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캄캄하다.
자식 교육 잘못시킨게 내 탓입니다..하던 옛날 학부형은 아니다. 나도.
돈 버느라 바빳고 애새끼 건사 잘못한거 인정은 하지만
그래도 이번일은 참 어이가 없다.
다 언론이 너무 밝히는데만, 국민의 알 권리만 이야기하는데서부터
일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난 저시키를 욕할 수 없다.
내 잘못이 크기 때문에? 아니다.
모두 마눌 잘못이기 때문에? 아니다.
그럼 선생이 진짜 잘못한 거라서? 아니다.
자식 낳아보지 않으면 그 심정 모른다.
자식 새끼가 작은 잘못을 하면 부모는 크게 화를 낸다.
하지만 정작 큰 일을 저지르면 부모는 오히려 화를 참는다.
왜 그런지 아는가..
자식이 큰 잘못을 하면 부모는 잘못 자체가 아니라 자식 걱정을 먼저 한다.
저게 저렇게 큰 일 저지르고 지딴엔 얼마나 겁이 날까?
저걸 나마저도 감싸주지 않으면 어디 기댈데가 있나..
저러다 속상해서 죽겠다고 하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나서 결국 부모는 자식편이 되고 만다.
내가 저 시키를 경찰서에서 데려오면서 정말 쪽팔리고 한심해
죽도록 패고 싶지만 그런 말 못하고 그냥 데려오는 걸 보고
주변 사람들이 그 애비에 그 자식이다..이렇게 말들 하지만
내 속은 아무도 모른다.
살인을 한 자식이라도 나한테는 귀하다.
방구석에 쳐박혀 저렇게 기죽어 있는 자식 새끼를 보는 부모 심정도
편치만은 않다. 당장 내일부터가 걱정이다.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할지 모르고 공부에 관심이 뚝 떨어져 대학은 물건너간 일이 되고 마는 것은 아닌지..
타락해서 못된넘들하구 어울려 지내다 깡패나 되는게 아닌지..
잘못한 자식한테 큰 소리 못치고 자식 눈치보는 부모를 보고 내가
욕도 참 많이 했지만, 한편 내가 그런 입장 되고 보니 그네들
심정이 이해가 간다.
그저 무자식이 상팔자란 말이 딱이다.
길길이 뛰는 마누라나 딸년이 아무리 타래질을 해대도 내가 한 입
빨아 내 부는 담배 연기속에 타들어가는 내 오장육부가 녹아 있는 줄을
모를 것이다.
내일 선생님한테 전화라도 한 통 해야겠다.
술이나 한 잔 합시다.
내 새끼 잘 봐 달라는 거 아닙니다.
그저 세상이 이런거..우리가 부여잡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선생님이나 나나 시대 잘못 타고 난 거 독한 술에 녹여 마셔버립시다.
내 자식 전학을 시키든 계속 보내든 선생님은 그저 애들 가르치는 일에
관심가지시고 내 새끼 못난거 그래도 봐주실 분은 선생님밖에 없습니다.
학교가 언론 의식해서 선생님한테 피해주는 일이나 없었으면 하네요.
냄비뚜껑은 정치나 교육이나 다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저 철딱서니 없는 애시키가 한 짓이니 잊고 지나갑시다!
그렇게 말하고 싶다.
그러나 우리는 만나지 않을 것이다.
내 맘이야 이렇다지만 주변에서 가만 놔두질 않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전화오고 교장이 전화하고 학교에 무슨 조치를 한다,
선생하고 면담한다...
사람 미치게 만든다.
그냥 조용히 저 시키 며칠 쉬게 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듯이 그렇게
다시 학교 다니게 하고 싶은게 내 심정이다.
불가능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