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인성평가.
의대를 지망하는 아들을 둔 학부형 입장이라 의대 입사에 관해 이런 저런 정보를 알아보는 중이다.
한 사람이 수십 년씩 교육부 장관을 역임하다 명예롭게 퇴직하는 외국과 달리
10년동안 교육부 장관이 수 차례나 바뀌는 기가 막히는 교육 환경을 자랑하는 우리 나라에서
아이 미래를 미리 준비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또 없을 것이다.
서울대는 의대가 완전 독립 체제를 구축하면서 상당히 자율적으로 의대생을 모집하기로 한 모양이다. 의사의 자질을 성적은 기본으로 하되, 다양한 면에서 인성 면접을 통해 고른다는 얘기이다.
오늘 뉴스에 보니 국내 모 유명 대학에 수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이 과거에 장애인 성폭행 가담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조사중이라고 한다. 안 봐도 뻔한 얘기가 아닌가.
학교와 학부모 등이 아이를 두고 공모한 것이라고 안 볼 사람이 있겠는가 말이다. 성폭행 혐의로 검찰 조사까지 받은 아이가 우수 봉사활동자로 학교장 추천을 받아 유명 대학에 입학했다는 이 사실은 우리 교육의 암울한 현실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세계적 추태가 아닌가.
그런 인성을 가진 아이가 유명 대학을 나오고 거기서 인맥을 형성하고 사회에서 나름의 위치를 점하고 살아가는데 그에게서 나오는 변질된 인성의 냄새가 오죽할까 말이다.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뻔뻔스럽게 대학에 들어가 아무렇지 않게 학교 생활을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그의 인성은 가망 없음이 드러난다.
얼마 전에 의사 한 사람이 내연녀를 의료 사고로 사망케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 사건의 이면에는 남자의 외도 뿐만 아니라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아내의 추악한 내조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쾌락을 쫒다가 일어난 사고라는 데에서 더욱 한숨이 나온다. 일명 사회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의 인성이 비뚤어지면 그런 일이 터진다. 농부의 비뚤어진 인성과 의사의 비뚤어진 인성이 빚어내는 결과물은 사뭇 다르다. 사람들의 신뢰와 기대를 받으며 그로부터 나오는 재화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명예를 구축하는 의사들이 비뚤어진 인성으로 사람들을 대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말이다.
농부의 손에는 밭을 매는 호미와 논을 가는 쟁기가 있어 해를 주는 면이 적지만 의사의 손에는 매스가 들려져 있다. 그의 칼 끝에 사람의 생명과 희망과 미래가 고스란히 달려있다.
의사가 되겠다고 하는 아이에게 늘 강조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많은 사람을 구하거나 살리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 평생에 딱 한 사람, 정말로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고 내가 아니면 살릴 수 없는 그 한 사람을 살려내면 너는 의사로서의 책임을 다 한 것이라고.
서울대 의대가 과연 인성면접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활용해낼지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것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인성이란 것의 의미도 새롭게 해야 옳다. 그저 책 많이 읽어서 머리에 든 게 많아 의젓하고 사리 분별이 뚜렷한 선비들을 뽑아서는 안된다. 사람의 다친 몸을 보고 가슴 아파할 줄 아는 '인간'을 뽑아야 한다. 결국 서울대 의대가 선발하려고 하는 '인재'는 '수재'가 아니라 '인간'이 되어야 옳다는 말이다. 그러니 내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진다. 이젠 고등학교 좋은데 가서 공부 열심히 해서 의대가고 의사되는 그런 과정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릴때부터 꿈을 정해주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를 정리 정돈하는 습관을 들이고 '인간'이 되어 살아갈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준비해 주어야 하는 시대가 되어가는 것이다. 우리 한국 교육이 바로 가고 있는지는 '인간'을 선발하는 더욱 다양한 기술들이 많아지느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