓸 이유가 없는 까닭이 있었다.
아직 인터넷 환경이 ADSL수준이다보니 무선랜 환경도 시원찮고 3g환경도 그리 원활하지 못한 면이
있어서 굳이 제대로 기능을 활용하지도 못할 삼성폰을 쓸 필요를 못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그래서 아주 간단한 통화 기능만 있는 노키아 폰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고
가격은 현지에서 3-4만원 정도에 새것을 사서 현지 칩을 끼워서 쓰면 된다.
프리페이트 폰이니 칩을 살때 충전을 해서 쓰면 된다. 그리고 거의 한 블럭 건너 한 개씩 충전샵이 있으니
필요하면 언제든지 걸어가서 충전해 쓸 수 있다.
핸드폰 액서세리 판매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내 대답은 노우다.
인도인의 문화를 이해 못하면 이 사업이 왜 안되는지 안다.
인도 사람들은 핸드폰에 액서세리를 달 만큼 여유있지도 않고 또 땀 많이 나는
환경에 사는 사람들이 먼지나서 찝찝하고 꺼무잡잡한 때구정물 묻어나는 손으로 잡고 쓰는 핸드폰에
꽃단장 하고 싶어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는 겨울이나 가을이 있는 한국이 액서세리점이 되는
이유가 있다.
어쩌다 보니 핸드폰으로 이야기가 흘러오게 되었는데 아무튼, 인도는 보면 볼 수록 해볼만한게 많은것 같은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안되는 것도 많은 곳이기도 하다.
현지에 와서 들은 얘기가 있다. 실제로 내가 가보기도 했는데 구르가온에서는 한국 사람이 두부 장사로
큰 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 나는 아는 분과 직접 그 분이 사는 아파트에도 가봤는데 들리는 말로는
꽤 큰 평수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인도 음식 자체가 콩으로 만든게 많다보니 넘쳐나는 싼 콩들로 두부를
대량생산하여 델리 주재 한국인들 대상으로 두부 장사를 해서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좋은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흔한 콩에 싼 가격에, 두부는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게 1000명이 오면 한 두명의 성공 사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워낙 귀한 케이스다보니
이것을 보고 함부로 덤볐다가는 큰 손해를 보기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는 충고를 현지에 와서 많이 들었다.
앞으로는 인도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몇 편에 걸쳐 좀 더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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