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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15일 Facebook 이야기

오션지 2012. 8. 15. 23:59
  • 잠깐 시끄럽더니 비가 그치고 만다.
    오늘 잠이 안온다.
    하루가 정신 없이 지나가고 만것 같다. 바쁘면서도 허공에 뜬듯이 휑하고 지나가는 하루였기에 더 그렇다.
    캄캄한 거실에서 아이패드 달랑 하나 들고 페북을 뒤적이는 것도 이젠 점점 어려워진다.
    얼마 전에 맞춘 돋보기때문에 가뜩이나 침울한 마당에 어제부터 큰 아이 때문에 이런 저런 신경을 썼더니 약간 스트레스다.
    집에 들어오니 아이들 셋이서 마인크래프트를 하고 있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연신 낄낄대며 넷플을 하면서 시끄럽다. 마누라는 소파에 기대 눕다시피 하고서는 드라마에 빠져있다. 모처럼 가족 모두 맘껏 휴식하자고 한 내 말 때문인지 편한 얼굴들이다. 잠시 내 책상 앞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가족들 각자의 즐거움을 이기진 못하고 곧 잦아든다.
    잠깐 동안 멍하니 앉아있다가 눈을 뜨니 어느새 내가 졸고 있었나보다. 애들은 벌써 게임을 끝내고 씻느라 분주하다.
    언제나처럼 아내는 청소기로 청소를 하면서 연신 잔소리다. 자다 깬 부스스한 내 얼굴을 물끄러미 보던 막내가 아빠 커피? 하고 말짐작을 내건다.
    아니, 오늘은 충분해..
    사실은 커피를 먹지 않은 하루였지만 왠지 지금 커피를 타서 먹으면 잠을 못잘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거절했던 커피를 조금 전에 직접 먹고 말았다.
    큰 아이 면접때문에 신경을 많이 쓴 아내는 소리도 없이 잠들었다. 나도 힘들게 보낸 하루였는데 왜 잠이 안오는 것일까..

    이럴 땐 한 켠에 쌓인 책들을 좀 정리하면 금새 피곤해져 잠을 이룰 수 있는데 지금은 그 책들이 그저 짐처럼 느껴진다. 약간의 무기력함은 찌뿌듯한 느낌이면서도 이상한 중독성이 있다.
    별 일 없이 가족들 모두가 하루를 보낸 이것이 큰 행복이라는 것을 알지만 자꾸만 지불하지 못한 외상이라도 있는 것처럼 맘 한 켠이 불룩한 느낌이다.
  • 토탈 리콜..
    정말 리콜하고 싶다. 토털리..

    아놀드 횽의 눈알 튀어나오는 액숀 열연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참 편하게 영화 찍는다 싶다.
    절반 이상이 화려한 CG..
    그나마 배우들의 그럴듯한 연기가 아니면 보기 어려운 영화였다.
    물론! 아이들은 좋아라했다.
    하지만 짜임새있게 만들어졌던 토털리콜 1990년판에 비하면 너무 멋을 냈다.
    그리고 뜬금없는 정치 이슈는 뭔가..

    콜로니, 즉 식민지 설정에는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이 주를 이룬다.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가 컬러니 시가지 신에서 자주 나온다.
    경찰차에 한글로 '이십오'라고 표기한 것은 우습다 못해 한숨이 나온다.
    한국 경찰을 뭐로 알고..ㅋㅋ

    화성에서 벌어지는 판타지를 포기한 것은 치명적이다.
    그냥 지구 반대편으로 이동하는데 사용하는 poll이라는 전송기구가
    화성에 대한 우리의 판타지를 딱 정확히 반토막을 내고 만다.
    과학적으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논리가 작용하는 것도 아이러니다.
    지구 중심의 핵을 통과해서 반대편으로 이동한다는 발상이 그럴듯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상식 밖이다.

    일단 한 쪽 편에서 지구 중심으로 가는 동안 핵에 가까워지면 질 수록
    엄청난 중력을 견뎌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서는 중력을 이겨낼 수 있는
    반중력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 반중력 장치는 poll내부의 중력을 중립으로 하고
    poll외부에 가해지는 중력을 이겨내야 하는데 그것이 poll을 통과하는
    거대한 터널이 담당해야 한다. 그러므로 그 터널 안은 어찌되었건 무중력 상태가
    되어야 마땅하다. 중력이 영향을 미친다는 설정 자체가 내부 장치가 중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일테니 말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지구 중심의 핵, 그것도 핵의 한 가운데 중심점을 지날 때
    중력 변환기를 거친다는 설정을 두고 있다. 가운데 지점을 지나면서 중력이 반대가 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말이다. 그러나 무중력 상태에서는 중력 변환이란 것이 존재할 수 없는데 이런 설정은 다분히 극의 흐름을 위해 마련한 것이다.

    거기다가 자기 부상 자동차 추격 신에서도 과학을 벗어난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자기 부상 자동차는 도로 위에 설치된 자력 코일의 자성을 이용해 부상하는 장비다.
    동일 극과 반대 극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순차적으로 전환시키면서 앞으로 나가는
    추진력을 제공하는 것이 그 원리다. 즐겨 읽는 뉴튼 잡지에 이미 수차례 기고되어 있는
    논리이다.
    그런 자기 부력 장치에서 수동으로 추격 신을 벌이는 장면은 상상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코일이 제공하는 자력의 방향과 자기부력 자동차의 자력의 방향을 360도로 자유자재로
    전환하는 기술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자력의 기본 방향에 대한 조금의 지식만 있어도
    이것은 자동차보다 수십배, 혹은 수백배의 자성을 가진 코일을 자동차 위에 얹고 그 코일에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공급해주어야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재미로 보는 영화지만 이런 과학적 상식을 넘어선 그래픽 효과에는 웃음이 나온다.ㅋ
    그래도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원작자인 필립 K.딕의 의도와는 많이 달라진 것만 제외하면 볼만하다.

    아놀드 횽의 진정한 액숀을 볼 수 없어서 아내와 나는 다 보고 나서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들은 코드가 맞는지 재미있다고 한다. 영화 도중에 내게 궁금한 것을 묻기도 한다.
    그냥 재미있게 볼 것을 굳이 따지면서 보게 되는 것은 원작에 대한 우리 부부의 애정때문이다.
    폴 버호벤 감독이 샤론 스톤을 하우저의 가짜 부인으로 기용한 후 SF감독으로서도,
    멜로 감독으로서도 명성을 날리게 된 것은 아이러니다.
    이번에는 가짜 부인으로 언더월드의 매력적인 배우가 등장했다. 정말 살인적인 냉정함이 돋보이는 그녀의 매력은 그래서 더욱 치명적이었다.
    아쉬운 부분이 많은 리메이크 작품이었지만 킬링타임용으로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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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부…그 의미..

    지난 겨울에 두 분이 자주 동네 길을 걸었다.
    하지만 올 들어 잘 보이지 않는다.
    궁금해진다.

    부인은 한쪽 다리를 잘 못쓰고 걷는데 무척 힘들어 한다.
    남편은 부인의 손을 꼭 잡고 거의 매일 아침마다 이렇게 동네 길을 운동한다.

    아름다운 뒷 모습..
    나와 내 아내도 언제나처럼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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