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그 동안 어디가서 나는 가수라 라고 말못한 가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나가수 출연자는 일명, 자칭 가수임에는 틀림없다.
제작 의도가 진정한 의미의 음악을 선보이고자 하는 것이었다면
이젠 그만하면 되었다.
잡음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이유가 뭘까?
방송사에 기획팀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 좋은 머리로 꼼꼼하게 기획했을 그 프로그램은 의도치 않게
가수들의 계속되는 문제 행동때문에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그러나 나는 가수들을 탓하고 싶지 않다.
프로그램 자체가 서바이벌이다.
일반인도 생존 경쟁에 내몰리면 서로 물어뜯기 바쁘다.
하찮은 상품 한 두개에도 머리채를 붙잡고 싸우는게 인간이다.
하물며 인기와 명성, 그리고 돈마저 걸려있는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내몰려 있다면 나름으로는 최고 레벨의 뮤지션이라 생각하는
그 가수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것임에 틀림없다.
그것이 뻔하고 당연히 예상되는데도 가수들은 기획사의 돈벌이에
어처구니없는 방식으로 내몰리고 있다.
돈도 좋다. 인기가 올라가면 더 좋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본 가수들의 경연은 처절하기 그지없었다.
시청자들은 가수들이 긴장하고 떠는 모습을 보며
쾌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순간들을 그 가수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단순히 긴장이 아니라 목숨을 건 투쟁과도 같은 것이다.
방송이다보니 서로 친한 척도 해야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음악 스타일마저도 잘한다고 해줘야 할 분위기다.
각각이 그렇게 색깔짙은 음색과 스타일로 십수년을 지켜온
자기만의 음악 세계에 혼란이 올만한 일들도 이번 나가수 가수들은
서슴없이 해낸다.
그래서 그만하면 되었다고 본다.
그 정도로 시청자를 즐겁게 주었으면 이젠 그 큰 짐을 내려놓고
다시 자기의 음악을 하는 세상으로 돌아가 주길 바란다.
임재범의 열창이라고들 하지만
그건 마치 저소득층이라 급식 못먹는 아이를 공개석상에 내놓고
춤추고 노래하게 하고나선 후원금 주려는 미친 짓이나 마찬가지다.
비록 그가 힘들게 살아왔지만 그건 그가 택한 일이다.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택한 길에서 그만큼만 살아가는 법이다.
누굴 탓할 만큼 그렇게 억울한 인생이란 아주 드물다.
임재범을 나가수에 출연시켜놓고 그 처절한 넋두리를 쏟아놓게 하고
마치 우리는 그의 음악을 외면한데 대한 참회라도 하는 것처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그의 음악에 느즈막한 열광을 보내고 있다.
이기적이고 이율배반적인 행동은 시청자들의 몫이다.
이제서야 그의 음악은 차트에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그의 음악 외에는 모두 그 동안 쓰레기였던 것처럼 그를 영웅시한다.
그럼 다른 가수들은 임재범의 기회를 빼앗았던 것일까?
치열하게 노력하고 연습해서 그만한 자리에 올라온 다른 가수들은
마치 기획사 잘만나고 발로 뛰는 매니저를 만나 그 자리에 있게 된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아니다.
임재범의 음악은 훌륭하지만 그의 삶마저 훌륭했던 것은 아니다.
임재범에게 기대하는 바는 그런 기회를 가져다 준 사람들을 생각해서
자기의 음악을 대중에게 더 많이 제공하게 된 이 기회를 잘 활용하고
개인적으로 큰 성공을 하길 바란다.
하지만 지금 열심히 활동하는 가수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재야에 숨어있던 가수들이야말로 제대로 된 가수라는 이상한 공식이
난무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이란게 참 단순하고 한심하기까지 하다.
언론은 가수가 물병을 집어던지고 욕설을 했다는 사실만 가십으로 보도할 뿐,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하는데에는 관심이 없다는 식이다.
기자 개인이야 내막을 알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기사를 썼다가는
가십거리 그 이상이 될게 뻔하니까 몸통은 잘라내고 그저 사람들이
관심있어할 부분만 보도한다.
그걸 어줍잖은 풋내기 네티즌들은 열광하고 미친듯이 퍼나른다.
디저털 노가다를 서슴지 않고 하면서 푼돈 하나 보수로 못받아도
사람들은 자기 통신비와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어리석음을 잘도 보여주고 있다.
가수도 사람이다. 인형처럼 세워놓고 전기 넣으면 돌아가는 그런 기계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방송에 내몰려 나와
앞선 사람들, 뒤에 선 사람들과 경쟁의 장소에
내몰린 가수의 입장이라면 물병 던지고 욕설한 건 점잖게 표현한 스트레스다.
정말 자살하지 않는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대중들의 전폭적인 지지는 못 받아도
소소한 팬클럽 하나에만 만족하면서 노래하고 싶은 가수들이 왜 없겠나.
그게 돈이 안되니 말은 못해도 그래도 그걸 노래할 수 있는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가수들도 왜 없을까.
스타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압박감을 많이 느껴야 한다는 사실과 일치한다.
누가 물병을 던졌는가가 중요한게 아니라 왜 던졌는가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 욕을 했는가가 아니라 왜 욕을 했는가가 중요하다.
나가수는 이쯤에서 그만둬야 옳다.
가수들을 모두 제자리에 돌려놓고 이 험악한 폭풍이 빨리 지나가고
가수들이 다시 차분히 음악에 몰두할 수 있게 해주는게
팬들에 대한 진정한 봉사다.
음원 차트에 오르고 돈이 갑자기 되니까 미친듯이 나가수에서 열창들을 하지만
그건 결국 오래갈 일이 못된다. 그냥 시청률 조금 올리려고 발버둥을 치는
방송사의 농간에 놀아났다는 평가만 되돌아올 일이다.
우리 시청자는 좋다.
슈스케나 위탄에 비해 정말 완성도 있는 뮤지션들이 나와서 최선을 다해서
노래를 들려주니 귀가 호강하는 것은 참 뭐라 할 수 없을만큼 좋다.
그런데 매주 그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도 이번에 누가 짤리나..하고 생각하면
갑자기 그냥 즐긴다는 느낌보다는 서바이벌 현장을 위성중계로 보며
전투에 직접 참여해 적을 죽이는 그 순간을 즐기는 변태적 매니아가 된 것같아
섬뜩하기까지 한다.
아이들과 함께 볼 때는 더욱 그렇다. 좋은 음악을 즐기다가 그 끝에서는 결국
눈빛을 반짝이며 누굴 떨어뜨리냐 하는 부분을 관음적으로 즐긴다.
나가수는 무서운 방송이다. 최고 레벨의 가수들을 모두 불러다 놓고 좋은 노래를
들려주면서 동시에 결코 넘어질것 같지않은 그 수준높은 가수들을 하나 둘씩
처단해 낸다. 그러면서 가수들은 서로 친한척 하고 눈물까지 보이며
안타까운듯 연기한다. 뒤돌아서서 씨발이라고 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방송의 끝이 뭘까?
시청률? 아니면 뭐란 말인가.
시청률은 나랏님보다도 더한 권력가이다.
시청률이라면 살인 장면도 고스란히 내보낼 정도로 간 큰 방송사이다.
가수들이야말로 이 방송사에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불쌍하기 그지 없다. 그래서 이소라의 파격 변신은 시청률 망령이 부리는 농간에 놀아난
가장 큰 희생자요 윤도현의 탈락은 또다른 형태의 교수형이 되고 말았다.
임재범? 그가 부르는 것은 노래가 아니라 절규다. 그 절규는 마치 이 불확실한 세상에
내던져진 내 자신을 형상화하고 대입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아바타의 절규다.
거기에 묻어가며 감정을 이입해 고단한 현재의 삶에 대한 카타르시스적 쾌감을 느끼기에
많이 동감을 받는다.
방송은 가수들의 그런 긴장과 스트레스, 절규, 돈에 대한 집착들을 예술과 믹스해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내놓고 그게 바로 진정성이라고 표현하지만
결국 모두들 돈으로 가는 기차를 올라탄 사람들의 형상인 것임에는 차이가 없다.
쎄시봉도 마지막 돈열차를 타고 저 앞서 달려가고 있고
나가수 심사위원장도 얼굴이 알려지자 다시 음악을 하겠다고 나섰다.
이 복고 바람을 타고 날아보고 싶지 않은 왕년의 음악인이 왜 없을까?
좋다. 어차피 인생은 돈과 떼놓을 수 없는 것이니 그걸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렇다는 뜻이다. 하지만, 나가수는 이제 그만 가수들을 괴롭혀야 한다.
우리들 대중이 바라는 편안한 음악은 경쟁이라는 사각링에서 벌이는
사투같은 음악이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음악이다.
윤도현의 오버스러운 락킹, 전혀 어울리지 않는 편곡,
이소라의 몸에 맞지 않는 옷같은 노래,
김연우의 한계성 있는 변신,
김범수의 어색하고도 앳된 여러가지 시도들,
임재범의 노래 그 이상의 절규들,
박정현의 고단한 시도들...
BMK의 제어되지 않은 레벨업의 노력...
이런 다양한 모습들은 결국 가수들 스스로를 탈진시켜 앞으로 어떤 부작용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나가수, 이제 정말 그만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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