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빈 형님 위임식에 갔을때의 일이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가서 몇 분의 동문들을 뵈었다.
그 중에서는 오랜만에 추석근 선배도 계셨다. 현재 피지에서 공부와 생활을 함께 하고 계신다.
또한 형권 형님도 뵈었다. 얼마 있다가 외국으로 나가신다고 했다.
그리고 예배가 끝나고 나오는 와중에 만난 한 분이 계셨는데 바로 영등포 빈민 선교 사역을 하시는
총동문회장이신 임명희 선배였다.
밖으로 나오는 와중에 만나 내가 먼저 인사를 드렸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선배의 얼굴에 그늘이 있다고 느끼는 순간,
선배께서는 한탄과 함께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나 혼자 외롭게 투쟁하고 있는데...외롭게...참여좀.."
말끝을 흐리시다가
"오는 6일에 총동문회가 있으니 꼭 참석해주소..영성이..영성이도 좀 참여좀.."
옆에 있던 종형이가 속없이
"영성이, 얘는 동문회 일좀 해야되요! 동문회 일좀!"
하고 내뱉었다.
갑자기 가슴 한쪽이 쓰려왔다.
아침도 못먹고 서울 올라가서 지하철을 전전하며 도착한 교회였던터라
가뜩이나 어질어질한데 갑자기 신경을 써서 그런지 컨디션이 갑자기 다운되는 것이었다.
임명희 형님을 늘 마음속으로 존경해 마지 않고 있다.
남들 다 하는 편한 사역보다는 빈민들을 위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인생의 절반 가까이나
사역을 하고 계시니 누가 뭐라해도 역시 대단한 분인것만은 틀림없다.
작년인가였지만 세모에 KBS라디오 박찬숙입니다에 나오셔서 인터뷰를 하시는 걸 듣고
다시 한 번 감동을 받고 내게 저런 동문 선배가 계시다니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런데 형님의 말 속에서는 참 안타까운면이 없지않아 있다.
그 아린 마음이 며칠을 갔지만 이제서야 겨우 생각이 정리되어 이렇게 감회를 적는다.
형님은 혼자서 외롭게, 아니, 꼭 혼자서라기보다는 더 많은 동문들의 참여를 바라는
마음에서 학내 문제 해결의 힘을 모아보자는 뜻으로 나에게 하신 말씀이실테지만
나의 마음은 형님의 그러한 표현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가 없다.
첫인상이랄까..
예전에 학내 사태가 한참 불거져나오면서 큰 이슈가 되었을무렵,
서대문에서 동문들의 모임이 있었다.
그 때 나 역시도 그 모임에 나가 현사태의 원인과 향후 방향은 어찌될 것이가를
살펴보기 위해 그 자리에 참석했다.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고 또 처음보는듯한 동문들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학부나 대학원 모두 가릴것 없이 그 모임에서 학내 문제를 놓고
뜻을 모으기 위해 한자리에 나왔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르나
나는 그 자리를 나와 집으로 돌아오면서 학내 사태 해결의 길이 매우 요원하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유는 여러가지이고 복합적이므로 여기서 다 논할 수는 없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차후 이 문제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이들은 후배들이라고 확신했다.
이 사실은 적어도 학내 사태 내내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줄기차게 예고해왔었고
그런 문제가 없도록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생각을 견지해왔는데
결과적으로 후배들 중 많은 이들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지금도 그 후유증이 괴물의 그림자처럼 양측의 한 가운데에 큰 괴리를 만들어내어
지금까지도 합의점을 도출해 내는데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양쪽 다 하나님을 내세우기는 마찬가지다.
굳이 양비론이 아니냐는 비난을 감내하면서 이런 얘기를 꺼내는 나도 참 한심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가만히 있으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 일도 없는데 참견이라니..
그러나 임명희 형님이 내 손을 잡으며 "혼자서 외롭게 투쟁하고 있는데.."
라고 말씀하실때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어찌할 바를 몰랐었다.
현 총동문회장께서는 분명히 외로운 투쟁이라고 하셨다.
그러나 단언컨대 외로운 투쟁만은 아니다.
우선 무엇보다도 우리 까페에서도 모임을 가지고 후학들을 돕기 위한
움직임을 서서히 시작했고, 마음으로든 무릎으로든 학교 문제를 놓고 기도에 동참하는
동문들도 틀림없이 있다. 그러므로 외롭지 않은 것이다.
투쟁의 방법이 다른 것을 두고 한쪽은 편히, 다른 한쪽은 힘들게 하는 것이라해서
외로운 투쟁이라 함은 오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동문들 모두의 대변인은 아니다.
그러나 생각이 다른 것을 가지고는 어느 누구도 힐난할 수 없는 일이다.
노무현씨나 이명박씨를 보는 시각도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다른데
학내 사태를 두고도 이런 저런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핵심은 문제 해결의 의지를 어떻게 표현하느냐, 또 그 해결 방법에 당위성이 충분하냐,
그리고 해결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참여의 분량이 결정되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정보에 밝은 세상이다.
인터넷에서 모교 소식 몇 자 찿는건 일도 아니다.
일반 선거만해도 유권자들은 냉정한 판단력을 가지고 후보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그 정책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표를 던진다.
학내 사태라고 다를 것은 없다. 현 학내 사태의 진행 상황이나 국소적 결과에 대해
아예 관심조차 가지기 싫어하는 동문들도 있는가 하면 워낙 복잡해서 도무지
이해가 안가 참여하지 못하는 동문들도 있다.
지난 과거 동문들의 활동은 미미했었다. 그러나 학내 사태가 터지고나서부터
동문들에 대한 참여 요구가 늘기 시작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사를 지어도 흙을 잘 갈아두어야 씨를 뿌리면 뿌리를 수월케 내려서 열매를 얻는 법이다.
그간 동문회의 활동이 미미했었던데 반해 학내 사태에 관한 참여 요구는 무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총동문회의 입장을 언젠가 한 번 들은 적이 있는데
총동문회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니나
현재 동문회의 입지가 그렇다는 말이다.
참여하지 않는다고 모교를 사랑하지 않거나 후배를 아끼지 않는다고 성토한다면
그것은 이미 동문들에 대한 억압이나 마찬가지다.
총동문회에 날짜가 6일이었고 목요일이었다.
임명희 형님을 만나기 전에는 총동문회 홈피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은 알 길이 없는 일이었다.
물론 이것은 총동문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많은 동문들이 학내 사태에 대해 어떠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당성이 어느 측에 우위가 있느냐는 사실상 문제가 안된다.
그것은 동문들이 판단한다.
지금 총동문이나 학정추 홈피에 들어가보면 몇 사람의 글이 도배되어 있고
사실보다는 감정에 치우쳐 있어서 본질을 내다보기에는 무리한 면이 많다.
동문들이 그런 면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하는 생각도 해야한다.
지난번 일간 신문에 냈던 학내 사태 관련 광고 역시도 동문들 중에서는
찬반이 엇갈리는 일이다. 그걸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고 왜 그러냐고 따질 일이 아니다.
그만큼 동문들과의 의사 소통에 격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만큼 와서는 도저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나역시 머리가 지끈거리고 신경이 곤두서서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임명희 형님께서 안타까운 눈빛으로 "외롭게 투쟁한다..."라고 말씀하시던 모습을
좀체 지울수가 없다.
며칠동안 머릿속을 어지럽게 돌아다니는 그 말 몇마디에 만감이 교차하는건
역시 내가 학내 사태 문제에 이방인이라서일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저 생각날때마다 기도하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듯하여
마음만 괴로운 밤이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