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엇타임-Quiet time..

새벽기도

오션지 2010. 6. 30. 02:29

뱅갈루르에 갔을때 일이다.

친구 녀석을 만나러 갔는데 가서 힘차게? 새벽기도한 기도밖에 없는 것 같다.

인도의 새벽은 한국의 새벽과는 좀 다르다.

공기가 다르고 색깔이 다르다.

그러나 한가지 꼭 같은 것도 있다.

새벽에 사람들이 열심히 뛴다는 점이다.

인도 사람들은 약간 살이 찐 것이 하나의 미덕이요 자랑에 해당하는 것인데

근래에 들어 다이어트와 건강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고

들은바 이야기로는 인도에서 헬스클럽으로 막대한 부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심심치않게 회자된다.

 

새벽 아침 공기를 가르고 선교지 목사님이 먼저 뛴다.

친구 녀석은 무지무지한 눈빛으로 나에게도 뛰라고 한다.

다른 나라에 와서 그런가...스탭들 모두 필사의 기운으로 뛰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동네 한 바퀴'다.

그렇게 뛰다가 뛰다가...다 지칠때쯤 되니까 다시 모인다.

국민 체조를 앞서 두 번이나 했고 목사님께서 일러주시는 지압 운동같은 것도 한 번 했고

이제 끝나나 싶었는데 동네를 몇 바퀴 힘차게 돌더니 다시 모인다...

 

그리고는 예배를 시작한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 예배다. 나에게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영어 질문..

선선한 새벽 바람에 대답을 하느라 진땀이 등에 찬다.

어쩌구 저쩌구 되지도 않는 영어로 대답을 하고 그러기를 몇 차례 돌아간다.

이제 끝나는구나..정말 예배가 끝나자마자 참 길고도 먼 길을 돌아온 탕자처럼

육신과 정신이 모조리 혼미해져서 그냥 숙소에 가서 쓰러져 자고 싶은데

친구 녀석이 다시 불러세운다.

좀 있다가 아침 먹자...

 

친구를 만나러 간 며칠간의 뱅갈루르의 삶은 이렇게 똑같은 새벽 예배로 보내졌다.

하지만 그 귀한 기억은 내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곳에서의 삶, 아니 사역은 곧 생명을 내놓는 결단이 없으면 안된다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도의 새벽은 우리 같은 기독교인의 차지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인도의 하늘은 이슬람의 외침과 힌두교의 외침이 뒤섞여

복잡하기 그지 없다. 이슬람에서는 사원의 대표가 늘 생방송으로 기도문을 노래한다.

힌두교도 이슬람처럼 나중에 따라서 시작했단다.

그렇게 아침을 빼앗기기 싫어서 기독교인들은 새벽을 깨웠던 것이다.

 

묘한 것은 며칠 사이에 이슬람의 기도문 낭송이 귀에 익고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여겨진다는 사실이다.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온 건 그때부터였다.

소리를 통해서 들어오는 또다른 정신..

그것이 기독교에 위배되는 이단의 종교라해서 두려운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 그 묘한 매력이 두려운거다.

 

이슬람은 힌두교와는 또다른 소리의 힘이 있는 것같다.

그 힘을 들으며 살아온 수십년의 생활 속에서 인도인들은 힌두교를 지키며 살아왔고

이슬람은 인도에서만큼은 그 전파력이 크지 못하다.

그런 점에서 힌두교의 정신은 소리에 대한 유연한 반응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할만하다.

그야말로 인도인들의 가장 대표적인 맨트인 'As you Wish!'인 것이다.

새벽에 동네를 도는 친구에게 들었다.

이렇게 새벽에 하루를 시작하면서 동네를 도는 동안 자신은 많은 생각을 한다고.

 

이것은 그냥 한국에서 운동삼아 뛰는 그런 종류와는 다른 것이다.

새벽을 장악하지 않으면 결코 그 '다른 소리'를 이길 힘을 얻을 기회가 없기 때문인것이다.

오늘날 다른 소리는 얼마든지, 어느 곳에든지 있다. 꼭 인도가 아니더라도.

내 내면의 소리,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소리, 내게 복이 되는 소리..등등..

인도에서만큼 절실한 기도는 아니지만 새벽의 기도는 이기는 힘이 있는게 틀림없다.

다른 어떤 소리를 듣기 전에 먼저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거울처럼 반사되는 내 내면의 소리를 듣는 시간은 오직 새벽밖에 없으니까.

 

우리의 새벽 기도는 어떨까.

생존을 위한 기도일까.

복락을 기원하는 제사같은 기도일까.

세상 어디에건 다 존재하는 그 '다른 소리'를 이길 힘을 달라고 소원하는 기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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