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퓰리처상 사진전 관람 후기

오션지 2010. 7. 31. 23:35

역시 간략? 명료?하게 적어보고자 노력하며...

 

1. 광고와 실제의 미묘한 차이?

최근들어 광고를 많이 하는 퓰리처상 사진전...광고를 보고 그만 훅! 마음이 끌려 아이들과 마눌님은 데리고 사진전에 갔다. 예술의 전당까지는 셔틀을 타도 되지만 버스도 있다. 더운 날씨에 버스를 기다리자니 너무 지쳤다. 해서...마눌을 꼬셔서 결국 택시를 탔다. 3000원정도 들었다...

도착하여 퓰리처 사진전을 보려고 뭔가 안내를 찾아보려고 하니 제대로 찾을 수가 없었다. 한가지..야외 전시장이라고 해서 야외를 찾으려 했지만 도무지 야외가 어딘지도 잘...

암튼 인포메이션에 갔다. 좀 짜증난듯한 표정으로 웃지도 않고 푸석하게 안내하는 아자씨의 말을 따라 2층으로 갔다. 거기 올라가니..푹푹찌는 날씨와는 반대로 안쪽은 그런대로 시원한 곳이었다.

여기까지 온 보람은 있겠지..하면서 내부로 들어가니 사람이 너무 많았다.

광고를 보고 끌린 마음으로 왔는데 실제로 안에 들어가서 본 사진전은 솔직히 좀 많이~아쉬웠다.

광고는 정말 광고로 만들었다. 솔직한 내 심정은 광고에 나온 몇 개의 사진만 보려고 간것 같은 느낌이다.

 

2. 사진을 보는 관객들의 수준...

물론 사진전이지 그림전은 아니다. 그림이야 손으로 만지면 안된다지만 사진까지야 뭐..하겠지만, 그래도 사진에 손을 짚고 선다든지, 사진을 가리고 선다든지 하는 모습은 많이 부족한 우리 나라 사람들의 전시 문화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것 같아 안타까웠다.

특히 자식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버린다는 우리 나라 부모님들의 애틋한 자식 사랑은 눈물겹다. 내 자식이 사진을 손으로 슥슥 문지른다든지, 사진에 바짝 기대어 서서 다른 사람의 시야를 가린다든지, 또 시끄럽게 떠든다든지 하는 모습을 보이면 제재하는게 도리가 아닐까..아무리 내 돈내고 들어온 전시장이라지만 나만 돈 낸것은 아니다. 게다가 공공질서란게 엄연히 존재한다. 그런데도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던지 상관않고 그냥 계속 사진만 들여다보는 부모의 모습은 여간 답답한게 아니었다.

사진을 보며 생각도 하고 반성도 하고 여러가지 다양한 지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번 전시회는 그냥 시장판이나 마찬가지였다.

안내 요원이 있었지만 사람들이 줄줄이 떠밀릴때 겨우 와서 하는 말이 줄서지 않고 보셔도 됩니다...한 마디 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말도 안된다. 줄서지 않고 보면 앞 사람에 가려서 사진을 볼 수가 없다. 게다가 사진전이 시대별로 구분되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사람들은 옛날부터 시대순으로 보게 되어 있다. 그러니 마치 북어꿰찬 두루미같이 줄줄이 서서 뒷사람에게 떠밀려가며 봐야했다.

사진전이 아니라 무슨 여행사 쇼핑온것 같은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거기다가 아이들이 뛰어나니기도 하고...사진을 찍어대는 관객도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퓰리처 수상작을 본다...참 어려운 이야기였다.

 

3. 지나치게 어두운 실내, 그리고 엉터리 번역..

실내는 지나치게 어두웠다. 특히 흑백 사진은 너무 어두워서 그 느낌을 충분히 살리기 어려웠다. 전체적으로 실내 분위기가 너무 어두운데다 사진들이 주로 사건 사고 위주로 전시되어 있다보니 잔혹한 사진도 많고 충격적인데다 섬뜩한 장면도 많아서 만약 기획사측에서 납량특집으로 기획한 것이라면 효과 만점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후덥지근한 실내에 어두컴컴한 것도 그렇고 사진을 좀 보려고 가까이 가면 앞이나 옆사람에게서 나는 땀냄새는 정말 참기 어려웠다. 정말 분위기가 그렇다.

게다가 정말 안습인 것은 형편없는 번역 문장이었다. 다급하게 한건지, 아니면 실력이 없는 사람에게 시킨건지, 딱 학술번역이었다. 철저하다시피 한 영어식 번역으로 한국말로도 이해가 안되는 문장 구성을 만들어놓았다. 화가나서 사진으로 좀 찍어서 올릴까 하다가 사진 찍으면 안된다고 해서 그것도 못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아가씨는 사진을 잘도 찍더라..아무도 제지하지도 않고...

번역을 하려면 제대로 해서 쉽게 이해가 가도록 문장을 구성해야 옳은 일이다. 지나친 직역의 티가 나고 문장 전체를 영어식 어법으로 번역한 까닭에 중학교1학년인 큰 아이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간다고 했다. 내가 나오면서 네가 문장력이 떨어져서 그런지도 모르니 국어 공부 열심히 하고 책좀 많이 읽어라..그러고 말았다. 하지만 평범한 학부형인 내가 보기에도 눈물나게 한심한 번역이었다.

 

암튼 우여곡절 끝에 전시회를 보고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왠지 뭔가 남았다는 느낌보다는 아쉽다는 느낌, 좀 속았다는 느낌마저도 든다. 개중에는 정말 마음에 남는 명작도 수 편이 있었다. 그것마저 없었다면 정말 주최측에 항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예를 들면 경찰관이 조그마한 아이에게 축제할때는 거리로 나오면 안된다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보는 이마다 모두 참 좋다..라고 한마디씩 했다. 또 몇 편의 감동적인 장면이 있었는데 그 사진을 볼 때는 한참이나 그 앞에 서서 감상을 하면서 생각도 해보고 좋은 깨달음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다른 작품들은 지나치게 잔혹하거나 사건,사고,전쟁 위주의 사진들 뿐이라 후반부로 갈 수록 식상해진게 사실이다.

 

요즘 텔레비젼 광고에 계속 나오는 것을 보고 시민들이 많이들 찾아갈 것이다. 추최측에서는 실내 환경을 좀 더 밝게 해주고 시원한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특히, 사진앞 가이드 라인은 좀 더 늘여서 아이들이 사진에 가까이 가서 시야를 가리거나 만지지 못하도록 지도하는 편의도 제공해야 한다. 번역은 이미 되어 있어서 바꿀 수 없으니 하는수 없어 그 점이 가장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일부 번역에 있어서 그런 것이다. 하지만 옥의 티는 그야말로 한 두개다. 이번 전시회의 번역은 너무 많은 문자적 번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