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참 멋진 형이다.
우리에게 희망과 열정을 추켜세워주는 모티베이터다.
그에게는 늘 소탈함, 겸손함, 검소함, 그리고 창의적 이라는 단어가 붙어다닌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그에게 열광하며 그가 만들어낸 아이폰을 가지고 다니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
그리고는 앱스토어에서 한몫을 잡아보겠다는 기대도 놓치지 않는다.
잡스는 확실히 창의적인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했기에 전혀다른 레퍼토리를 가지고 그동안 꾸준히 변함없이 마소에 대항마로 작용해
왔던 것이 아닌가.
얼마전에 잡스가 이탈리아 음식점에 예약을 하지 않고 들어가서 식사르 하려다가
퇴짜를 맞고 나왔다는 사실은 보도한 기사가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예의 그 검은 티에 청바지 차림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지 오래다.
우리 한국의 젊은이들은 그런 그에게 또 반했다.
그리고 그의 소탈함과 겸손에 대해 무척 호의적인 반응을 보냈다.
미국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이 우리 한국 사회에 전해지면 미담이 된다.
웃기를 일이 아니고 뭔가.
그럼, 잡스가 한국에 와서 어느 식당에 들어가 예약하지 않고
식사를 하려하면 단호하게 내쫓을 식당 주인이 몇이나 있을까.
저 상황이 조작이건 아니건 저건 미국 사회의 문화다.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이유는 자리가 없기 때문이지
예약을 하지 않아서 내어줄 자리가 없어서는 아닐지도 모른다.
또 예약석이 아닌 일반석이 있는데 잡스라는 이유로 내쫓았을 리도 없다.
어떤 복잡한 이유를 적용해보아도 저건 미국적인 문화의 결과일뿐,
그가 어떤 영웅적이거나 혹은 겸손해서 저런 모습으로 식당에서 나오는건
아닐 것이다.
미국 사회에서 예약하지 않은 사람을 받아준다는 건 예약한 사람에 대한
무시나 마찬가지다. 그럼 굳이 예약까지 할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건 식당에 대한 손님들의 일종의 신뢰이고 그 가치를 존중해주는 처사인 셈이다.
스티브 잡스 뿐 아니라 대통령이 와도 그 자리는 내어줄 수가 없다.
당연한 것을 미담으로 만들어버리는 네티즌의 소설가적 기질에 놀라울 뿐이다.
잡스 이야기가 나오면 당연히 붙어 나오는 것이 이건희씨다.
다 알면서도 굳이 이니셜을 써가면서 우회적으로 표현하려는 썩 훌륭하지 못한 표현력으로
초보 비판가들은 손가락질을 해댄다.
이건희가 저 식당에 나타났더라면..어땠을까..
아마 난리가 났겠지...수행원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대통령 온것마냥 바들바들거렸겠지..
우리 권위주의의 대표적 기업인인 이건희가 나타났는데 당연한거지..등등..
참 희한하게도 스티브 잡스에게는 망령처럼 이건희가 따라다닌다.
유치한 소영웅주의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졸렬한 비판이 아닌가싶다.
그렇게 비판하는 사람들이 공무원 시험에 열심히 응시하고 있고 삼성에 들어가려고 기를 쓴다.
이유가 뭘까.
전투적 사상을 기반으로 남조선 부르주아의 산실을 박살내고자 하는 극렬좌파가 아닌 이상,
솔직히 먹고 살기 편하려고 삼성 들어가는것 아닌가.
거기서 실력도 쌓고 인맥도 쌓으면서 적당한 시점에 사업자 등록하여 나오려는 속셈들이
아닌가 말이다.
그런 배반적이고 이율적인 중심으로 살아가려는 준비생들이 사회에 너무 많은게 현실 아닌가.
공무원 욕하면서도 10급 공무원에 응시하는 대학생들이 몇인가 말이다.
이건희를 감싸려는 의도가 아니다.
나도 아이폰 유저이고 아이패드 열광팬이다.
수십년동안 맥을 써오면서 아이비앰의 블루스크린에 조소와 비아냥을 아끼지 않아온
386세대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 맹목적이고 무비판적인 냉소는 정말 안습중에도 안습이다.
시크하게, 냉소적으로, 예리하게, 그리고 분석적으로, 철저하게 사실을 왜곡하고 비판하는
연습들을 날마다 하고 있다.
한 나라가 움직이는데에는 복합적이고 연속적인 작동 원리가 있다.
겨우 톱니바퀴 하나를 보고 그게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며 마치 큰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그래서 그 톱니바퀴 하나만 고치면 온 시스템이 다 원활하게 잘 돌아갈거라고
맹신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넓은 들판과 산을 바라보며 달려본 적이 얼마나 있는가,
강과 바다로 내달리며 넓은 평야를 가로질러 마음껏 장난스럽게 뛰어본 적이 얼마나 있는가,
그저 좁디 좁은 컴퓨터 화면에 갇혀서, 연속극과 개그 프로그램, 게임과 음란물에
갇혀 지내면서 넓은 포부라고는 눈꼽만큼도 꿈꿀줄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 이제
어른아이로 커져버렸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그 편협하고 단편적인 훈련에 단련된 채 세상를 바라보고 자기들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마치 다 아는것처럼 말이다.
톱니바퀴 하나를 고치는 것으로 자기를 기술자라고 떠드는 한심한 엔지니어처럼 말이다.
시스템에 적응하는 법도 모르고 사실을 다각도에서 바라볼 줄도 모르는 개미 같은 눈을
가진 단편적 인간들이 양산되어버린 이 사회에는 그래서 수많은 자기 중심적인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스티브 잡스와 이건희의 비교에서 무슨 범죄냐고?
아니다. 문화의 차이를 존경받을 행동으로 과대포장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한가지 사고력의
단편만 보더라도 앞으로 한국 사회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하철에 가보자.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는가 살펴보면 그 사회의 미래를 살필 수가 있다.
대부분이 성공신화, 자기계발 관련 책들이다. 순수 문학의 범주에 드는 고전이나 현대문학들을
읽지는 못하더라도 시집을 잡고 있는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보면 한 둘 다행스럽게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핸드폰을 잡고 텔레비젼이나 불법 다운로드 받은 영화들을 보고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다 큰 어른이나 마찬가지인 젊은이들이 만화책을 붙들고 있는 모습이다.
만화책도 나름 교훈적이라고 말한다면 또 그럴싸하겠다.
하지만 어떤 만화가 그리도 교육적이란 말인가.
만화책을 읽으면서 열차가 조금만 연착해도 입에서는 쌍소리가 나온다.
여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대화하는데 '존나'라는 단어가 태반이 넘는다.
도서관에 가니 좁은 진열대 틈새에서 스킨십을 하고 있다.
눈에 뵈는게 없다는 어른들의 말 듣기에 딱 알맞은 행동인데도 아이들은 '자기 중심적인'
마인드에 익숙해져서 남이 뭐라든 '내가 좋아서'라는 공식에 흠뻑 젖어있고
마땅히 대항할 답을 찾지 못해 우물쭈물하는 우리 기성세대에게 자랑스럽게 비아냥을
날리고 있다. 구태의연하다는 논리로.
지금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사고방식을 어떤 방향으로 진행해가고 있는가는
언어나 행동, 그리고 글에 잘 나타나있다.
쉽게 흥분하고 쉽게 욕설을 하며 자기 신분을 가능한 한 최대한 숨기는 행동.
아니면 말고 라는 생각이 팽배해진것.
비판하고 비웃고 저주하고 삐딱하게 보는데에서 오는 쾌감을 진즉에 맛본 끝에 나오는 희열의 표현들..
이 모든 것들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는 이미 결정난 것이나 다름없다.
스티브 잡스의 별것 아닌 문화적 소산의 행동을 보고 그저 좋아하는 아이들..
역사적 사회의 산물로 태어난 시대의 기업가에 대한 맹목적 비판...
도무지 안목이란게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다.
캄캄하다.
안목이란게 뭔가..진실을 보는 눈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진실 자체는 옳은 것이지만
그 진실을 바라보는 눈은 진실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진실하다면 항상 옳아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진실하지 못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오류가 있다.
정과 오를 다 표현할 줄 아는 인간은 결코 진실할 수 없다. 또한 완전히 오 를 범할 수도 없는것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자기가 보는 건 무조건 진실이라고 믿어버린다.
차이에 대한 여백이 없는 아이들..자기 주도적인 생각에 가득차서 지독하게 독선적인 아이들이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것이다.
이 지독하게 독선적인 사회를 형성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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