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번째의 봄인가...
가물거리는게
나른한 봄 아지랭이마냥 기억 저편에서 그냥 아른거린다.
요즘은 간혹 아니조차도 헛갈린다.
내 나이가 마흔 하고도 둘이던가, 셋이던가..
학교 댕길때 마징가와 친구 먹고 나서부턴 내 진짜 나이가 몇인지
아내가 상기시켜줄때까지는 통 제대로 맞치질 못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기억력이 확실히 감퇴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내 주민번호보다 더 확실하게 외워두었던 결혼 기념일..
그런데 그 기념일이 내 음력 생일과 묘하게 얽혀있어서
빙글 빙글 머릿속을 날아다니는 큰 아들 자전거 체인 비밀번호만큼이나
알아맞추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아내의 생일을 기억하는 일이다.
숫자의 개수만으로는 7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날짜다.
그런데 올해엔 이 날짜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크게 낭패를 볼까 겁이 나서 늘 손에 붙이고 사는 PDA에다가
알람 지정을 했다.
그러나 알람을 하루 전으로 하나, 이틀 전으로 하나, 아니, 이틀 전으로 했다가는
그 다음날 잊을지도 몰라, 아냐 하루 전에 하기에는 뭘 준비하기에 너무 촉박해
그러니 한 일주일쯤 전부터 매일 알람을 하자
이렇게 결론 내리고 일주일 내내 알람을 저장해두었다.
그런데 실상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다는 말이 맞기라도 하듯이
당일 아침에 PDA가 울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부랴부랴 아내에게 눈치채이지 않도록 선물을 준비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만하면 건망증 수준을 넘어
거의 기억상실증에 가까운 상태가 아닌가.
좀 걱정도 되고 해서 요즘은 매일 아침에 구구단을 외우고 있다.
저녁엔 옛날에 외우던 성경 구절도 외우고
최근에 손에 잡은 명심보감도 암송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놀라운 일은
가끔씩 종형이나 농주, 그리고 지금은 미국간 철호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친거 아냐?' 란 소릴 들을만한 상태다.
사람이 이렇게 망가져가도 되는 것일까.
망각은 축복이라지만 상실은 저주인 셈이다.
내 나이가 과연 마흔 셋인지, 둘인지 뺄셈을 하면 간단하겠지만
그 자체가 헛갈린다는 참혹한 사실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해진다.
오늘 아침, 볼일이 있어서 잠깐 차를 몰고 나가다 오랜만에
학교 후문쪽으로 드라이빙을 했다.
비오기전 스산한 젖은 바람이 창문으로 들어오는데 문득
추억이 냄새맡아졌다.
그래, 기억이란건 단순히 뇌세포의 작용이 아닌거야.
떠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 한가지가 빠진거지.
바로 추억의 냄새.
후문 우거진 숲쪽에서 강가로 불어오던 그 수목의 향기가 있었지.
그걸 맡으며 함께 서서 찍은 사진도 떠오르고..
거기 버스 정류장에 서서 함께 웃던 추억도 새록 새록 떠오른다.
향기였다.
내가 잊어가고 있던 것은 기억이 아니라 향기였던 것이다.
보는 것에, 들리는 것에, 기억되는 것에만 의존하고 살아가던 나에게
또하나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추억의 향기였다.
가물거리는게
나른한 봄 아지랭이마냥 기억 저편에서 그냥 아른거린다.
요즘은 간혹 아니조차도 헛갈린다.
내 나이가 마흔 하고도 둘이던가, 셋이던가..
학교 댕길때 마징가와 친구 먹고 나서부턴 내 진짜 나이가 몇인지
아내가 상기시켜줄때까지는 통 제대로 맞치질 못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기억력이 확실히 감퇴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내 주민번호보다 더 확실하게 외워두었던 결혼 기념일..
그런데 그 기념일이 내 음력 생일과 묘하게 얽혀있어서
빙글 빙글 머릿속을 날아다니는 큰 아들 자전거 체인 비밀번호만큼이나
알아맞추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아내의 생일을 기억하는 일이다.
숫자의 개수만으로는 7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날짜다.
그런데 올해엔 이 날짜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크게 낭패를 볼까 겁이 나서 늘 손에 붙이고 사는 PDA에다가
알람 지정을 했다.
그러나 알람을 하루 전으로 하나, 이틀 전으로 하나, 아니, 이틀 전으로 했다가는
그 다음날 잊을지도 몰라, 아냐 하루 전에 하기에는 뭘 준비하기에 너무 촉박해
그러니 한 일주일쯤 전부터 매일 알람을 하자
이렇게 결론 내리고 일주일 내내 알람을 저장해두었다.
그런데 실상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다는 말이 맞기라도 하듯이
당일 아침에 PDA가 울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부랴부랴 아내에게 눈치채이지 않도록 선물을 준비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만하면 건망증 수준을 넘어
거의 기억상실증에 가까운 상태가 아닌가.
좀 걱정도 되고 해서 요즘은 매일 아침에 구구단을 외우고 있다.
저녁엔 옛날에 외우던 성경 구절도 외우고
최근에 손에 잡은 명심보감도 암송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놀라운 일은
가끔씩 종형이나 농주, 그리고 지금은 미국간 철호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친거 아냐?' 란 소릴 들을만한 상태다.
사람이 이렇게 망가져가도 되는 것일까.
망각은 축복이라지만 상실은 저주인 셈이다.
내 나이가 과연 마흔 셋인지, 둘인지 뺄셈을 하면 간단하겠지만
그 자체가 헛갈린다는 참혹한 사실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해진다.
오늘 아침, 볼일이 있어서 잠깐 차를 몰고 나가다 오랜만에
학교 후문쪽으로 드라이빙을 했다.
비오기전 스산한 젖은 바람이 창문으로 들어오는데 문득
추억이 냄새맡아졌다.
그래, 기억이란건 단순히 뇌세포의 작용이 아닌거야.
떠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 한가지가 빠진거지.
바로 추억의 냄새.
후문 우거진 숲쪽에서 강가로 불어오던 그 수목의 향기가 있었지.
그걸 맡으며 함께 서서 찍은 사진도 떠오르고..
거기 버스 정류장에 서서 함께 웃던 추억도 새록 새록 떠오른다.
향기였다.
내가 잊어가고 있던 것은 기억이 아니라 향기였던 것이다.
보는 것에, 들리는 것에, 기억되는 것에만 의존하고 살아가던 나에게
또하나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추억의 향기였다.