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연일 경쟁적으로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자극적인듯 하면서도 사실에 버금가는 제목들을 잘도 뽑아낸다.
그걸 보고 사람들은 클릭질을 일삼는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비판적 의식으로 보기보다는
기사 내용의 매콤한 맛에 빠져 흠뻑 젖어들고 만다.
댓글을 보면 더욱 그 깊은 맛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군함이 반쪽이 나고 많은 우리 자식들이 수장되어 목숨을 잃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슬픔은 크다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언론은 슬픔 자체보다는 가족들을 내세워 그 슬픔을 배가시켜보겠다고 나선다.
가족들의 슬픔은 구경거리가 아니다. 함께 나누어야할 팩트다.
그러나 언론이 다루는 것은 그 슬픔의 팩트가 아니라 가족들의 상황일 뿐이다.
국민이 알아야할 권리는 팩트일 뿐.
가족들의 상황에 덧대에 붙어먹을 클릭수가 아닌 것이다.
미친 언론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경찰에서 사복경찰을 들여보내 혹시라도 가족들 속으로 불순 세력이
틈타지는 않았을까 조사를 하겠는가.
워낙 거센 가족들의 반응에 놀란 정부가 어쩔 수 없이 택한 방법이겠지만
정부는 고사하고 군당국에서도 지나칠만큼 언론을 의식한다.
언론에 나온 상황 묘사를 너무 의식하면 정작 중요한 대책 마련과 사실 확인에
변수가 생길수 밖에 없다.
어느 야당 대표는 이 기회를 틈타 아직 문제가 핵심에 서 있는데도 무슨 청문회같은거 하자고 한다.
정치적 이용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을 진정 그 연세가 되고도 모른다는 말인가.
큰 인물이 되기를 그른듯 하다.
기사 제목을 보고 있노라면 참 한심하기를 넘어서 어이가 없어진다.
이제 드디어 한 사람의 구조 요원이 죽고 나서야 가족들의 상황만을 대서특필하던 언론이
군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듯 하다. 이건 뭐하는 건가.
이리저리 언론은 여론을 끌고가면서 또 업혀가기도 한다. 마치 꽤나 의식있는 언론인것처럼 말이다.
잠수부원 한 명이 죽고 나서야 탐색 작업이 왜 늦어졌나를 따지게 되는 이 한심한 언론은
대한민국 언론이다. 덕분에 냄비뚜껑 팔랑이듯 온 나라가 들끓고 미쳐나가는 동안
일본은 조용히 초등교과서에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올려놓았다.
일본에는 기자가 없었던가. 이 좁은 땅덩어리에 무슨 기자들이 그리 많아서 나랏일에 무슨 관심이
그리도 지나치게 많아서 제 살 깎아먹기 노릇만 하고 있었더란 말인가.
겨우 한 두줄 독도 이야기가 나오고 만다. 이젠 지겨우리만치 수중 탐색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렇다할 결론이 나오지 않자 언론마저도 공황상태에 빠진듯 하다.
서로 눈치보기 하다가 누가 먼저 터뜨리냐에 사활을 거는 우리 대한민국 언론들.
함께 미쳐가자는 것이다. 그렇게 속없는 청소년에다 할 일 별로 없는 일명 '네티즌'들의 클릭질에
목숨을 걸어야 월급받고 산다느 말인가.
팩트..
기자들은 늘 외친다. 팩트..
그리고 늘 면죄부처럼 들이대는게 있다. 국민의 알 권리.
그렇다. 국민은 분명 알 권리가 있다. 지금처럼 한 명의 잠수부가 죽자 마자 바로 나오는
그 알아야 할 팩트 말이다. 수심 50미터 한계, 수중 탐색 시간 겨우 7,8분..
이런 얘기 썼다가 가족들한테 맞아죽을까봐 겁난 기자들은 숨죽이고 있다가 이제 한 명의
희생자가 나오자 바로 경쟁적으로 글을 써댄다. 참 입 간지러워서 어찌들 참았나 모르겠다.
어뢰니, 기뢰니, 새 떼니, 암초니, 미 군함이 어떻고, 늑장 대처니, 함장이 왜 살아왔냐느니..
참 기묘하게들도 빠져나간다. 요리 조리.
전혀 책임질 일 없게 잘들도 기사를 만들어내고 상황 묘사를 해낸다. 신기할 따름이다.
가족들의 슬픔은 이제 슬픔이 아니라 거의 광적인 분노에 가깝다.
산 사람들 부모는 그럼 뭐가 되는가. 함장이 살아 돌아와서 따지면 그럼 다시 물로 들어가 죽어야
한단 말인가. 영화들 너무 좋아하시는거 같다. 어디서 본건 있어서 함장은 장렬히 배와 함께
물 속으로 빠져들어가며 늠름하게 경례 붙여야 함장다운 것인가.
어느 기자가 용기 있게 쓴 글, 함장 영웅적으로 지휘해 서른여명 구조함..이라는 기사는
살짝 보이고 다시 묻혔다. 함장은 참 뻘쭘하겠다.
어느 기사는 애써 군인들이 민간인들에게 총부리 들이댔다고 썼더라. 그럼 군인이 전경도 아니고
빈손으로 나올까. 그 군인들 가진 총에는 실탄이 들어있고 장전이 되어 있었을까.
그 상황을 지켜보는 기자의 눈에는 그 총이 그렇게 무서웠던가.
지금 무슨 오공 시절인가. 눈은 2010년에 살아도 정신이나 마인드는 오공시절 피해본 가족의 눈이다.
정치인들은 눈치보면서 이걸 어떻게 총선에 이용할까 잔머리 굴리고 앉아들있을거 뻔하고
군부대는 장비 부족에 사상 초유의 사태라 위기 대처 능력도 떨어지고...
가족은 가족대로 슬픔을 넘어 도가 지나친 분노로 팽배해 있고..
지금 이 상황에서 가족들이 끝내 더 분노를 표출하면 오늘 구조하다가 죽은 대원과
지금 실신 중인 또 다른 구조대원에게 정말 못할짓 하는거다.
안돼서 못하는 것과 안한 것은 다르다.
불만이 있는 것이 당연하고 초기 대응이 늦은 것을 질타하는 것은 또 당연하다.
하지만 군이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을 받는 건 나 뿐일까.
소영웅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댓글 놀이에 빠져서 신색깔론에 아주 재미 들였다.
언론은 비판의 기능은 가져야 하지만 비난의 기능을 가져서는 안된다.
언론은 비난하는 기능 대신 여론을 호도하는 기능 대신 정말 국민이 알아야 할 사실을
적시하는 기술을 더 연마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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