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언어의 상품화

오션지 2013. 11. 2. 10:36
언어가 상품이 되는 시대. 17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 남의 나라 말 얼마나 잘 하나를 검사받아 그 증서를 들고 우리나라 말 하는 회사에 입사해 일하는 이상한 이 상황.

학교 원어민 선생이 자기 나라에서 무슨 짓을 하다 왔다 검증도 안 하고 그냥 별 짓을 다 하면서 우리 아이들을 농락하는 줄 모르다 이제서야 대책에 부심.

기도 열심히 하고 성경 많이 알아도 영어를 모르면 변두리로 밀려나야 하는 종교 지도자들이 택시 운전에 식당 알바에 다단계까지 손을 대야 먹고 사는 요상한 사회.

중간고사 기말고사에 사회나 음악이나 미술 역사 시험은 1등급 동석차가 5명이 안 되나 영어와 수학은 1등급 동점자만 10명이 넘게 나오는 이상한 교육 제도.

모두 말로 소통하려 한다. 행동과 생각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은 안다. 되도 않는 시원찮은 발음과 문법에 안 맞는 몇 마디 현지 말을 쓰는 것보다 손짓 발짓이나 화통한 웃음이 '인간'간의 어색함과 불통을 해결하는 가장 훌륭한 언어라는 것을.

말이 상품이 되는 자본주의가 겪는 말로 인한 갈등이 얼마나 많은가. 필요한 사람만 영어를 쓰는 시대가 되면 좋겠다. 필요 없어도 불안해서 배우는 언어가 낭비가 아니고 무엇인가. 용접공이 배워야 할 필요가 미국 경제학 전공자가 해야 할 필요와 같은 가격으로 매겨지고 있다. 그래 봐야 한국에서 배운 것 별로 쓸모 없고 현지에 가면 돈 아까운 상황 아닌가 말이다.

둘이 한참 영어로 대화하던 젊은이들이 말 끝에 하는 욕설은 굳이 한국말로 하더라. 동네 행사 제목 워터워를 물싸움이라고 해도 될 터인데, 포레스트 힐이라는 고급 주택 단지의 이름은 숲 언덕이라는 이상한 이름이고 보면, 도무지 우리 삶에서 영어는 부와 명예와 미래와 행복에 결연히 엉겨 붙어 지긋지긋하게 떨어지지 않는다.

토익 시험이야 중학 영문법만 띠어도 눈치로 맞추어도 되는 것인데 배우는 비용은 대부분의 800점대 응시자들보다는 900점대 정답자들과 같은 가격으로 매겨져 있다. 필요한 만큼 배우면 될 일이다. 가치에만 집중하니 종류를 선택하는 지혜가 부족하다. 이 흉칙한 상업주의의 악령은 교육이라는 늑대의 탈을 쓰고 서민들의 골수를 쭉쭉 빨아 먹고 사는 기생충들이 아니고 뭘까?

사람은 필요하면 배우지 말라고 해도 배운다. 또 그래야 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엉터리로 꿈을 꾸는 낯부끄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