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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 번역서를 보고-번역의 문제점,오역,의역

오션지 2010. 9. 8. 14:30

 

 

늘 가는 도서관에 갔다가 아주 두꺼운 책이 한 권 있길래 제목을 보니 아미 앙투아네트였다.

최근에 본 영화중에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에 관한 것이 있었는데 그 배경 역사를 알고 싶어져서 백년 전쟁에 관한 자료를 좀 찾아볼까 하다가 프랑스문학 파트에 꽂혀있는 이 책을 발견한 것이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프랑스 역사의 희노애락을 그려내려고 한 책인것 같았다.

그러나 번역을 보다가 아연실색했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식으로 번역하는지 모르겠다.

굳이 출판사는 밝히지 않겠다.

약간의 번역 경험이 있는 보잘것없는 내 실력으로도 이 번역은 참 안습 그자체였다.

오류만 없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출판사를 지배했다는게 뻔히 보인다. 대부분이 그렇듯이 라이센스 기간에 쫓겨 제대로 된 감수없이 그냥 출판해낸 것이라고밖에는 안보인다.

 

 

 

전체 번역 내용이 직역이다. 도무지 번역자와 출판사의 양심까지 의심스러울정도다.

이런 책을 번역해놓고 출판하면서 엄청난 가격을 책정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는게 이해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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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황녀인 마담 앙트완느에게 1770년은 너무도 전도 양양하게 시작되었고-그것은 황태자의 반지가 도착하면서 예고되었다-영광스럽고 만족스러운 미래가 보장된것처럼 보였였다. 하지만 슈아죌 공작이 궁정에서 유배를 당하면서 왕태자비의 그 해는 슬프게 끝을 맺었다. "그녀의 행복-그리고 프랑스의 행복"에 대한 얘기를 꺼낸 것은 슈아죌이었고 그녀는 자신의 초기 지지자들이라고 믿었던 모두에 대해서처럼 그에게서도 절대적 충실감을 느꼈다. 결국 슈아죌은 그를 유난히 싫어했던 뒤 바리의 음모와 정치 무대의 다양한 이권 앞의 희생자였다.

하지만 원한은 뒤 바리의 본성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이 누군가를 꺾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유혹하는 세계 속으로 보내졌다고 생각했다. 왕태자비는 그녀에게 말하기를 거부했음에도 뒤 바리는 자신의 아파트에 왕태자비의 초상화를 설치할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슈아죌은 대담하게 뒤 바리에게 대한 "공공연한 전쟁"을 시작한 상태였고, 그녀로서는 더욱더 분하게도 슈아죌은 측근과 친척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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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을 읽고 문맥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이라면 대단한 지적 수준에 있는 사람이리라.

번역은 문자적으로 옮겨적었을때, 문법이나 어휘가 틀리지 않는다고해서 잘된 번역이 아니다. 프랑스의 정서를 한국적 정서로 잘 반영하여 약간 무리하더라도 우리가 읽는 그 시점에서 큰 무리가 없고 내용의 본질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범위에서는 충분히 의역이 가능하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문자적으로 번역하여 출판한다는 말인가!

위의 번역을 아래와 같이 바꾸어보자. 그냥 우리 말을 다시 우리말로 바꾸기만 해도 내용의 이해를 훨씬 쉽고 책의 두께도 줄일 수 있다.

 

-1770년 황태자의 반지가 도착하면서 오스트리아의 황녀 마담 앙트완느의 앞날은 영광스럽고 충분히 보장된 미래라는 탄탄대로의 서막을 여는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슈아죌 공작이 왕궁으로부터 퇴출되면서 그녀의 꿈은 슬프게 좌절되고 말았다. "그녀의 행복이 곧 프랑스의 행복"이라는 슈아죌의 얘기는 초기에 그녀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충성심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슈아죌은 자신을 미워했던 뒤 바리의 음모와 정치판의 권모술수 앞에서 희생되었던 것이다.

 

그 이후 문장은 도무지 무슨 뜻인지 원문을 보지 않고는 알 길이 없다.ㅠㅠ

 

본래 내가 하는 일이 초벌 번역을 우리 문장으로 다시 잘 정리하는 2차 번역이라 이런 일에 관심이 많은데 만약 이 정도의 번역이라면 내가 아무리 뛰어난 문장가라도 손을 대기가 어려운 상태다. 적어도 우리 말로도 이해가 안되는 이런 글은 차라리 원문을 보고 초벌을 다시 하는게 낫다는 결론이다.

 

대학생들이나 초보 번역자나 모두 문법과 어휘에 치중하다보면 전체적 맥락을 보기 어렵다. 저 원문만 해도 이미 누가 누구에게 원한이 있고 누가 앙트완느와 정적이고 누가 지지자인지 종래에는 헛갈리게 되고 마는 것을 볼 수 있다.

비싼 책을 사서 보는 사람이 한 사람이 하더라도 이것은 번역의 기본이 아니다. 출판사의 양심도 아닌 것이다. 번역 후 이런 문제에 대하여 편집장이 한번이나 훑어보았는지 모르겠다. 만약 그 분이 제대로 보았다면 이것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재번역을 하거나 글다듬기를 했어야 옳은 일이다.

 

좋은 내용임에 틀림없는데, 이미 한국에 출판이 되었고 라이센스가 있으니 앞으로 더 좋은 글을 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