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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장 사태의 결론

오션지 2020. 4. 2. 11:11

조국 사태에 대한 결론.

11년 전 표창장 발급이 지금 기준으로 보면 위조로 보일 수 있다는 걸 왜 모르나? 실제 동양대 교직원 회의에서도 위조여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는 행정처장의 증언이 있다. 그런만큼 최성해 씨가 볼 때는 위조가 맞지만 당시 표창장 발급 절차에 다양한 왜곡이 있었고 관례처럼 해왔던 부분도 있었던 것이다. 그걸 저쪽에서 보면 위조고 이쪽에서 보면 합의된 대리발급이 되는 것이다.

목사들 중에도 정의감에 찌든 인간들은 지금 잣대로 그걸 위조라고 결론짓고 위조가 맞다고 성토하는 자들이 있고 검찰이 증거수집 절차에서 위법성이 있어도 그건 모른체한다. 11년 전, 혹은 그 이후라도 나도 모르게 군대에서 후임을 팼다고 치자. 그때는 그게 군기잡는 군대에서 당연시되던 시절이었지만 요즘 잣대로 보면 폭행이자 소송감이다.

지금 잣대로 보면 그런 거다. 조민 씨 봉사활동 기간에 캐나다 유학 중이었다며 채널에이는 열심히 도배를 한다. 내가 봐도 그 표창장은 기간에 문제가 있다. 어학교육원이라는 일련번호 말머리도 있고 최우수봉사상이라는 비공식적인 명칭도 있다. 이걸 위조라고 보면 분명히 위조다. 그러나 최성해 총장과 정경심 교수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았을 당시였고 동양대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바로 그점, 즉 표창장 발급에 내부적으로도 일관성이 없었던 점을 생각해 보면 학력을 부풀리려고 위조했다기 보다는 봉사한 내용에 대해 부정확한 날짜와 상장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걸 위조라고 보면 분명히 위조가 되겠다. 그러나 총장이 위조가 아니라 당시에는 자신이 그런 권한을 묵시적으로 부여했고 또 예외적으로 발급하는 관례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증언하면 별 문제 없이 지나갈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최성해 씨가 조국 수석에게 뭔가 부탁을 했지만 정경심 씨가 그걸 거절하는 와중에 오해가 발생하고 서운한 감정이 생긴 것이다. 그것이 최성해 씨가 법정에 나와 자신은 있는 그대로 증언한다고 한 빌미가 된 것이다.

검찰은 팩트 자체만 가지고 논하니 분명히 위조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고 당시의 여러가지 상황 속에서 표창장을 만들어 냈어야 했던 정경심 교수 측에서는 아예 없던 봉사도 아니고, 실제로 있었지만 공식적인 룰을 따르지는 않았던 것인데다 10년이 넘게 아무 문제 없이 지나왔던 일이 정치적인 이유로 드러나면서 내사 과정을 통해 문제가 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셈이다.

이쯤 되면 진실 여부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다들 참새처럼 떠드는데 11년 전 일을 지금 잣대와 기준으로, 또 지금의 감정과 관계파탄을 기반으로 조사하게 되면 이건 명백히 위조가 되고 불리한 싸움이다. 검찰의 자신감은 여기서 나오는 것이고 정경심 씨는 최소한의 방어권 행사를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당시에는 관례처럼 지나갔던 일들이 지금에 와서 남편과 엮여 밝혀지는 것 자체가 비참할 것이다.

거기다가, 남편이 정치를 하지 않았으면 사모펀드도 불법적인 요소가 없이 재산증식에 필요한 일로 기회와 형편만 되면 아무나 할 수 있는 펀딩이었던 것을 검찰이 파고들면서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주머니 없단 식이 되어버렸으니 그것도 한참 억울한 일일 것이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검찰이 털어서 문제라고 밝혀낸 사실들이 과연 불법적인 것이었을까? 실제로 이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그냥 돈 많은 강남출신 서울대 교수가 도덕적으로 민감한 일을 아내에게 시켜 재산을 늘리려고 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이것도 코에 걸었으니 귀걸이가 코걸이가 된 셈이다. 간단하게 생각해 보자. 학교 최상위권 아이들 치고 선생님이 자소서 개판으로 써줄 사람 있나? 생기부에 이유 없이 빨간줄 가게 할 사람이 있을까? 학교 명예가 달렸다면 나쁜 것도 감추고 좋은 것만 기록해주는 게 어지간하면 관례처럼 되는 일들이다. 사고를 쳐도 많이 감안해주는 게 태반이고 그렇게 해서 다들 좋은 대학 들어가고 학교 교문 앞에 플랭카드 건다. 이게 보편적인 사회상이다.

이 일을 가지고 11년 후에 검찰이 덤벼들어 파헤쳐본다고 생각해 보자. 빠져나갈 인생 있겠는가? 그때 선생님 증언에 그 애는 원래 자격이 안 되는데 당시에 부모님 부탁도 있고 교장선생님 눈치도 보이고 해서 자소서랑 생기부 잘 써줬다고 하면 이건 학력 위조가 되고 불법도 되고 취소 요건도 되고 사회적으로도 부도덕한 일이 된다. 선생님이 그런 증언을 하는 이유는 그동안 좋은 대학 가고 성공했으면서 한번도 연락하지 않은 것이었다고 한다면, 타당하지 않겠는가?

지금 온 국민이 난리를 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이 웃기는 사건의 전말은 결국 당시와 현재의 괴리 사이에 끼어 감정놀이를 하는 어른아이들의 한심한 기싸움 그것이다. 한때는 좋아서 며느리 삼고 싶었던 애지만 그 부모가 괘씸해서 양심의 증언을 한 사람 입장에서는 거짓말은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청탁까지는 아니더라도 부탁 한번 들어주는 척만 했어도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다. 공직자의 아내로써 자기 입장을 고수한 정경심 교수의 실수라면 실수였다.

또한 엘리트 공직자로써 꼼꼼하게 수신제가 못한 조국 씨도 이 난리판의 한복판에 서 있다. 그들 가정에서 보자면 사소한 날짜 오류나 기억 불량이 다소 있기는 하지만, 또 규정에 충실하지 못한 면도 있었겠지만 딸이 사기를 대놓고 친 것도 아니고 좋은 대학 가려고 스펙 쌓기 하던 당시의 분위기에 편승한 것밖에 잘못이 없는데 지금 검찰이 하는 일은 매정하고 살벌하기만 한 것이다. 검찰도 그렇다. 절차대로 안 하고 범법행위에 대한 확신이 너무 큰 나머지 수사과정을 조작한 면도 있다. 이것이 판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필 선거가 있어서 언론까지 가세해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자청하는 마당이라 더 복잡하고 꼬여 있다.

 

결국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조국 사태는 표창장을 둘러싼 정교하지 못한 학교 시스템과 정경심 교수를 둘러싼 당시의 동양대 안에서의 역할, 강남 부자 가정의 학구열, 남편의 외부활동으로 인한 러프한 가정사 관리, 부인의 경제활동, 주변인들과의 복잡한 관계, 가족 중의 골칫거리 등등이 복합적으로 믹스된 우리 사회의 불편하고 우울한 뒷골목 풍경에 대고 검찰과 언론이 열심히 자기들만의 스프레이를 뿌리며 새로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 괴상한 모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