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I think..

연아의 순수, 회장의 작업 평창을 낳았다

오션지 2011. 7. 15. 20:38

세 번째는 안된다!

더 이상 안되면 절대로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만은 꼭 평창에!

 

다양한 기치를 내 걸고 나선 동계 올림픽 유치.

심지어 대통령까지 날아갔다.

그리고 결국 해냈다.

평창은 축제 분위기에 방송사들은 앞다투어 기쁜 소식을 전하느라 분주했다.

 

과연,

이번 성공의 일등공신은 누구일까?

 

그냥 잘 된 것을 고맙게 여기는 것에서 벗어나

공을 가리는 것은 나랏일에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이리 두고 저리 두고 가리면서

공과를 차지하기 위해 역시 분주하다.

그런 와중에 연아는 배시시 웃는 모습으로

메인 뉴스에까지 나와서

다소 부담스런 앵커의 질문마저도

수월케 받아 넘기면서

자신의 공보다는 앞으로 평창의 미래에 더 집중하는

성숙함도 보여주었다.

 

그런데 언론 일부에서는

이건희 회장이야말로 숨은 일등공신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맞을 것이다.

그만한 재력과 인맥과 수완을 가지고

그런 공헌을 못하는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문제는 과연 지금 이회장이 나서서

숨은 공신이랍시고 공을 치하받아야 할만큼

그렇게 평창 선정이 불안했더냐 하는 것도

생각할 문제이다.

 

두 번이나 고배를 마시게 한 IOC입장에서

세 번까지 평창에 고배를 준다면

세계의 이목이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거기다가 이번에는 아예 못이라도 박겠다는 듯이

대통령까지 날아갔다.

너무 잘 짜여진 각본을 보는 것같은 이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기회는 왔을 때 잡는다는 것이

특히 기업하는 사람들의 철학이다.

연아뿐 아니라 다른 몇 명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들은 그 각본에서 내세워진 주연급 인물들이다.

진짜 주연은 이미 어느 정도 가능성이

타진되어 있는 어떤 각본에서 이미 수익성을

계산하고 있는 투자자들이다.

 

대통령도 이회장도 그런 라인상에서

이미 짜여지고 데이터화 되어 있는 어떤 수익에

그야말로 '숟가락'만 갖다 얹었다.

그 결과는 지금 겪고 있는 레임덕을 어느 정도

무마시킬 정도로 큰 편이다.

가뜩이나 강원도는 전통적인 여권 세력에서 야권으로

전향한 신병이다.

과연 차기 대선을 위한 포석이 아니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순수한 연아가 알고 있을지는 몰라도

포석에 의해 이리 저리 움직여졌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고 나면 암담할 일이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강원도에 들어올 올림픽과 대량의 수익성을

생각하며 그나마 자위하고 있다.

기쁨을 느끼면서 동시에 이상한 비애를 느끼는 것은

나만의 일일지도 모른다.

마치 떼를 써서 울음으로써 받아낸 티켓 같은 느낌을

결코 지울 수 없다.

 

올림픽이 뭐란 말인가.

정부는 전용기까지 써가며 티켓을 받아내느라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쪽에서 공동개최를 운운하고 있다.

앞으로 한참이나 남은 대회를 두고 북에서까지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과연 한번쯤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있는가.

 

남북이 강원도라는, 금강산이라는, 그런 묘한 공통분모를

두고서 공동개최를 한다는데에 국민 정서가 어떻게

쏠리나 보자는 입장이리라.

북에서는 현 정권보다는 야당이 집권하는 것이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그러니 북에서도 공동개최를 하자고 하면

대화에 있어 먹통이나 마찬가지인 현 정부에 비해

비교적 사이가 좋았고 평화적이었던 야권에

힘을 실어줄 필요도 있다.

 

국민 정서야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일이겠으나

북에서 공동개최 카드를 들고 나온다면

현 여권이 묵묵부답으로만 일관한다는 것은

다음 대선에 결코 좋을리가 없다.

국민 정서를 어느 정도 몰아가는 느낌이 많이 들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말이다.

 

순수의 힘은 대중에게나 인정받는다.

권력의 힘은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그에 비추어보면 연아도 실상은 빙상의 여왕으로만 지내기엔

너무나도 그 가치가 크다보니 이런 각본에 하나쯤

배역을 맡기지 않을 수 없게 마련이다.

맛있는 김치는 좋은 배추만으로는 안된다.

좋은 양념이 버무려져야 참 맛이 있다.

정권 창출을 위하여 김장을 준비하는 부산스런

손길에 더해 좋은 배추와 양념을 구하는 과정에서부터

버무림, 그리고 숙성의 기간을 거쳐

다음 정권은 과연 어떤 색과 맛의 '김치'로 태어날지

궁금해진다.

 

순수한 연아, 회장의 작업에 평창은 이제부터

정변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마냥 기뻐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라

진정으로 서민이 잘 살고 고장이 잘 되고

미래가 보장되는 강원도를 만들기 위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전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