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텔레비젼 기획단계에서부터 충분이 예상되었던 현상이 그대로 나오고 있습니다.
명품녀라고 하는 김경아씨가 등장한 것도 그렇거니와 그에 대한 반응 역시 그리 큰 이슈는 못만들고 있네요. 기획한 방송사 입장에서는 김경아씨에게 미리 예고를 하지 않았을리 만무하고 김경아씨 본인도 어느 정도의 악플은 감수하리라 생각했으니 출연을 결정했겠지요.
요즘 때가 어느때인데 명품으로 일명 '도배'를 한 상태에서 자신을 버젓이 드러내고 방송에 나오겠습니까?
방송사와 출연자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부분이 있겠지요?
하긴, 돈이 많아서 명품으로 집을 채우는 김씨에게 방송사 출연이 돈때문은 아닐테고 본인이 말했다시피 인간관계도 상당히 편협할 수 밖에 없다고 하는데 무슨 인맥을 만들려고 하는 것도 아니지 않겠습니까?
혹시라도 김씨가 가질 것을 다 가진 자의 여유로 새롭고 자극적인 어떤 일에 대한 욕심으로 방송 출연을 결심했다면 차라리 그건 이해가 가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김경아씨가 나온 방송에 대한 반응들이 참 재미있지요?
우리나라 언론을 졸졸 따라다니는 삽살개 습성이 네티즌들을 좀먹기 시작한 건 이미 한두해가 아니잖아요? 마치 피에 굶주린 흡혈귀들처럼 검색 사이트를 노상 켜놓고 뭔가 좀 더 자극적인 이슈가 없나..찾다가 이런 뉴스가 나오면 우루루 몰려가서 회원가입을 기꺼이 감수하고서라도 반드시 자기 감정의 찌꺼기를 거기다가 풀어헤쳐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음지의 비평가들이 역시 고개를 불쑥 불쑥 내밀고 있지요?
방송사가 노린 것은 이런 것이지요. 방송사에서는 '이슈는 고객을 부른다'는 전형적인 마케팅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고 철없는 네티즌들은 실상 별 감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글까지 남겨가며 뭔가 동조하려고 하는거지요.
그랜저 타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없는 울화가 치미는 것은 예전 10여년 전쯤 일이지요. 근데 그게 참 또 재미있어요. 그랜저 초기 모델을 보면 약간 각진 스타일이죠. 거기다가 묵직한 중후함과 색상도 그렇구요. 또 짙은 썬팅에 비싼 가격까지...보는 사람들은 그 중후함에서 권력을 느끼게 되고 색상에서 어두운 밀실 회의같은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죠. 검은색 짙은 썬팅은 괜한 음모가 숨은듯한 느낌까지 주고요...비싼 가격은 그랜저 타는 사람들의 검은 비자금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거죠.
그리고 실상 그 안에 탄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아마도 운전자는 50대 중후반의 점잖은 신사일테고 옆자리엔 20대의 젊은 여성이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요염하게 앉아있을것 같다고 상상하게 되는거 말이예요.
우리 다 그렇게 생각 한번쯤은 해봤을테지요.
그러던 그랜저가 유선형 바디를 가지가 이제 우린 그 부드러운 곡선의 이미지에서는 더이상 암울하고 비겁한 어떤 권력의 냄새를 추구하기 어렵게 되었지요. 요즘 차들 다 둥글둥글 하잖아요? 게다가 썬팅도 뭐 그리 진하게 하고 다니지는 않구요. 그래서 살펴보게 된 건데...요즘 그랜저나 소나타, 그리고 더 비싸거나 희귀한 외제차 타는 분들 보면 젊은 분들이 많잖아요? 그러면서 젊은 분들은 옛날에 왜 그랬을까요?
사람의 시선이란건 그렇게 막무가내의 추측을 가지고 확신으로 굳혀버리는 이상한 특성이 있습니다.
김경아씨가 아버지 용돈으로 억대의 쇼핑을 하고 산다고 하니 네티즌들이 들끓지요. 뭐 사실 그렇게 들끓는것도 아닌데 괜히 기자들은 꼭 그렇게 써야할 것같은 이상한 매너리즘에 빠져서 자신들도 열폭하는 경향이 많지만 말이예요.
어쨋든 그렇게 열과 폭을 다하는 네티즌들의 주된 공격 어휘는 '돈지랄', '과소비','뼈빠지게 번 돈' 이라는 몇 글자 안으로 좁혀지고 있는데요, 가만히 보면 이런 것들 우리 서민들에게도 적용이 잘 되는 그런 용어들이네요. 돈지랄은 다른게 아니지요. 누구나 할 수 있는게 돈지랄이지요. 과소비? 맞습니다. 우리 서민들도 충분히 과소비 합니다. 뼈빠지게 번 돈은 대기업 회장이나 청소부 아저씨나 다 똑같이 고생하며 버는 돈이죠.
성경에 보면 과부의 두 렙돈이 나옵니다. 렙돈은 아주 작은 돈의 단위지요. 과부가 무슨 돈이 있을까요? 가난하고 인정 못받고 어딜가나 남에게 기죽어 사는 사람들이 바로 과부였어요. 그 과부는 남편이 없다는 이유로 언제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심지어는 당시 근동 지방의 풍습을 따라 인구조사에서 제외되는 대상이기까지 했지요. 미친 존재감은 커녕, 아예 없는 존재가 과부였습니다.
그런 과부가 어느날 헌금을 했습니다. 잘 나가는 부자들이 대로에 서서 내로라 하며 내놓는 구제헌금에 비해 과부가 내는 두 렙돈은 모래알 같은 것이었지요.
그런데 그 과부의 두 렙돈은 예수로부터 큰 평가를 받습니다. 천 억의 재산을 가진 사람에게 1억은 참 작은 돈이지요. 우리가 잘 아는 박연차 회장이 돈을 말할 때 천만원은 천원, 백만원은 백원이라고 했다니 말이예요.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단위를 매기지요. 그런 사람이 내는 1억쯤은 청소부 아저씨가 기부금으로 내는 만원보다 그 가치가 못하다는 의미로 오늘날에 적용해볼 수 있겠네요.
김경아씨 아버지가 뭐하시는 분인가는 중요하지 않지요. 그 분이 그 돈을 어떻게 쓰고 계시냐가 실상은 중요한데 말이지요. 김경아씨가 얼마나 큰 돈을 얼마나 많이 쓰느냐를 두고 네티즌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어찌보면 전혀 말도 안되는 일이죠. 가진 사람이 자기 가진 돈을 쓰는데 없는 우리가 뭐라고 해야할 이유가 사실은 없는거잖아요? 문제는 그런 것을 방송에 낸 사람들이 문제지요.
그런걸 밝혀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그런 사람도 있다는 걸 세상에 알리려는 목적이었을까요?
그런데 네티즌들은 김경아씨 본인에게 모든 화살을 돌리지요. 방송사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도 없구요.
그냥...국민의 알 권리를 채워준데 대해 고마워해야 할까요?
우리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의 모습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평범한 우리들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들이지요.
전화만 되도 괜찮은데 거기다가 들고 다니면서 게임까지 하라고 하는 휴대폰 회사들..
그것도 모자라서 가족들하고 놀러가는 차 안에서조차 대화를 못하고 인터넷으로 검색하라고 종용하는 스마트폰 개발사들...심지어, 더욱 심지어는 그것도 모자라 모바일에서 성인 컨텐츠까지 팔아먹으면서 청소년들이 문제있다고, 우리 사회 교육이 피폐해져있다고 성토하는 이중적인 대기업들이 즐비하지요?
우리가 언제 김경아라는 사람이 얼마나 어떻게 쓰는지 알 기회나 있나요?
알면 독이고 모르면 약이라는 말이 있지요. 몰라도 될 일을 굳이 밝혀내서 오락거리로 삼는 방송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성토를 해야 마땅한 일을 김경아씨 개인의 문제로 잘못 보는 네티즌들의 문제는 누가 바로잡아줄까요? 이렇게 열폭하도록 만들어가는 매체에 대해서는 누가 지적해주나요?
많이 쓰는게 잘못이라고만 한다면 우리 사회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많이 써도 잘 쓰면 좋은 것이지요. 또 아낀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란 것을 꼭 대학교 경제학과에 가야 아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건 좀 세상 살아보면 다 알게 되는 것이지요. 쓸때는 써야지요. 다만 안써도 되는데에 쓰니 문제지요.
김경아씨의 문제는 그냥 눈에 보이는 어떤 현상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그 분이 그렇게 쓰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하지 말아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 분의 권리이고 특권이지요. 정작 문제는 그 분의 삶을 우리의 평범한 삶 속으로 억지로 끌어들인 방송사가 문제구요, 우리도 의도하지 않게 그 분의 삶과 우리 삶을 비교하게 되었다는데에 있지요.
동네에 지나다니는 강아지가 다 내 것이 아닌데 내가 굳이 그 강아지가 어디다 똥을 싸는지 신경써야 하나요? 난 그저 내 집 강아지 단속이나 잘하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무슨 공익적 사안이 아니고 말이예요.
우리가 정작 신경쓰고 살아야할 것은 위험한 처한 이웃이나 보호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이고 우리보다 못한 삶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 아니겠어요? 우리가 왜 한 달에 몇 억을 쓰는 사람까지 신경쓰며 살아야 하지요?
방송사에서는 왜 우리에게 그걸 강요하는건지요?
우린 그런 사람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 쓰고 싶지도 않아요. 그 분의 소비가 우리 사회의 GNP 향상에 얼마나 공헌하는지도 별로 관심없어요. 사실 우리가 관심가져야 할 수많은 '우리 사회의 평범한 문제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진정한 명품은 우리 사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살기 위해서 힘들지만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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