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iphone Stuff

오만한 KT 아이폰 정책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오션지 2010. 7. 2. 18:18

KT에서 아이폰4를 위한 새 정책이 나왔다. 요약하자면 아이폰4로 바꿔주되 기존 3Gs 아이폰 계약을 승계하라는 것이다. 신규로 아이폰4를 사지 않는 한은 새 아이폰4로 갈아타는 댓가로 기존 아이폰을 누군가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이해할 수 없는 KT의 주장은, 더 많은 고객이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자원 재활용면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자원 재활용일까..더 많은 고객이 사용하는 것은 또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인가.

이래 저래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자기들의 계좌로 집어넣기는 매한가지 아닌가.

 

이 황당한 사태가 일어난 원인에는 두 가지 주체가 있다.

하나는 애플의 신제품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국내에 아이폰을 독점적으로 공급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애플은 허겁지겁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새 아이폰을 내놓았다.

기존 3Gs 아이폰의 성능을 채 감상하기도 전에 아이폰4를 내놓으며 승승장구의 길을 자랑하는 애플이 바로 이 사태로 몰고간 장본인이다. 뭐가 그리 급했을까.

아이폰3Gs 판매가 호조를 보이자 얼마 안되어 아이패드를 내놓았다. 그리고 또 얼마 안되어 아이폰4를 내놓는 애플.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 출시와 묘하게 맞물려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계 핸드폰 시장 점유율이 사상 최대로 치솟고 있는 삼성에 대한 애플의 반격이라고 이해하더라도 심하게 두 기업의 경쟁구도는 눈에 띄인다.

 

삼성 갤럭시 제품이 출시된다는 루머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애플은 순식간에 몇 개월의 간격밖에 두지 않고 신제품을 내놓고 전세계의 호응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 아이폰4에 대한 수신률 불량과 액정 불량, 각종 에러 문제에 대해 소송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애플이 그만큼 급하게 뭔가를 만들어냈다는 뜻이다.

그럼, 과연 아이폰4는 하이앤드일까?

아이폰4가 나오면서 한참 호조를 보이던 아이패드는 어느새 언론의 기삿감도 못된채 그냥 사라지고 말았다. 아이패드 도입이라는 이슈는 꼬리를 내린채 국내 소비자들에게 변죽만 울리고 만셈이다.

그간에 소비자들은 너도 나도 아이폰 열풍에 휩싸여 앞뒤 분간 못하고 구입을 서둘렀고 여기에는 3Gs 가격 할인이 큰 역할을 했다. 신상품인 아이폰4의 가격과 성능에 비해 기존 3Gs의 성능이나 가격이 훨씬 매력있도록 시스템을 구조 변경하고 재고 물량을 마구잡이로 최대한 풀어놓은 상태에서 KT는 아이폰4 도입을 선언하고 물량을 풀기로 한데에는 분명 전략적인 면이 크다고 하겠다.

 

기업이 판매 전략을 수립하고 운영해 나가는 것은 당연한 기업윤리이다. 하지만 소비자를 얼마나 배려하느냐에 따라 기업은 평가를 받게 되어 있다. 아이폰 도입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고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스마트폰 리더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보아도 큰 무리가 없는 KT는 이번에 악수를 내놓고 소비자들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기존 3Gs 제품의 계약 내용을 그대로 승계하고 아이폰4를 사용하게 한다는 내용에 소비자들은 일단 현혹이 되겠지만 해지된 기존 3Gs 아이폰을 제 3자에게 30일 안에 양도해야한다는 내용에 다달아서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 KT가 해야할 일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그렇게 안하면 기존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없고 원점으로 돌아가니 아이폰4의 가격을 납부하여야 하고 요금 할인마저도 무효가 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고객들 목덜미에 멍에를 지우고 IT산업의 텃밭을 쟁기질하려는 속셈이 여실히 드러나는 한대목이 아닐 수 없다. 새로 산지 서너달만에 내가 사용하는 제품이 중고 제품이 되어버리는 사태에 대해 그냥 수긍하고 그러려니 할 고객이 몇이나 될까. 신상품이라고 하면 백화점에서도 프리미엄이 붙어 팔리는 법이다. 하다못해 동네 슈퍼에서도 새로나온 제품은 으레 좀 값이 더 나간다고 양해하고 구입한다.

새로나온 노트북이나 새로나온 차를 살 때도 역시 프리미엄이 기본적으로 적용되어 있고 소비자들은 남들이 가지지 못한 새 상품이라는 '가치'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고 그것이 100만원이 넘는 것도 있고 싸게는 80여만원대인것도 있고 그런 것이다.

 

하지만 과연 100만원대 가격을 내고 새 상품을 사서 그 가치를 즐길 권리가 고작 서너달이라면 이 사실을 납득할 고객이 몇이란 말인가. 어리석게도 내가 서너달 전에 사서 지금 들고 다니는 이 스마트폰이 어제 비슷한 가격에 산 저 새 제품보다 훨씬 못나 보이는 이 상황을 KT는 허울좋은 승계라는 덮개로 쉽게 덮으려 한단 말인가.

 

가장 아름다운 해법은 KT가 대승적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객이 기존 3Gs제품을 신형 아이폰4로 기기변경하기를 원한다면 제품 자체를 1대1로 교환해주고 다만 신상품이라는 점에 있어 판매사로서는 마이너스 요인이 있으므로 그것을 할부금 조정이나 계약 연장등의 조건으로 교환해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고객 부담이 늘어나는 일이지만 일시불이 아니라 나누어 내는 방식이므로 고객에게는 충격이 덜한 것이고 KT는 굳이 아이폰4를 사용하지 않고 3Gs를 사용하려는 고객에 대해 교환을 통해 수거된 제품을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재판매를 하면 된다.

형편이나 재정상황 때문에 신형아이폰4를 구입하지 못하는 고객층도 상당할 것이다. 또한 기존 스마트폰이나 일반 핸드폰을 사용하면서 아이폰을 사용해보고싶은 사용자들도 많을것이다. 가격만 저렴하다면 기존 전화를 유지하면서도 얼마든지 새 번호를 부여받아 아이폰을 하나 더 장만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이폰이 단순히 해드폰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소셜 미디어 기기로도 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반 핸드폰으로 해내지 못했던 다양한 기능을 저렴한 가격에 사용해보고자 하는 층이 많을 것인데 KT는 너무 근시안적인 사고를 하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KT는 눈앞의 이익에 집중하지 말라.

고객은 언제나 기업보다 현명하다. 고객의 선택이나 판단은 하루 아침에 나타나지 않지만 결국 최종적인 결과물은 언제나 고객이 만들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