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장과 교육감과의 한판 승부!
애들은 말한다.
"오세훈이가 졌대",
"우리 밥 공짜로 준대",
"아빠, 오세훈이 지면 민주당이 이기는거야?"
"잘 사는 애들은 돈내고 먹으면 안되나?"
등등..
속 모르는 애들이 내뱉는 말이다.
그러면서 저희들 간에도 나름의 의견 차이는 있는듯..
부모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모양이다.
부모가 야당 지지자면 아이들도 야당 지지를 하고
여당쪽이면 여당 지지도 한다.
그러다가 간혹은 친구들의 말을 듣고 의문이 생기면
묻는다.
"아빠, 야당이 다 빨갱이야?"
가슴이 철렁하는 소리도 한다.
왜 이런 세상이 되고 말았을까?
1등하면 모든게 좋다. 부모도 원하는 것을 해 준다. 그리고 용납 내지는 용서도 된다.
그런데 2등을 하면 칭찬보다는 아쉬움, 약간의 질책, 그리고 더 큰 목표에 대한 채찍이
주어지는 세상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1등 안하면 안 좋고, 1등 하면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이상한 흑백논리에 빠졌다.
아이들 간에는 중도나 중립이라는 것보다는 검은 색이 아니면 무조건 흰색이라는
공식이 자리잡았다. 쉽게 결정을 못하고 생각하는 아이들 보면
"야, 뭐해. 그냥 대충 정해. 빨리!"
라고 하는게 우리 아이들 모습이다.
부모라고 안 그럴까?
옷을 사거나 신발 하나를 사러 가서도
아이가 결정을 못하고 우물쭈물하면 그냥 내지른다.
"야, 빨리 사. 뭐해? 애가 왜 이러냐?"
사실, 쉽게 보는 광경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애가 꾸물대면,
"됐어, 다음에 사. 시간 없어. 빨리 가자"
이런 대화를 통해 우리 아이들은 생각할 겨를을 가지지 못하는
급단성 인간으로 커간다.
우리 집에도 이렇게 결정이 느린 아이가 하나 있다.
큰 애가 그런다.
결국 나와 아내는 아이 때문에 싸우기 십상이다.
아내는 빨리 사라고 재촉이고,
나는 아이가 결정할 때까지 엄청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려고 하다 보니 당연히 싸움이 난다.
그러나 큰 아이의 그런 느린 결정은 후회를 잘 낫지 않는다.
그에 반해 눈치껏 빨리 결정해야 하는 둘째 아이는
후회하는 일이 잦다. 그만큼 속단이 가져오는 실패의 경험이 셈이다.
흑백, 빨리, 다음에,
이런 정신으로 키워지는 아이들이 이번 서울시 주민투표를 어떻게 볼까?
오세훈이 지면 모든게 끝이고, 교육감이 이기면 야당이 승리한다?
세상이 그렇게 간단하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들은 지금은 이해 못한다.
25%가 넘는 투표율의 의미도 아이들은 아직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왜 야당에서 포퓰리즘이라는 소리까지 감수하면서도
끝내 보편적 무상복지를 지향하고 있는지도 아직은 모른다.
문제는 알고싶어 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아이들은 이번 투표를 두고 마치 온라인 게임에서 둘이 대결해
누가 이기느냐를 다투는 그런 게임쯤으로 안다.
그래서 아이들은 무조건 결과에 집착한다.
흑백이 가려지는 것을 빨리 보고 싶어 하는 것이고
거기에는 어떤 깊은 이해나 미래에 대한 예견적 사고 같은 것이
없게 된다.
우리 사회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는 교육감과 반통령이라는
서울 시장의 개념 싸움은 선의의 경쟁이나 대계를 위한 의견 조율의 의미보다는
이상하게 정치적 미래와 범벅이 되어 아이들에게는 하나도 교훈적인 내용이
될 수 없어 보인다. 심지어는 차기 대선을 위한 꼼수라는 말도 나오니
아이들은 그런게 모두 게임이로구나, 하고 생각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과연 아이들은 뭘 배울까?
공영 방송에서 청소년을 위한 정책 교육 같은 것도 좀 해주면 좋겠다.
아이들이 왜 주민투표를 해야하고 서울시의 입장이 무엇이고
교육감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아이들 눈높이에서 해설해주고
쟁점을 알려주고 어떻게 경쟁내지는 투쟁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조상들의 당파 싸움이 결코 우리가 배운것처럼 나라 말아먹는
낭비적이고 소모적인 탁상공론만은 아니었다는 사실도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얼마나 민주적이고 공개적이며 솔직한 토론의 장이었던가 하는 것도
알려주어야 한다.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원칙을 썩게 만드는 것은 원칙을 만든 인간이다.
참 아이러니한 진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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