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십자가를 끄자고 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관계 기관에서는 표면적인 이유로 위험 소지가 있거나 주변 주택에 수면권을 침해하는 십자가를 우선으로 소등을 권장한다고 하는데
대안도 없는 이런 정책을 펴는데는 걱정이 앞선다.
사실 이들이 신경을 더 써야 하는 것은 유흥가, 홍등가 등의 불빛이다. 밤에 정말로 수면권을 방해하고 심지어 운전할 때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남한강변에 줄줄이 들어서 있는 모텔들이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무인 모텔은 더 용감하게 휘황찬란한 빛으로 청소년들을 유인한다. 한 여름에 나방이나 모기를 걱정할 게 아니라 이런 네온사인들을 조심해야 할 일이다.
유흥가 주점들이 각종 원색들로 치장을 한 간판을 내 걸고 장사를 하고 있는데 왜 이런 곳은 제재하지 않을까.
답은 간단하다. 주택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는 상권보다는 주택가에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제재를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요즘은 흰색 십자가로 많이 개량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십자가는 빨간 네온사인이 대세이다.
관련 기관에서 지원금까지 대 주면서 십자가를 철거하라고 하는데 마땅히 십자가가 없어진다면 그럼 교회임을 어떻게 표시할까 하는것도 목사들의 걱정이 될 수 있다. 교회 앞에 입간판을 세우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교회 정문에 밝은 간판을 걸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주변과의 조율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 교회의 십자가가 도심에서 점점 사라져간다면 그것은 상징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교회라는 존재가 이제는 사람들에게 좀 불편하더라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거룩한 존재로 인식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십자가가 주는 의미성보다 더 큰 수면권 방해라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교회는 수 많은 건물들 중에서도 우리 사회의 공통의 양해를 받으며 공존해왔다. 말로는 하나 건너 하나씩 교회가 있다고 비아냥하면서도 그건 또 교회니까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류가 많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버렸다.
교회는 더 이상 사람들의 마음의 공동체가 아니다. 이젠 교회라는 곳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고 배움을 얻고 안식을 얻는 차원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교회는 지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원들끼리의 단합체의 역할을 하는데에 그치고 있다. 아이들은 메신저를 통해 자기들만의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어른들도 SNS를 통해서 자기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보다 안정되고 부담없는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하고 목사와 성도로서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부담감이 작용한다. 특히나 요즘은 가정과 가정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행복보다는 내 가정 안에서만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관계 부족에 의해 발생되는 가장 큰 폐단은 인간 관찰과 학습의 부족으로 인한 적응력 약화 현상이다. 그나마 교회라는 곳은 예배라는 것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교회를 벗어나기만 하면 그 관계는 가정이라는 작은 단위구조 속에 갇혀버린다. 구역 예배를 통해 서로의 가정을 방문하고 함께 식사를 하며 대소사를 나누는 가운데 배움이 있고 얻음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구역예배라는 것 자체가 젊은 사람들이 자기 영역을 칩범당하는 쪽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주로 나이 많은 사람들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고 심방을 다니는 목사들도 그 자체를 교인들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기 위해 점점 줄여가고 있다.
심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그것을 신앙으로 극복시키며 목사의 영적인 묵상이 주는 충고나 조언을 통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그런 시대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십자가를 끈다는 것은 주변 주민들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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