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1. 인맥에 집중하고 인맥이 성공의 열쇠라고 광고하는 요즘, 나의 영맥은 어떠한가를 살피자. 제한적인 인맥 보다는 영원한 영맥을 붙들지 않으면 내 영혼은 황폐하리.
2. 다른 사람이나 다른 현상을 보고 비판하는 정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지만 가끔씩 치가 떨리도록 나를 엄습하는 두려움이 있다. "너는 그렇게 살고 있느냐!"
3. 아침에 성경 몇 줄 읽고 찬송 한 장 하고 기도를 하는 것으로 일용할 양식을 채웠다고 믿는 이 한심한 신앙이여. 자그마한 미물이든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든 간에 오늘 한 가지의 선을 행하지 않으면 불자의 공염불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4. 만나서 반가운 사람과 만나기 싫은 사람, 그리고 심지어 더는 만날 수 없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내 주변에 있는 많은 관계적 존재들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싶다. 그들은 어쨌든 나를 아는 이들이었다. 이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5. 오래 된 카세트 테잎 플레이어를 꺼내 만지작거리다 바닥에 떨어뜨렸다. 새것 보다 더 아깝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결국 사람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것은 비싸고 좋은 새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나와 함께 한 것이 아닐까? 갑자기 옆에서 꼼지락거리는 아내와 아이들이 가슴 깊이 사랑스러워진다..그리고 아버지, 어머니..사랑합니다..
6. 불임인지 난임인지 아뭏든 간에 아이 낳기가 어려워 고생을 거듭하다 어렵게 하날 얻어 지금은 잘 키우고 있는 작은 처제. 나는 어찌 그동안 그 소중한 생명의 모체를 존경하지 않았던가! 그 생명을 낳기 위해 처절히 노력하였던 그 마음 고생을 말이다.
7. 두 마리의 강아지가 서로 뒤엉켜 논다. 그들의 놀이란 것이 입으로 서로를 살짝 깨무는 것과 몸과 몸을 부대끼는 것, 그리고 의사 표현의 방법으로 꼬랑지를 흔들어대는 것들 뿐이다. 그래도 충분히 즐겁게 소통하고 즐거워하고 싸우지 않고 잘 논다. 그 보다 수천 가지의 소통방법을 알고 있는 인간만이 충분히 소통하지 못 하고 산다.
8. 맛 없는 귤, 쓴 커피, 눅눅한 과자, 굳은 밥 알, 말라버린 야채, 식은 찌개와 먹다 남은 피자 조각이 방황하느라 배배 뒤틀어진 영혼에 비해 못 한 것이 무엇인가! 적어도 전자의 것들은 존재적으로는 최선이다. 늘 불리한 것은 영혼이고 자아이고 의식인 것.
9. 마치 내일이면 세상이 다 끝장날 듯이 치열하게 이혼한 어느 부부, 당장 내일이면 다 털고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 같았던 노름꾼, 오늘 너 죽고 나 살자고 해악질을 하듯 물고 뜯고 싸우는 문제적 부부, 한 걸음 한 걸음 떼놓기도 힘겨운 걸음을 걸으며 회복운동을 하는 초로의 인물, 내가 지나가면 혓바닥이 빠질 만큼 거대한 기세로 짖어대던 동네 신참 이주견 등..모두 그런 대로 잘들 살아가고 있다. 신기한 일이다.
10. 나도 오늘을 열심히 살고자 한다. 이 기록이 나의 어느 자화상이 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